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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베어스 – 곰이 있을까? 없을까? 근데 정말 곰이 중요한가?

영화

by 페이퍼무비 2024. 1. 3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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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그 너머를 목격하는 자들   8/10

 

 

(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는 크게 영화를 원격으로 촬영하고 있는 자파르 파나히와 그 영화에 촬영되어지는 한 커플 자라와 박티아르의 상황 두개의 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보여준다. 감독은 이란에서 출국 금지를 당한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영화 촬영장에는 가까이 있고 싶어 국경 근방에 있는 마을 자반에 머물고 있다. 그는 그 마을에 일주일밖에 머물지 않아 그 마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알고 있지 않는다. 마을은 인터넷은 물론 전화조차도 힘든 외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에는 아직까지 오래된 전통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 마을에 머물면서 감독은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찍지만 그가 찍은 한 사진으로 인해 마을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진다.

 

우리 감독님 이제 나이가...

 

 필자가 느끼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목 그 자체 <노 베어스>이다. 영화에서 감독이 가장 중요한 일을 치루는, 자신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맹세를 하기 위해 맹세의 방으로 향하던 중 사람들은 그에게 곰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맹세의 방에 가던 도중 한 사람이 그에게 언급한다. ‘사실 곰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심지어 맹세 뒤에 거짓이 있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는 맹세도 거짓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절대악의 존재를 전재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관적 현실주의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곰은 사실 없습니다는 마을 사람들을 포함한 사람들의 오래된 전통에 대한 일방적인 믿음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라고 판단된다.

 

상당히 괜찮은 책이다

 

 한스 로스링의 <팩트풀니스>에 나와있는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만약 원숭이를 가두고 천장에 먹이를 달아 두면 원숭이는 먹이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 대포를 쏜다면 그는 먹이를 포기할 것이다. 그러다 두번째 원숭이를 투입하면 두번째 원숭이는 그 먹이를 향할 것이다. 하지만 첫번째 원숭이는 그도 물 대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원숭이를 저지할 것이다. 그러다 첫번째 원숭이를 뺀 다음 세번째 원숭이를 투입한다면 두번째 원숭이가 이를 말릴 것이다. 왜냐면 앞서서 첫번째 원숭이가 그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바로 왜 그런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글쎄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은 과거부터 내려져 오는 불사가의한 전통들을 아직까지도 믿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히잡을 벋기는 남자에게 여자가 반드시 결혼을 해야 했다던가 딸이 태어났을 때 그녀의 탯줄을 자르면서 이름을 부르는 남자와 반드시 결혼을 해야한다던가 하는 등의 그 마을이 아니라면 의문을 가질 여러가지 전통들이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이처럼 그들은 아직까지도 마을에 곰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과연 언제 그 믿음이 발생하였으며 왜 지금까지 믿고 믿겨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전혀 가지지 않으며 일관적으로 이 전통을 믿고 있다.

 

그들의 믿음 자체가 잘못되어진건가

 

 하지만 여기서 필자가 가지는 의문은 과연 이런 믿음 자체가 잘못되어져 있는가 이다. 마을을 벗어난 땅은 국경 근처이기에 밀렵꾼들은 물론 인신매매를 일삼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바로 마을 옆에 있다. 심지어 감독이 머물고 있는 집주인인 간바르는 마을의 흙이 아닌, 국경선 근처에 있는 밀렵꾼의 흙이 감독의 차에 묻어 있는 것도 눈치를 챌 정도로 그들은 외부와 단절되어져 있는 동시에 세속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앞서 말했던 인터넷도 전화도 거의 되지 않는 이 가난한 마을에 안에서 전통을 계속해서 믿고 유지하려고 하는 이들이 잘못되었는가. 그리고 과연 인간의 믿음 그 자체가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환경과 시대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상이한 대답들이 나올 것이다.

 

영화 그 이상의 믿음을 가진 이들

 

 이렇게 마을에서는 사람들의 전통으로 인해 괴롭힘 당하고 있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그가 촬영하는 영화 속 두 커플 또한 이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짜 여권을 구하고 이를 통해 유럽으로 도망을 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영화 그 이상으로 그들이 정말로 나라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을 동시에 촬영하는 일종의 다큐 영화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고문을 당하고 국경에서 두번이나 붙잡혀서 다시 돌아오지만 다시 이란을 벗어나려고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런 인물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여권 중 하나는 가짜였으며 결국 여자 주인공 자라는 익사를 한 체로 발견되어진다.

 

어느 믿음이건 크기에 비례한 배반감이 찾아온다

 

 그들 또한 형태와 모습은 다르지만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마을에서 사랑의 도피에 실패한 커플처럼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컴퓨터 너머로, 그리고 국경선 너머로 바라만 보는 마치 관찰자이자 목격자의 역할을 행한다. 이는 냉철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열정적이지 않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현대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마을의 믿음과 이제는 더 이상의 고문이나 투옥 없이 그 나라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그 믿음을 이루어 주기 위해 만든 다큐 영화에서도 그 믿음에 배신당한 사람들을 보면서 감독은 자신이 떠나던 길에서 차를 멈추고 영화 또한 멈춘다.

 

괜히 국제상을 받은게 아니다

 

 필자에게 영화를 추천하는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만약 영화에 대한 재미와 엔터테이먼트성을 추구한다면 추천 드리기는 어렵다. 왜냐면 영화는 카메라로 많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백한 카메라로 인해 영화에서 큰 액션이나 특별한 연출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감쌀 만큼 크게 전달되어지는 메세지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앞서 말한 담백한 연출이 오히려 그의 담담함의 깊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재미와 오락보다는 누군가의 현실을 비춰보는, 깊은 생각을 하게 도와주는 건강식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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