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코미디에 헌신한 축구쟁이들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가짜 수염을 붙인 해설자로 등장하며 이야기의 시작을 올린다. 그 또한 지금까지 여러 스포츠 영화들이 등장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들은 열정적이며 주인공과 그 팀의 성장을 지켜보고 대부분 승리하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트를,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 보다는 다른 그의 가장 큰 장점인 코미디 장르로 승부를 본다. 이 코미디 장르를 극대화 한 스포츠 영화인 만큼 그들의 열정과 갈등을 집중적으로 비추기보다는 이를 코미디로 부드럽게 다듬어 누구에게나 추천해 줄 수 있는 영화로 제작되어졌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연기자들의 필요 이상의 진지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진지하게 행동하는 것과는 다르게 하찮은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아이러니함에서 사람들은 부조화를 느끼고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의 초반에서는 그들의 진지함 위에 타이키키 특유의 자연스러운 대사의 티키타카가 느껴지는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얹어져 보는 내내 편안한 개그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쉽게 이해하게 해 주는 번역도 굉장히 잘 되어있었다. 최근 극장에서 본 자막들의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 않았던 만큼 상황과 캐릭터에 맞게 잘 번역되어진 자막이라 모든 개그는 물론 캐릭터들에게도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편집을 통한 화면 전환 또한 이러한 유머를 더욱 빠르게 캐치하고 웃을 수 있게 도와준다. 영화의 편집과 대사들이 모두 코미디라는 하나의 장르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마지막 축구 경기에서는 실제와 같은 축구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편집의 힘을 빌려 이를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되어져 있다. 하지만 실제 축구 경기를 보는 정도의 쾌감을 전달하는 힘은 약하다는게 아쉽지만 스포츠 장르보다는 코미디 장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정도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좋아할 요소들이 여럿 등장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신인 감독으로 발탁된 (추방되어진) 토마스 론겐이 처음 아메리칸 사모아에 도착하였을 때 그에게 다가오는 카메라에게 영화 <테이큰>의 딸을 납치한 납치범들에게 하는 대사들을 사용하여 그의 심정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라고 언급하는 그는 그 후로도 <애니 기븐 선데이>의 대사를 베껴오다가 들키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다른 영화에서의 대사들을 가져오면서 기존의 영화 팬들에게 귀여운 서비스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걱정한 부분은 바로 백인이 섬 마을에 가서 그들을 가르치는 부분이었다. 영화 <그린북>에서 약간의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흑인 피아니스트를 보좌하는 백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듯이 보여졌으며 결국 백인 중심주의 영화가 아니냐 라는 말이 나왔던 것 처럼 여러 영화들에서는 아직도 제작을 하는 백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시선으로 진행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불편한 부분 없이 진행되어진다. 이를 위해 감독은 두가지의 장치를 삽입하였다. 첫번째는 주인공 토마스 론겐 (마이클 패스벤더) 이외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백인들을 멍청한 이들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쨰는 그 주인공이 아메리칸 사모아 문화에 자신의 사고를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그들과 화합하고 융합되어진 연출들 덕분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보여지지만 영화는 아메리칸사모아 국가의 문화들을 깊이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장면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게 아닌 하나의 전통으로 보여주며 몇 번이나 이를 반복하는 것으로 그들의 문화를 관객들에게도 전달한다. 그리고 이에 융합한 주인공 또한 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그가 열린 사고로 그들과 융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귀여웠던 모습은 바로 그들의 상대편과 서로 기싸움을 할 때 상대방은 뱀 내지 포유류의 높은 으르렁 소리를 내는데 비해 아메리칸 사모아 국가 대표팀은 쪽쪽 소리를 내면서 상대하는 장면이다. 그 섬나라 태생도 아닌 감독이 그들의 가장 최전방에 서서 그들과 함께 쪽쪽 거리는 장면은 귀엽지만 그가 얼마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경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감독의 전작인 <토르: 러브 앤 썬더>의 혹평 이후 그가 어떤 작품을 보여줄 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필자로써는 너무나도 반가운 복귀작이다. 게다가 마이클 패스벤더의 <더 킬러>와 함께 오랜만의 복귀작이라는 점 또한 기쁜 소식이다. <조조레빗>처럼 묵직한 메세지는 없지만 그만큼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게 전체연령대라는 점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이렇게 편하고 즐거웠던 영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주 뭘 볼지 고민한다면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한다. 그리고 폭스 서치라이트가 제작했기에 만약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고 있으면 언젠가 올라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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