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 위에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이번 영화는 재난 영화 장르로 생각해 볼 만한 사건과 의의들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재난 영화의 가장 큰 의의는 재난이 발생하였을 경우 우리 인간의 내면을 들어다 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지진이나 해일, 혹은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사람들이 재난에 빠진 상황이건 그 상황을 해결하려는 움직임 보다는 인간 본질에 대한 궁금증과 인간 관계에 대해 깊이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러한 장르적 소재를 굉장히 잘 활용한 영화다. 그 예로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관점에서 재난을 통한 인간들의 심리를 잘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모든 아파트와 건물들이 지진에 의해 무너지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파트인 황궁아파트 103동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외부인들을 거부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그들을 내 쫓으며 그들의 단지 내에 진입하는 것을 금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이 아파트에 있게 해준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부여받은 것인가. 그들은 스스로를 선택 받은 자들이라고 취급하며 외부인들을 바퀴벌레라고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 남은 건 어디까지나 우연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만약 ‘종교가 없이 신분제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의문을 생각하게 한다.
과거 씨족사회가 발발하고 그 집단에서 자연스럽게 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신에게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제사장이 생기며 그들은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권력을 쥐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그것은 계급으로 변환되었으며 자본주의가 자리 잡기 전의 귀족들의 탄생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의 권력은 왕권신수설, 왕이 곧 신이라는 믿음에서 내려온 것이며 그들도 사실은 한 명의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그 권력을 가지고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에는 다수의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에 불과하다. 그러한 다수의 사람들의 믿음은 과거 종교에서 왔으며 현재에 와서는 그 권력이 자본으로 옮겨졌으며 자본가가 곧 권력자가 되는 사회에까지 왔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그들의 권위를 지켜주던 부동산 계약서와 그들의 자본을 증명해주던 은행이 소멸함에 따라 과연 그들의 권력은 누가 보증해주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처럼 종교의 발발 없이 생겨나는 계급제는 그 누구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 더 재미있는 시선은 바로 집단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다. 그들은 외부인과 대처하기 위해서 동 대표, 김영탁을 앞으로 내밀면서 외부인과 대처하기 시작한다. 김영탁 또한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앞으로 나서며 본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외부인을 내쫓는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되어지는가. 바로 집단 밖에서의 적일 것이다. 이들은 외부의 사람들을 바퀴벌레 혹은 사람을 먹는다까지라고 소문을 퍼트리면서 외부에 적을 만든다. 하지만 이내 이는 힘을 다하고 그들은 아파트 내부에 숨어있는 외부인들을 적발하며 적을 소탕하고 이들을 숨겨준 사람들 집 앞에 페인트를 칠해 철저히 단절시킨다.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스스로 집단의 유지를 위해서 내부에서 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외부인을 숨겨준 것이 죄인가 라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애매하게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남을 위란 호위는 과연 죄가 되는가. 절대적 빈곤의 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하는가를 영화는 단계를 밟아가면서 관객들에게 물어본다.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굉장히 좋다, 현실적이라 더욱 공감이 가서 그런걸까?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연출 또한 좋고 좋은 미장센으로 긴장감의 고조도 잘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도 부드럽고 인물보다는 사건에 더욱 집중하며 캐릭터의 성격만 가볍게 비추며 이는 아주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에서 밝은 부분은 거의 없으며 인물간의 충돌들은 어둡고 보기 힘들다. 가볍게 영화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가장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잘 보여준다. 그만큼 영화는 깊은 상상력의 힘을 보여준다.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려는 시대이며 인간의 본성을 현실이 아닌 sns라고 믿으면서 현실을 외면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가장 용감하게 직면한 영화이다. 한국 영화의 열쇠는 어떻게 보면 이상과 판타지가 아닌 가장 현실적인 소재와 헌실적인 이야기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벌이는 잔치에서 불을 통한 그림자로 사람들을 보여주는 장면은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의 마지막 돼지들이 춤추는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영화의 이야기를 풀이하는데 굉장히 새롭다라고 하기에는 기존에 장르적으로 사용되어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사람들을 배척하고 그들과 맞서기위해 집단을 단결시키지만 그 중에서도 그 집단을 이탈하는 사람들의 배신 등 이미 여러 문학 작품과 미디어에서 사용되어졌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새로운 것은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걸맞게 새로 깔끔하게 다듬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의 아파트의 개념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해외의 사람들은 의문을 표할지도 모르며 그들의 시스템과의 차별점에서 흥미를 느낄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말 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창의적이다 라고 필자는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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