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용두사미, 이야기의 사두사미 – 5/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노량은 이순신 장군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3개의 시리즈 중 그의 마지막 전투와 그의 마지막을 그리는 작품이다. 첫 작품이 최민식 배우님을 주연으로 하는 2014년 <명량>이었으니 거의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3부작이다. 첫번쨰 <명량>이 개봉하였을 당시 경쟁 상대가 <갤럭시 오브 가디언즈 Vol.1>이었으며 최근에 <갤럭시 오브 가디언즈 시리즈> 또한 3부작으로 마무리를 했으니 상당히 시간이 지났음을 체감할 수 있다.
해양을 배경으로 하는 전투신의 경우 그 웅장함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스타일리쉬함도 넣어야 한다. 즉슨 장면과 연출에서 ‘멋짐’이 들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중반의 대 전투 장면에서는 그 ‘멋짐’이 확실히 들어난다. 여러 무기들이 등장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왜군들을 비추며 계속해서 돌격해 나아가는 모습들은 관객들에게 ‘멋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이 ‘멋짐’을 감독과 카메라 감독은 멈추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 장면들에서도 사용하려고 한다는게 문제다. 만약 일상적인 장면들에서도 이렇게 힘을 주려고 한다면 정말로 힘을 주어야 하는 장면, 전투 장면과 상대방과의 대화와 서로 간의 심리전이 사용되어지는 장면에서는 그 ‘멋짐’이 도드라지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나는 ‘힘이 들어간’ 장면에도 문제가 있다. 아니, 장면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장면이 없어서 문제라는게 더 정확할 듯 하다. 초반부터 전투까지의 중반까지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서로를 이용하고 서로를 대치하며 의심과 갈등을 그리는 장면들은 충분히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인물간의 힘의 상호관계와 충돌을 그리기에 좋은 소재와 재료들이다. 이를 이용한다면 관객들은 만약 이 사건을 깊이 모른다고 하더라도 인물간의 힘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그리고 힘의 권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더해 3개의 언어가 오가는 탓에 이야기를 한번 놓치면 그 다음 장면에서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감독은 연출에 힘을 쏟지 못하고 놓치는 바람에 모든 대화 장면들이 서로의 상황을 보고하고 이야기하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사중의 대화 장면에 불과하게 되었다. 힘을 넣고 빼는 연출이 특히나 중요한 영화에서 이는 큰 오점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언어의 문제도 상당히 크다. 영화에서 한국어와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는 약 25%, 35%, 40%의 비율로 사용된다. 필자의 희망이 있다면 이를 그냥 전부 한국어로 연출해도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언어의 섬세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들의 문제는 작은 디테일과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주 작은 디테일도 잡기 위해서, 작은 소품들은 물론이고 언어의 발음과 발성 등도 굉장히 신경을 쓴다. 얼마나 신경 쓰는지 보면 사무실에 걸려있는 시계의 시간과 상담하는 사람의 손목시계의 시간이 일치하는지 까지 신경을 쓴다. 물론 제작비의 차이가 크다라고 할 수 있지만 1명만 더 고용해서 신경 쓸 수 있는걸 배제하는건 영화의 디테일의 면모에서 큰 흠이 된다. 이처럼 등장 인물들이 사용하는 일본어의 발음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하는것도 있지만 그들이 하는 대사와 자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킨다. 물론 이건 필자만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작은 디테일도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후반에서 이순신 장군이 북을 치는 장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설마 이런 영화에서도 신파를 끄집어 낸다고?’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신파 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 영화가 해외에 나가서 신선하다는 반응을 종종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영화 시장을 타겟으로 제작되어진 한국 영화이다. 마지막 신파 장면의 문제는 이순신 장군이 자신을 떠나간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그들을 위해, 그리고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위해서 북을 치는 장면이다. 여기서 관객들에게 신파를 보여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장군과 군사들의 관계와 그들의 유대, 그리고 그들의 싸움의 절박함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을 비추기 보다는 마지막 노량에서 벌어진 싸움,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장군과 병사들의 유대는 거의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의 싸움의 절박함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이 전투에서 밀리고 있구나는 알 수 있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위기로는 보이지 않고, 연출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마지막 북 소리는 관객들에게도 ‘북소리를 제발 그만 들려줘! 이제 그만해!’ 라고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그리고 <노량>까지 3부작은 인물에서 사건과 인물, 그리고 마지막에 사건을 비추는 것으로 시리즈를 마무리 한다. 과연 이게 시리즈를 완결 시키는 옳은 방법인지는 알 수 없으며 이번 영화를 신파에 의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마지막 장례식 장면은 마치 한국영화의 장례식과 같이 느껴졌으며 마지막 그의 북소리 또한 마지막 가는 길의 장례식을 함께하는 듯이 보였다. 최근에 나온 <서울의 봄>을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과 독특한 역사에서 나오는 뛰어난 작품들을 기대하게 하였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이번 작품 <노량>을 보고 아무리 독특한 역사가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 비추냐의 실력과 문제가 존재한다. 아무리 할리우드 급의 기술이 있더라도, 제작비가 있더라도 그들만큼 뛰어난 작품을 만든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 영화는 게을러질 틈이 없다. 나아갈 길이 너무나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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