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춘하추동, 모든 계절이 담긴 거인의 호흡 –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이번 작품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2022년에 진행된 온라인 콘서트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극장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을 영화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영화라고 생각하고 오신다면 약간의 실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 작품은 거의 2시간 동안 총 20곡의 작품을 작곡가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연주를 하는 작품이다. 피아노와 연주자 둘 뿐만이 존재하며 그 외의 악기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연주자 외에 등장하는 사람들조차 거의 없다.
그렇다면 영화라고 보기 보다는 녹화된 콘서트이기에 영화만 주구장창 봐온 너가 할 말은 없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콘서트를 녹화하거나 녹음하는 작품들은 다시 영상으로 옮겨지기 보다는 녹음되어져 앨범으로 출시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다큐멘터리가 영상으로 보여지게 한 이유 중 하나는 각 곡에 맞춰져서 시시각각 바뀌는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 그리고 조명의 차이에서 나온다. 도대체 카메라를 얼마나 섬세하게, 그리고 많이 설치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각 곡에 맞춰서 카메라는 계속해서 바뀌어 가며 이를 통해 곡의 집중도를 계속해서 올려준다. 심지어 영상을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비추는 것으로 관객의 모든 감각을 청각 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섬세함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덕분에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영화 <이키루>를 떠올리게 할 만큼 깊이 있는 장면들로 가득해지며 마치 계속되는 앨범 자켓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작품은 계속해서 곡을 연주하기도 하지만 작곡가, 연주자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섬세함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그가 연주를 하던 중 자신의 흐름과는 다른 리듬과 소리가 나오면 그는 자신의 연주를 멈추고 다시 시작한다. 그러한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 또한 그냥 녹음한걸 그리고 녹화한 완성본을 보는 것이 아닌 그가 연주를 하는 그 순간을 함께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녹음되어진 앨범을 듣는 게 오페라 홀에 앉은 생생함에 무게를 더한다.
필자는 음악을 사랑할 뿐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의 연주나 작곡에 대해 화성학 적으로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연주나 작품들을 들어보면 어딘가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겨울의 햇빛과 같은 곡들이 많다. 혹은 비에 어울리는 곡도 있으며 어느 곡은 사람의 깊은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는 곡들도 있다. 차분하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듣기 보다는 혼자를 위한 음악, 혹은 누군가에게 말 이상의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기에 다른 감성과 감정을 느꼈다면 그만큼 그의 음악성의 깊이가 많은 사람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증표일 것이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필자가 생각나는 책은 최근에 발매되어진 사카모토 류이치의 수필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그가 암이라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지병과 마주하였을 때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최고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했다는 부분을 설마 이렇게 극장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사실에 놀라움이 피어난다. 만약 극장에서 내려졌거나, 극장에서 보기 힘든 분들의 경우에는 이미 유투브에서도 이번 작품의 플레이 리스트가 정리되어져 올라와 있다. 혹은 그가 스스로의 장례식에서 틀어주기를 바라면서 고른 플레이 리스트도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음악들과 함께해보면 어떨까 싶다.
과거 여러 신화 중에서는 바람은 신의 입김이라고 믿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 바람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신들이 존재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의 신이라고 대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그를 음악계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고 간 거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우리들은 거인의 마지막 호흡, 바람을 느끼게 해준다. 필자가 사랑하는 영화를 더욱 사랑하게 해준 사카모토 류이치에 심심한 존경을 담아 글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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