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화려함 뒤에 숨으려고 하지도 않는 나태함 2/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이지만 그냥 관람을 포기 하십시오 휴먼)
우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이라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감독의 이름을 써가면서 광고를 했으며 700억원이라는 (아마 1부, 2부 두개의 제작비를 합친 것으로 예상) 거대 자본을 들여 만든 작품으로 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순간 사람들은 낮은 완성도에 실망하면서 다시 뚜껑을 닫았다. 하지만 그 뚜껑을 열어본 넷플릭스는 은근슬쩍 자신의 플랫폼에 흡수하면서 사람들 또한 뚜껑에 관심을 가지고 새롭게 나온 평은 ‘극장에서 보기에는 아쉽지만 OTT에서 보면 나쁘지 않다’였다. 이가 물론 OTT 시장에 범람하는 낮은 수준의 영화들 때문에 기대치가 낮아져서 나쁘지 않다 라고 하는 거지 칭찬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평가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영화는 다시 한번 관속에서 깨어나 극장에서는 2부를 개봉하였다.
1부에서의 가장 큰 지적은 바로 유치한 대사들이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요소가 바로 입에 찰싹 달라 붙는 대사들이다. 그의 영화에서는 전부 명대사라고 꼽힐 만한 대사들이 수두룩 나왔다. 특히나 타짜는 그러한 명대사만 2시간 내내 말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좋은 대사들을 배출하였으며 이를 소화해 낸 배우들 역시 그 당시 최고의 배우들이었음에도 그 이상의 인기를 누리게 해줄 만큼, 그리고 현재에 와서도 그들의 손꼽히는 대사들로 인상을 남길 만큼 좋은 대사들이었다. 하지만 1부에서 남은 최고의 대사는 아마 ‘인간의 마음은 참 대단하구나’일 것이다. 도저히 최동훈 감독의 대사라고, 각본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유치한 대사들이 오히려 인상에 남은 외계인 1부의 대사들은 2부에서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이는 1부와 2부를 동시에 제작하였으며 각본을 수정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출과 편집에서는 분명 시간이 있었을 텐데 이를 방치하고 제작사와 감독은 그대로 영화를 개봉하는 강행을 발휘한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의 특징으로는 바로 흥미로운 사건에 흥미로운 인물들이 올라타 앞으로 미친듯이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의 초기작 <범죄의 재구성>같은 경우에도 인물들이 설치고 설쳐서 흥미로운 사건을 이루어 냈으며 <타짜>는 말할 것도 없이 흥미로운 사건 위해 최고의 인물들을 얹혀서 명작을 만들어 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작품들 모두 흥행에 성공하였지만 이번 작품은 그 어느 인물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만큼 좋은 대사도, 좋은 인상도 게다가 움직이는 동기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물론 그들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원인과 동기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 인물들의 동기가 하나로 합쳐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 이 대답을 영화는 해 주지 못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후반에 가면 그들의 목적이 동일시 되어지며 함께 힘을 합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지루하다는게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흥미진진 이라는 단어는 흥미가 계속해서 이끌어져가야 하지만 영화의 초반의 미약한 흥미는 진진하지 못하고 전전하기만 하는 바람에 흥미전전이 되어버린다. 각 인물들은 게임속에서 같은 말만 반복하는 NPC처럼 자신의 목표를 세뇌하듯이 되풀이하고 있으며 이에 공감할 틈을 관객에게 전혀 주지 않는다. 이런 거대한 빈틈을 약간의 개그로 넘어가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되어 그나마 없는 캐릭터의 매력도 깔끔하게 제거한다.
공상과학 장르 SF 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상상력이 너무나도 결여되어 있다. 죄수들을 인간의 몸에 가두는 설정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가진 기술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 또한 있으니 이 또한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필자가 묻고 싶은 부분은 저런 기술이 있는데 왜 썬더와 가드 둘이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인가이다. 저런 기술력을 혼자 개발 했을 리가 없으며 만약 했다고 하더라도 왜 지구에 그 둘 밖에 없는지 의문이다. 넘쳐 흐르는 정의감에 혼자서 죄수도 잡고 죄수 관리도 하는 것이면 이해가 가지만 그들이 감정이 생기는 세세한 연출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모든 과정을 앞에 말한 ‘인간의 감정이란 대단한 것이구나’로 해결하려는 미숙함을 보여준다. 물론 누군가가 그런 세세한 부분은 영화의 재미를 헤치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게 좋다 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올리는 것이다. 이런 세세함이 없기에 한국의 장르 영화들은 세퇴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그러한 세세함을 가져올 창의력을 발휘하는 대신 여러 영화에서 이미 발휘되었던 창의력을 훔쳐 오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가드가 입는 (변신하는) 수트가 그 예이다. 그 수트의 모습은 어느 영화이건 게임이건 어디서든 볼 수 있는게 아니냐 라고 하겠지만 그 수트의 활용 방식이 마블의 초창기 아이언맨의 공격 방식과 비슷하며 착용하는 장면은 후반 작품에서의 착용 방식과 비슷하다. 그리고 좌왕이가 사라질 때 그의 몸은 분해가 되면서 하늘로 날라가는데 이 구도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사라지는 구도와 상당히 비슷하다. 그리고 구도 뿐만 아니라 하늘에 날라가는 모습도 그 장면을 더욱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탈옥수로 나오는 외계인들의 얼굴이 꽃모양으로 갈라지는 모습은 넷플릭스의 대표작인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괴물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본인의 창의력의 결여를 다른 영화들에서 복사해오는 선택을 한다.
물론 이를 통해 한가지 장점이라면 할리우드 수준의 기술력을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면서 광고 효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국 우리나라 제품과 똑같은 제품이 중국에서 제작되어져 다른 회사 로고가 붙는 것과 같은 꼴이다. 그렇게 기술을 발전하여 알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앞을 내려다보고 나아가야하는 시장에서 이미 앞에 나아가고 있는 사람의 그림자 밟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이 기술적으로 모방하는건 10년 전에 나온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이다. 우리들이 원하는 건 뛰어난 그래픽을 앞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이야기다. 그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대낮에 괴수가 등장하며 이를 이용한 가족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한국적이며 제한된 예산 안에서 괴수라는 존재를 굉장히 영리하게 사용하였다.
모든 감독과 작가들이 항상 좋은 작품을 써 내리거나 만든다는 보장은 없으며 그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면서 어깨를 토닥여주면 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큰 제작비와 너무나도 큰 흥행 실패를 기록하여 이 이후로 여러 제작사들이 큰 자본을 투자하기 두려워하거나 꺼려하게 될 까봐 걱정이 된다. (특히 공상과학 장르) 그리고 그들은 다시 본인들의 각본을 고르는 실력을 믿지 못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걱정해 우선 영화 티켓 값을 올리거나 그 외에의 이유로 관객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들은 언제까지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면서 10년전 할리우드 작품을 한국으로 현지화 시킨, 그것도 잘한 것도 아닌 작품을 비싼 돈 내면서 봐야 하는지 묻고 싶다. <외계인1,2부> 또한 이정도의 완성도이면 자신들의 실험에 관객들의 돈을 사용하고 싶어서 일부러 1부와 2부로 나눈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작품을 만들면서 관객들이 영화관에 오지 않는다는 핑계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장사가 잘 되는 가게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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