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화의 실패에 은근슬쩍 미화까지 넣는 발칙함이란 2/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에는 특공대원이지만 공포심에 의해 오오도섬 비행장으로 불시착한 시키시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도망친 오오도섬에 고질라가 등장하여 그 섬에 있던 모든 군인들이 죽고 만다. 그 이후로 그는 고질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다. 영화는 대부분 그의 시선으로 진행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뒤죽박죽이며 그에게 집중은 물론 공감을 할 수 있는 단서를 전혀 주지 않는다. 게다가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와 함께하지만 그들의 서사까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복잡해 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한다.
고질라 라는 괴수는 195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에서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괴수 중 하나이다. 현재에는 여러 나라에서도 사용되어지고 있는 괴수 중 하나로 꼽힌다. 고질라의 탄생은 나라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그 시발점이 제각각이다. 일본에서는 핵이 터지면서 방사능에 의해 탄생한 괴수라는 설정이 있으며 다른 다라에서는 과거 고대 생물 중 하나였던 괴수가 핵폭탄으로 인해 깨어났다고 설명하기도 하다. 이처럼 고질라는 시대별로 그 탄생법이 다르다. 현재 미국에서는 고질라를 우리의 친절한 이웃, 고질라로 소개되어지며 킹콩이라는 새로운 친구도 생겼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신고질라>를 포함해 고질라를 하나의 재앙으로 표현이 된다. 이를 무찌르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신고질라>의 만약 정말로 고질라와 같은 괴수가 등장하였을 경우 일본이라는 나라의 대처 방법에 대해, 그리고 현재 일본의 정치에 대해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재난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고질라는 주인공에게 있어 단순히 극복하고 무찔러야 하는 하나의 과제이자 목표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이번 영화가 발칙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표현한 고질라라는 존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지라가 도쿄에 상륙하여 긴자를 초토화시키고 에너지를 모아서 강한 빔을 입으로 쏜다. 이로 인해 초토화 되어있는 긴자를 그 이상으로 흔적도 없게 부셔버린다. 이 빔의 폭발로 인해 폭발한 이후 자신의 동거녀를 잃고 고질라를 향해 소리친다. 그와 동시에 그가 소리치는 장면에서 검은비가 그의 얼굴에 내리기 시작한다. 이 장면을 해석해보자면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진 그 날 실제로 방사능으로 인해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폭탄의 화기로 인해 갈증을 겪는 사람들이 그 비를 마시는 바람에 방사능 그 자체를 마신 꼴이 되었으며 이는 그들의 사망 원인으로 가기도 했다. 심지어 고지라의 빔으로 폭발하는 장면을 빔으로 인해 도시가 소멸하는게 아닌 폭탄이 터지고 심지어 좀처럼 보지 못하는 팽창과 수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점에서 감독은 영화의 고지라 라는 생물을 세계 2차 세계대전의 미국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자기 등장하는 배들이 도와주는 장면은 어떠한 정보 없이 갑자기 배들이 등장해서 도와준다. 이는 누가 봐도 <덩케르크>를 오마주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오마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짧고 창피한 장면이다. <덩케르크>에서 배를 통해서 병사들을 구하러 가는 장면은 마지막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영화는 처음부터 배를 몰고 나아가는 시작점부터 끝까지 차곡차곡 빌드 업은 물론이고 그 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성실히 챙겨왔다. 이렇게 열심히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들어낸 이야기의 가장 감동스러운 마지막을 쏙 빼 왔다고 과연 그 장면이 감동적인가를 물어본다면 누구나 그 대답을 알 것이다. 노골적이고 보는 사람의 낯이 뜨거워지게 하는 하찮은 장면 붙여넣기는 이 영화가 얼마나 개연성과 디테일, 그리고 성실함이 결여 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연극 등등 모든 매체는 각각의 매력을 살려 각본을 쓴다. 그리고 그 각본은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며 쓰여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각본으로 제작되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흐름보다 캐릭터의 깊이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만약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키고 싶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경우, 주인공의 설명을 많이 하지 않게 하며 그 캐릭터들이 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 시키시마를 어떻게든 끌고 가고 싶어 그를 놓지 못한다. 게다가 주인공 뿐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에 어떻게든 역할을 부여하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이야기의 집중력은 점점 떨어지며 고지라를 출현시키는 의의가 점차 줄어든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의 총편집을 극장에서 상영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각의 캐릭터의 깊이는 색으로 바닥 깊이를 속인 수영장 같이 얕으며 전개는 부자연스러우면서 게다가 선장인 아키츠 세이지의 대부분의 대사들이 ‘해치웠다’인 점에서 영화의 대사의 질이 높지 않다는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영화는 상당히 호평을 받으면서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전작인 <신고지라>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고지라를 하나의 재앙으로 취급하면서 드라마보다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일본 영화 시장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한 사회 비판적인 모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이상 그런 개연성이 보이지 않는 고지라 영화를 보자니 더욱 안쓰럽다. 정녕 이게 <괴물>과 동일한 해에 개봉한 영화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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