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이 점점 깊은 독을 지니기까지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헝거 게임 시리즈는 10대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그 덕분에 필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영어로 쓰여져 있다. 물론 그렇다고 헝거게임 시리즈가 훌륭하냐고 물어본다면 적어도 나쁘지는 않다 정도의 소설이지 명작으로 손꼽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실사 영화 시리즈의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을 봐도 그나마 2번째인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가 겨우 100만을 넘긴걸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든 시리즈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상당히 흥행 성적이 좋았는지 보통 ‘더 비기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와 시리즈를 꿈꾸었지만 실패하는 영화들과는 다르게 2015년 <헝거 게임: 더 파이널>까지 나온 이후 8년이 지나 프리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개봉하였다.
영화는 헝거 게임 시리즈의 메인 빌런, 악당으로 나오는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의 성장기를 그린다. 그는 고귀한 스노우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무기 관련 사업이 13구역과 함께 망하면서 그의 가문은 기울기 시작한다. 스노우 가문은 콜리올라누스와 할머니 그리고 사촌누나 티그리스만 남아서 한끼도 못먹고 비싼 옷도 사 입지 못하는건 물론, 세탁할 돈이 없어 다른 이의 세탁물에 몰래 넣어 세탁을 하는 등 너무나도 지독한 가난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코리올라누스는 그만의 뻔뻔함과 재치로 아카데미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우수한 성적으로 추후 다시 가문의 부활을 일으키려고 한다. 그의 성적과 품위로 아무 문제 없이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헝거 게임의 멘토로써 활약을 해야 진학이 가능해지면서 그는 헝거 게임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서 그는 12구역의 조공인 루시 그레이 베어드라는 소녀의 멘토가 되면서 헝거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영화는 2시간 반 정도의 긴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헝거 게임 시리즈의 최고의 악역이 어떻게 권력과 정복욕에 타락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루시 그레이 베어드와의 관계도 디테일하게 보여지고 있으며 자신은 친구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세자누스 플린스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영화는 스토리는 크게 2개로 나뉘어 있으며 첫 파트는 옛날 지루하고 다들 관심이 없었던 헝거 게임의 모습에서 게임 메이커 블룸니아 골과 함께 점차 코리올라누스가 변화를 주면서 바뀌어 가는 헝거 게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헝거 게임에서 부정 행위를 함으로써 그가 12구역으로 평화유지군으로 추방당하면서 루시와 다시 재회하지만 1구역 밖의 세계의 모습을 체험한 그가 플린스까지 배신하면서 진정으로 타락한 후 다시 1구역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코리올라누스는 헝거 게임이 종료될 때 까지는 자신의 조공인 루시를 걱정하고 직접 게임에 간섭을 하면서까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헝거 게임이라는 서로 죽이고 죽이는 학살 게임에 참가를 하면서 인물은 점차 법을 어기면서까지 승리를 쟁취하려고 한다. 이는 물론 가문의 부활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오랜 만에 느끼는 승리감과 정복감에 점차 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촌 누나 티그리스는 그를 보면서 점차 그의 아버지와 닮아가고 있다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초반에 그를 동정하고 애정하는 느낌이었다면 후반에 가면서 그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그는 헝거 게임이라는 정책에 대한 잠재력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며 다음 헝거 게임 영화들에서는 이를 더욱 크게 확장시켜 모든 시민들의 오락거리로 만들게 한다.
영화에서 악역의 시선으로 프리퀄을 그리는 경우는 많이 없을 뿐더러 이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악역 중 한명인 한니발 렉터 시리즈는 상당한 퀄리티와 인기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의 청년 시기를 그리고 그가 어떻게 식인을 하기 시작했는지를 그리는 <한니발 라이징>의 평은 좋지 않다. 이러한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 영화는 <헝거게임 더 파이널>처럼 무리해서 파트를 2개로 나누지 않고 1개의 영화로 제작을 하였으며 단순히 코리올라누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는 헝거 게임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추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캣니스 에버딘이 탄생한 12구역의 과거를 보여주기도 한며 그녀가 부르는 노래들의 기원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전 헝거 게임시리즈에서 의문을 가지고 궁금해하였던 부분들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영화가 프리퀄로써는 굉장히 좋지만 과연 단독 영화로써 훌륭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호평과 혹평이 7:3 정도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우선 영화의 연출과 리얼리티가 상당히 공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훌륭한 퀄리티의 CG와 그 공간의 색감이나 조명 등 어느 부분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인물들의 상태나 상황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 등도 디테일하게 만들어졌다는게 보인다. 게다가 콜리올라누스 역할의 톰 블라이스 배우의 활약이 무엇보다도 눈에 보인다. 처음의 그의 순진하고 순수하게 행동하지만 그의 눈에서는 어느 순간에도 경계를 하고 욕망에 굶주린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로즈 역할의 레이첼 앤 제글러 또한 훌륭한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의 가창력 까지 멋지게 로즈라는 캐릭터에 입체감을 그려주었다. 또한 친구 세자누스 플린스 역할의 조쉬 안드레스 리베라 또한 잘못하면 단순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캐릭터에 연기를 통해서 생동감을 불어넣어 영화에서도 다른 캐릭터들에게 묻히지 않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배우들이 아무리 역할을 잘 연기해주어도 연출이 디테일하고 박진 넘치게 그려지더라도 너무나도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는 안된다. 영화는 2시간 반이라는 최근 근래의 영화들이 평균 2시간대인것을 생각해보면 약간 늘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그만큼 영화는 최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전부 다 담으려고 한 부분들이 존재하며 이를 충실히 해내 주었다. 다만 책의 연출과 영화의 연출에서는 분명 차이가 존재하며 영화에서의 연출에서는 지루함은 곧 적자와 흥행 실패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 이후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 나오는 상징들이나 노래 등 공식 설정집에서나 나올 법한 점들을 하나하나 꼬집어서 보여주느라 영화는 관객을 고려하지 않고 설명하기 바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치 상대방이 지루해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쏟기 바쁜 소개팅 상대방을 보듯이 영화는 관객들을 지루함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물론 이 영화를 보는 관객 대부분은 헝거 게임의 시리즈를 알고 있으며 헝거 게임 시리즈 영화를 보고 왔다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부분들도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점들을 밀고 나아가서는 원작은 물론이고 영화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본작이 끝난지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영화가 나온 이유도 다시 헝거 게임 시리즈에 대한 부활을 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약간, 아주 조금의 약간이라도 있어서 제작하고 개봉한게 아닌가. 그만틈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었어야 하지만 영화의 현재 흥행 성적을 보니 필자와 같이 헝거 게임 시리즈를 괜찮게 본 관객들이 다시 찾은 듯 하다. 만약 영화는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스노우의 그 대사를 다시 보기 위해 사람들은 다시 영화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친애하는 애버딘 양,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합의한걸로 알았는데.
(Oh my dear Ms,everdeen, I thought we agreed never to lie to each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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