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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 연출에 발길질 한번, 연기에 감탄 한번, 역사에 침묵 한모금

영화

by 페이퍼무비 2023. 12. 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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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이념 앞에 둔 흑백의 바둑 7/10

 

 

 

(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역사극을 보여주는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미 관객들이 결론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극 뿐만 아니더라도 실존 인물을 그리는 영화의 경우 이 또한 결론을 알고 있다는 하나의 큰 단점을 이고 가야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영화는 아주 영리하게 연출과 사람들의 시선들을 일부러 어지럽히면서 진격한다.

 

 

 영화는 2시간의 러닝타임에서 앞의 30분은 각 인물들의 위치와 그들의 성격을 보여주면서 그 이후 나머지 시간은 계속해서 사건에 집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럿 있는 만큼 이 영화 또한 <어펜하이머>와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오펜하이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뷰에서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관객들은 그 인물이 등장하였음에도 금방 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감독은 이 시대에서 손 꼽을 정도의 유명한, 그리고 명 배우들을 데려 옴으로써 87그들의 역할은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연기하는 배우를 통해서 기억을 하게 한다. 위 영화 또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이를 한 명의 인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유명한 배우들을 물량으로 때려 붙는다. 그리고 이를 연기하는 인물들 하나 하나 연기하는 배우들 덕분에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악역은 단순히 자신의 목적만 말을 하고 앞에서 드러나면서 항상 고함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선도 악도 없으며 이를 거이 비슷한 분량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싸움 끝에는 이들의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진짜 문제였다는 것을 비춘다.

 

 

영화의 스토리는 마치 바둑을 두는 듯이 이루어진다. 해외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것이 체스라면 영화는 바둑이라는 게임을 통해서 진행 상황을 보여준다. 체는 일반적으로 선 악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으며 서로의 왕을 죽이면 끝나는 게임이다. 하지만 바둑은 이와는 다르게 서로 각자 얼마나 영토를 확보하느냐의 게임이다. 그리고 체스와 동일하지만 보동 한수 아래의 사람이 흑말, 그리고 흑으로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는 처음 시작하는 박두환이 내던지는 말이 흑말이라는 점에서 그가 절대로 불리하게 시작하는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의 인물들이 지키려고 하는 영토,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말, 각 부대들의 서울 입성이며 영화 시작 전부터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에 입성하려는 부대들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대가 바로 8사단과 2사단이다. 이들을 두고 진격과 후퇴 그리고 다시 진격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그 부대의 신념과 정의 그리고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히 그들을 시간끌기 용으로 사용하는게 아닌 그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쉽게 풀어나가는 점이 상당히 영리하였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바라본 부분은 각 부대들은 서로가 믿는 사람들이 전혀 다르며 이를 앞두고 각자의 선택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장 답답한 장면 중 하나가 아마 각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부대 출동을 미루고 연락을 두절시키거나 무시하는 장면일 것이다.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드러나듯이 이태신 소장의 부하인 강동찬 대령이 언급하듯이 본인의 자식의 대학 입학식이나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처럼 선이건 악이건 군대이건 자신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생존이며 그들에게 있어 서울의 입성이나 서울을 먼저 차지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감독은 이들의 무능력함에 관객들이 탄식이 나올 정도로 생존에만 치우쳐진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주다가도 마지막 강동찬 대령의 대사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시켜준다. 그리고 결국 여기서 제일 무능력하게 나오는 국방부자오간 오국상이나 이를 비롯한 자신의 책무를 져버리고 도망치는 관리직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미장센은 영화에서 어떠한 대사가 존재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표현해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그 예로는 색, 빛과 그림자, 의상과 메이크업, 그리고 연기 등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도구나 장치 등 그 시대를 보여주는 여러 요소들도 있으며 그들이 입고 있는 군복이나 일상 복 또한 그들의 서열이나 당시 시대에 일반 사람들이 입는 유행들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명을 통한 그림자로 보여주는 미장센이다. 인물들이 놓여 있는 장소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조명을 채택하는 것으로 너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 동시에 그 시대에 맞는 조명을 선택한 듯이 보인다. 그리고 후반에 가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저녁을 시작으로 해가 뜨기 전의 새벽까지 보여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 채광보다는 실내 채광을 대부분 받는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차량들의 라이트로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동시에 이를 비추는 인물의 그림자의 크기를 조절하는 조명의 미장센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감독의 전작인 남산의 부장들도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전 작품이 인물 간의 충돌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인물 간의 이념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혼선이 생길 만도 하지만 감독의 뛰어난 교통정리로 각 캐릭터의 비중도 놓치지 않은데다가 이들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연출로 만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동시에 과거의 가장 추운 그 겨울을 생생하게 스크린으로 담아준 김성수 감독님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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