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높지 않은 피범벅 미로 탈출기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스파이럴은 시작부터 이 영화가 아주 아주 잔혹한 영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에게 거짓된 증언들을 하였으니 그 혀를 내놓고 목숨을 부지하거나 혹은 그럴 용기도 없으면 그냥 달려오는 전철에 치여서 죽어야 한다는 선택지의 기로에 세워진다. 이 초입부를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떠올릴 것이다. ‘아 쏘우 시리즈 중 하나이구나’
필자에게 쏘우는 절대로 만날 일 없으리라고 생각된 영화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많이 알려진 쏘우 시리즈는 정말이지 그냥 잔인함이 가득한 B급 공포영화이다. 유명한 배우도 출현하는 것 없이 단순히 무언가를 희생해야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고통받는다.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자신의 수갑을 풀기 위한 열쇠가 염산 액체 비슷한 비커에 들어있어 자신의 한 손을 포기 해야한 수갑을 풀 수 있는 그러한 장면만이 기억에 난다. 몇 편 인지도 모르는 그 장면을 기억하는 이유는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여학생들이 그걸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음과 장면에 묘사되는 잔혹함의 정도에 경악을 표했다. 그렇게 필자에게 쏘우 시리즈는 앞으로 만날 일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 배우들 크리스 락과 새뮤얼 L. 잭슨의 출연에 이끌려 보게 된 영화가 쏘우 시리지일줄은 예상하지 못하였다.
스파이럴의 세계관은 쏘우 시리즈의 진범 존 크레이머가 이미 죽은 세계이다. 그리고 그를 동경하는 새로운 모조범, 카피켓이 다시 등장하여 법으로는 처벌되지 않는, 혹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는 죄를 추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영리하게 캐릭터들을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희생되는 캐릭터들은 경찰 그리고 형사들이다. 경찰들이란 직업은 시민들의 안전을 가장 중시 해야하는 직업이다. 그러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패를 저지르고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서 시민을 헤치는 등 경찰이 범죄를 저지를 것은 결코 용서되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영화는 아주 영리하게 이용하여 그렇다면 경찰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내가 대신 처벌해주겠다는데 나쁘지 않아? 라고 우리들에게 묻는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의 제목처럼 관객들을 스파이럴, 나선에 빠트리는 것이다.
밝혀진 진실 앞에서 관객들은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빠진다. 솔직히 범인을 유추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의 이야기가 관객들을 소용돌이에 빠트린다. 바로 범인이 이야기하는 것이 공포로 인한 체제 정리 및 새로운 체제를 세우는 것이 옳은가를 묻는다. 더욱 영화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전작의 쏘우 시리즈에서 존 크레이크가 개인에 한해서만 죄를 처벌하였다면, 만약 그 개인에게만 향하던 공포를 망가진 체제에 적용함으로써 그 체제가 올바르게 정리된다면 과연 그 공포를 이용하는게 옳은가 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끄덕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도 일을 하는데 가장 불안한 것이 바로 자신이 해고가 될지 혹은 해고되지 않을지 걱정하지 않는가. 게다가 사실상 해고라는게 없는 공무원, 경찰, 등등의 국가와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해고에 대한 부담이 일반 회사에 비해 적다. 그만큼 비리도 일어나기 쉬운 구조인만큼 이러한 조직에 물리적인 체벌과 형벌이 가해짐으로써 그 조직은 다시 깨끗해 질 수 있는가? 물론 어느 정도의 형벌은 필요하다는건 필자도 동의한다. 연봉삭감이나 업무 정지 등은 충분히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문제는 그 처벌이 ‘공포’로 넘어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인 만큼 자극적인 연출이 필요하고 죽는 경찰들이 저지른 비리와 범죄들 또한 그냥 넘어가기에는 죄의 정도가 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것으로 넘어가기 전에 고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물론 살인자는 선택지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다시 주인공에게도 이 소용돌이는 적용되어진다. 과거 강령 8조 하에 경찰들이 사람들을 묻지도 않고 죽이던 그 시대로 인해 태어난 악마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것인지 혹은 아버지를 살리 것인지 한발의 총알을 두고 그는 고민한다. 그리고 그는 앞선 시대와는 다른 아주 청결한 경찰이다. 남들에게 배신당하고 조롱당하고 그리고 뒤에서 칼이 꽃이는 한이 있어도 그는 청결한 경찰이다. 그러한 그에게 앞선 시대와 같은 죄를 저지를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도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범인 또한 이를 파악하고 사전에 준비를 해 둔다. 그로 인한 결말은 쏘아 답게 어둡고 절망적이지만 필자는 이러한 결말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만듦새와 연출, 그리고 스토리와 연기 등 아주 탄탄하고 나쁘지 않은 영화다. 다만 누군가에게 추천을 할 때에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나오는 만큼 주의를 해야 하는 영화다. 다행히 넷플릭스가 정신을 차리고 이 영화를 19금이라고 표기한 점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학생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메세지도 담겨져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시청에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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