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숲이 아닌 가장 모난 나무의 결을 훑어보며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최근의 마블의 영화는 같은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매번 감독을 바꾸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영화의 느낌이 매번 달라지는 등 혼돈속에서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리지 않고 무사히 영화를 마무리 한 제임스 건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무엇보다 최근 마블의 영화와 드라마와는 다르게도 자연스러운 CG 덕분에 화면에서 위화감이나 이상한 점을 느끼지 않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가 각각의 캐릭터들을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은 그가 데뷔 이후부터 계속해서 들었던 장점이다. 그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던 감독이 과거에 올린 글에서의 망언이 재 조명되어 마블에서 잠시나마 퇴출되자 이때다 하고 DC가 그를 재빠르게 채용하였다. 그리고 제임스 건은 DC에서 그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잠재우고 있었던 폭력성이 짙게 깔린 히어로 들의 영화에서 계속해서 캐릭터들을 모두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들의 엉망진창의 관계를 핵심으로 이전에 망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다시 재탄생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영화의 시작부터 로켓을 계속해서 따라가면서 이번 영화의 중심에는 로켓의 서사가 있을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너무 밝지 않은 음악으로 이 영화도 너무나도 즐거움이 묻어 나온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분위기 속해서 악역 워독이 등장한다. 그의 첫 등장은 2편의 마지막에서 나왔기에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악역의 등장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빠른 등장에도 그의 목적이나 서사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왜냐면 우리들은 이미 드렉스를 몸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지만 생각은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 캐릭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워독의 경우 누군가의 명령을 통해 아직까지는 자신의 사고로 움직이지 않고 드렉스는 등장부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였다. 물론 영화는 로켓에 초점을 맞췄기에 이 둘의 등장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워독은 악역의 자리보다는 하나의 재앙, 사건의 시발점에 가까운 동시에 다른 사건에 의해 성장하게 되는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뀌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드렉스 또한 사건을 통해 또다른 성장과 극복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들은 비슷한 선상에 서 있기에 워독의 갑작스러운 등장 이후로는 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간도 아닌, 라쿤인 로켓에 우리들은 왜 공감하는 걸까. 그보다 왜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일까. 로켓은 영화에서도 누구보다도 가장 약한 위치에 존재한다. 그는 메인 악역의 사상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취급되었으며 그를 둘러싸고 있던 캐릭터들은 모두 그와 함께 세상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마주하였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 그의 세상이었던 친구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이를 계속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다. 영화는 약자의 시선에서 진행되어야 관객들은 더욱 영화에 몰입하고 그들에게 공감을 한다. 그렇다면 로켓 말고 다른 캐릭터들은 없을까? 주인공 리터 퀼이 있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모라의 죽음과 그녀의 기억 상실로 절망에 빠져 있다. 이는 극복할 수도 있지만 그의 절망은 이미 1,2,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에게 집중하여 극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 이상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영화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생긴다. 그 외에도 드랙스, 네뷸라, 맨티스, 그루트, 크래글린이 후보로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드랙스는 이미 타노스를 죽이면서 트라우마 따위는 없으며 네뷸라도 자유의 몸이 되었으며, 맨티스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크리스마스 특집에서 그녀의 고민을 보여주었다. 그루트도 이미 멋지게 성장하여 인물들을 서포트하며 크래글린은 그나마 고민이 있지만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는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 한 명 한 명 검토해 보아도 로켓을 약자로, 그리고 주인공으로 내세운 선택은 영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영화의 메인 악역의 사상은 단순하다. 멋진 신세계를 만드려는 사상을 가진 악역인 것이다. 이것은 우생학이라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그러한 사상임을 로켓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로켓은 인간에게서 태어나버린 존재인 동시에 영화를 바라보게 하는 시점이다. 감독은 그를 통해 인간의 반성을 이끄는 동시에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우생학적 사상이 잘못되었음을 시점으로도 보여준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자신이 신이 되고 싶어하지만 어떻게 보면 잘못된 신념을 가진 신이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신의 몰락을 거대한 연출로도 보여주지만 자신이 만든 로켓에게도 질투를 하는 장면에서 그는 질투라는 죄를 지니고 있다. 이렇듯 영화는 단순히 로켓만을 비추는 것이 아닌 그 만의 이야기가 존재하며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악역이었다. 어떻게 보면 흔한 사상을 가진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그에게 인간적인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신이라 말하고 중력까지 조절할 수 있지만 자신이 만들어 낸 라쿤에게 지적당하고 그의 지능을 탐내하는 모습은 그가 신이라고 보기보다 불완전한 인간임을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리고 잘못된 신념을 가진 신의 몰락을 보여주는 것이 후반에 나오는 동물들이 탈출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필자는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동물들이 도망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퀼을 워독이 살리는 장면은 천지창조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그 그림의 몽타주이다. 정신은 가장 어리지만 신체는 누구보다 강한 워독, 그리고 누구보다도 상대를 생각하고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달려가는 퀼의 만남은 감히 아름다우면서도 재미지다 종교적인 색체와 같이 역설적이면서도 자극적인 테마를 코미디라는 포장지로 랩핑해주는 감독은 캐릭터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매력은 모든 캐릭터들이 불완전하다. 그리고 불완전 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아가면서 하나의 완벽한 팀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들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와, 가족이라는 구성에서 벗어나와 그들 하나하나가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는 그들은 자신의 따뜻한 집에서 벋어 나와 또 다른 성장으로 이끌어가는 훌륭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감히 1편에 비빌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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