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벨 안에 HAL9000을 심으면 피어나는 꽃, 메간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 메겐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케이디의 옆에서 그녀를 보살핀다. 그리고 그녀와 오랜 시간을 머물면 머물수록 케이디의 이모 젬마가 보호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그녀의 보호자가 되려고 까지 한다. 그녀의 성장은 그녀를 만들어 낸 프로그래머들조차 놀라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한 그녀가 케이트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는 마치 영화 <애나벨>시리즈에 나오는 애나벨에게 보호자라는 역할을 얹은 느낌이 다. 그리고 이 각본을 제작한 사람이 컨저링 유니버스로 유명한 제임스 완이 제작에 참여한 점이 그의 색이 묻어 나온 것일 수 있겠다. 그렇게 애나벨에게 보호자라는 역할을 부여하자 무엇보다 이를 부모님을 사고로 잃은 케이트가 가장 반가워한다. 메간은 그녀가 사랑하고 아끼는 케이트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해가 될 만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음의 문턱에 멱살을 잡고 간다. 그리고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정당화한다. 그녀를 둘러싸고 인물 중 그 누구도 그녀를 위해서 움직이거나 생각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메간이 필요 이상으로 보호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자 젬마가 메간을 경계하고 폐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메간은 사람만큼 정신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케이트를 위해 젬마에게까지 협박을 한다.
이처럼 메간의 행동은 보는 관객들에게 아주 이해하기 쉬운 동기와 행동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메간에게 공감을 한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녀의 행동에 근거는 충분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녀가 행하는 행동에는 너무나도 과한 측면들이 존재한다. 물론 호러 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기에 그녀의 행동은 극적이고 과해야 한다. 그렇지만 케이트를 상처를 줬다고 죽음에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과한 측면도 존재하지만 영화는 경찰들이 아무런 대처도 취하지 못하는 장면들을 통해 영화에서 법이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란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설득 당하기도 한다. (물론 그럼에도 살인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메간은 아주 교활하고 영리한 동시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녀를 보여주는 호러영화의 연출법은 조금은 아쉬운 점들이 있다.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깜짝 등장해서 보여주는 연출이나 잔인한 고문 방법 등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미리 대기하고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정통적인 호러 연출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을 메간의 매력을 극대화 하여 커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을 관객들도 느끼고 이것을 알아챈 제작사는 2025년에 또다시 메간을 가져온다고 하니 처키, 애나벨에 이어서 호러 장르의 뉴 페이스의 성대한 환영 작품이다.
공상과학 영화, SF영화의 의의 중 하나는 미래에 탄생할지 모르는 과학과 기술 발전에 대해 ‘만약’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이다. 만약 미래를 볼 수 있는 초인적인 인물들이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예지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건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의문을 스크린으로 아주 영리하게 옮긴 작품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과 악용을 극대화 하여 이를 경고하는 메세지를 담은 것이 공상과학 장르의 의의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영화 <메간>은 미래 기술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 시켜 공상과학과 호러라는 장르를 결합한 아주 독특한 사례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처럼 공상과학과 호러를 섞은 사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상영관에 걸릴 정도로 2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계속해서 텐션을 유지하고 새로운 결합에 제작사들이 투자를 한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님에도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적 장르의 결합 시도는 인상적이다.
메간을 만들기 전 같은 제작사의 <인비저블 맨> 이라는 호러와 공상과학을 합친 영화가 있었다. 투명인간이라는 판타지로 취급되었던 물건과 능력을 사람들의 시선을 왜곡시키는 수트라는 물건을 통해 현실적으로 재현하였으며 이를 통해 무엇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액션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싸우는 그 처절함은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한다. <인비저블 맨>이 평론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흥행에도 성공하자 제작사는 계속해서 공상과학 장르와 호러를 섞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쩌면 지금까지의 호러 영화들이 미신이나 종교적 색체가 강했었던 것과는 반대로 그 미신들과 종교의 자리를 21세기에 가장 강한 종교 중 하나인 과학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최근 장르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호러 장르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필자는 공상과학 장르가 다른 장르를 부각시켜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호러 장르와 합쳐짐으로써 공상과학 장르에서 미래 기술에 대한 불안감과 경고를 사람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진다는 것을 보고 이 두 장르의 융합을 아주 환영한다. 물론 공상과학 장르라는 것이 넷플릭스가 다작을 하지 시작해서 우리들에게 아주 친근한 장르로 변모하였다. 그리고 호러 장르 또한 분위기가 아닌 그냥 깜짝 놀래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영화들이 많다. 만약 두 장르의 결합이 자칫 잘못하면 무섭지도 않고 미래 기술에 대해 어떠한 경고도 남지 않는 졸작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장르가 소멸되어지지 않고 새로운 탈출구를 발견한 점에서 필자는 아주 반가운 호러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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