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본과 얕은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흐릿한 용두사미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회사의 광고를 보여주면서 어떤 배경이고, 어떤 기술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지 보여준다. 광고는 사람들이 자신의 수명을 팔아 그 돈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수명을 보험 마냥 사오기 위해 주인공 맥스는 돈이 급한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에게서 수명을 구매한다. 하지만 영화 <인타임>처럼 단순히 손목을 가져다 대는 걸로 결제가 되거나 시간이 옮겨지는게 아닌 유전자가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신이 팔고 싶어도 구매자가 없거나 사려고 해도 판매자가 없다면 거래가 성사되고, 서로의 시간이 옮겨질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기술을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그들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수명을 사오는 금액 또한 큰 금액을 주고 사온다. 결국 젊어 질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나의 특권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이 특권에 불만을 가진 종교인이나 단체들은 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는 회사 ‘에코’를 향해 폭력으로 불만을 표출한다. 그들이 이 특권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은 존중을 한다만, 그렇다고 이 기술로 인해 젊어진 사람들은 찾아내어 무자비하게 죽이는 일 까지 할 필요는 과연 있었을까? 만약 이렇게까지 기술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전에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어떠한 제한을 둬야 한 건 아니었을까? 이렇게 영화는 아이디어는 오랜만에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왔지만 이를 두고 깊게 생각하거나 다양한 시선을 반영하여 제작하지는 못했다. 더욱 다채로운 시선으로 이 소재를 윤리적 고민을 할 수 있게 더욱 깊은 메세지가 필요했지만 이를 반영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심리가 일직선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인물들은 사건을 중심으로 두고 이를 빙글빙글 바라보지만 그들의 입장은 계속해서 일정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서 수명을 사오는데 아무런 죄책감도 없던 맥스가 갑자기 개과천선하여 후반부에 이를 반대하는 집단에 들어가기에는 설명이 부족하고 자신의 수명을 담보로 아파트를 구매했지만 이가 불타 없어져 자신의 수명을 강제로 빼앗긴 엘레나의 심리를 이해하기에도 헉헉 쫓아간다. 개인적으로 사건과 인물의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는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 보다는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나아가야 했지만 이들은 소재를 보여주고 설명하고 그리고 사건에 의한 피해자들인 동시에 가해자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필자는 이들에게 찝찝한 결말, 혹은. 결국 엘레나는 수명을 돌려받지 못하고 맥스는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지만 죽는 등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줘야 했었다. 갑자기 악역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처음에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윤리적 딜레마와 고민을 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얼렁뚱땅 넘어간다.
만약 처음에 보여준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고 단순히 회사와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장이나 다방면의 의견과 시선들을 넣었다면 그 메세지의 전달력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결국 공상과학이라는 장르의 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반전을 위해 사용되어지는 결구 이들도 프레임 정도만 가져왔을 뿐 이를 통해 더욱 깊이 들어가려고는 하지 않는다. 사이언스 픽션보다는 픽션에 가까운, 그래서 더욱 흐릿해 보이는 뱀의 꼬리로 막을 내리는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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