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로 즐기는 ‘봉준호 코스’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봉준호 감독은 하나의 메세지를 깊게 파고들었으며 이번 작품 또한 놀라울 정도로 그의 시선을 듬뿍 담아내었다. 미키의 복제와 그가 다른 미키를 만나는 교차점에서 [살인의 추억]에서의 두 인물 박두만과 서태윤이 교차하는 듯이 보였으며 [괴물]에서 나오는 괴물을 다른 행성의 원주동물(?) ‘크리처’의 모에화(???) 버전으로 귀엽게 그려 넣었다. 그리고 거대한 [설국열차]같은 우주선과 배양육, 복제인간과 모든 동물을 소스로 바꾸는 모습에서는 [옥자]가, 일파 마샬과 케네스 마샬의 마더 콤플렉스와 같은 관계는 [마더]를 떠올리게한다. 이들이 하나하나 모여 [미키 17]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되었다. 물론 이들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만듦새는 깔끔하며 부품 하나하나가 정결하게 정리되어 있어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을 보면서 ‘봉준호 감독님이 생각보다 아주 차갑고 냉철한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가장 크게 받았다. 기존의 작품들에서는 사랑이나 가족이라는 집단 구성을 통해 (그나마) 그의 날카로웠던 시선을 조금은 무디게 만들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면 이번 작품의 경우는 그러한 리미트, 한계도 만들지 않은 상태로 아주 냉철하면서도 날카롭게 다가왔음을 크게 느꼈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들을 어느 하나 멀쩡한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평면적이지만 깔끔하게 역할들을 부여하여 그가 전달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메세지들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그가 [기생충]에서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결말에서 이어지는 장점으로 거대 자본의 영화에서는 이가 더욱 돋보인다 .
그러한 메세지들이 특히나 권력층, 함선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닌 의도된 바일 것이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케네스 마샬은 낙선을 2번이나 경험하여 새로운 개척지를 찾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는 정치인이다. 그의 열성 지지자들이 빨간 옷을 입고 그가 구사하는 단어와 문장들은 자막이 없어도 들릴 정도로 알기 쉬운, 단순한 문장이라는 점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혹시 총알을 피한 것도 설마?) 거기에 더해 그의 옆에 있는 토니 콜렛이 연기한 일파 마샬은 그에게 계속 조언이라는 참견을 더해가며 그를 조종한다. 이러한 정치인들을 통한 ‘블랙 코미디’는 그가 노골적인 동시에 익살스럽게 전달했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 만큼은 익살스러움이 줄어들고 더욱 날카롭게 변모하였다.
이러한 날카로움은 화면으로도 많이 드러나는 동시에 여러 대사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조금은 지루하게 느낄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왜냐면 예고편에서 보여준 익살스러움이 영화에 나오는 ‘웃음’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코믹스러운 동시에 가벼운 영화로 다가올 줄 알았지만 찬란한 햇빛을 품고 있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심지어 그러한 장면들 또한 미키를 이용한 실험 장면이거나 방사능 노출을 실험하기 위해 일부터 태양에 노출시키는 장면일 정도로 보이는 것과 화면에 담긴 의도는 상반되어 더욱 어둡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고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하며 이는 마치 [기생충]에서의 색보다 더 어두울 수도 있다.
이는 두가지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제작비가 얼마나 적건, 많건 자신의 시선을 뚜렷하게 들어낼 수 있는 감독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들이 원하는 장르적 재미를 얼마나 잘 챙겼는지에 따라 관객의 평은 갈릴 것이다. 다시 말해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에 방문하였다면 상당히 만족할 것이며 ‘SF 장르 영화’를 기대하였다면 조금은 아쉬운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되는게 영화는 SF적 요소가 아주 많이, 듬뿍 들어가 있다. 복제 인간의 종교적, 윤리적 견해. 이를 이용한 부적절한 사례와 이를 통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시선을 적절히 따라가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 공감은 ‘크리처’들에게까지 전달되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블랙 코미디의 성격이 상당히 짙게, 봉준호 감독의 감칠맛에 사라져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필자가 사실 가장 기대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인 것도 있지만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를 보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트와일라잇]으로 시작해 최근의 [테넷]이나 [더 배트맨]만 기억할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 [더 로버], [잃어버린 도시 Z],[굿타임],[하이 라이프],[라이트 하우스] 등등 그만의 독보적인 노선을 걸어 가면서 연기력이 점점 하늘로 치솟고 있으며 그런 그가 선택한 미키의 연기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미키 17의 경우는 [더 로버]가 생각이 나며 미키 18는 차분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굿타임]의 코니 니카스가 생각나는, 서로 정반대되어지는 캐릭터를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귀엽게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감독들 중에서 제작비가 비약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자신의 시선을, 자신만의 무기를 내려놓고 나아가는 감독들을 여럿 보았다. 흥행에 성공하여도 그들의 손에 놔 버린 무기를 다시 집기에는 여러 갈등과 혼란이 올 것이다. 그런 감독 사이에서도 아무리 제작비가 늘어나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사라지지 않는 감독들이 존재한다. 현대에 와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시간), [쿠엔틴 타란티노](대사), [맷 리브스](충돌), [기예르모 델 토로](덕질) 등등 제작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이 존재한다. 이제 봉준호 감독 또한 그들 사이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철학을 가진 감독으로 올라섰음을 이번 영화로 증명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라고 필자는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 이상으로 위대한 감독들과 같이 살고 있는 현 시대에 감사할 따름이다.
요약 3줄
1. 어둡지만(실제로 화면이) 봉준호 감독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2. 로버트 패틴슨의 아주 적절한 연기(들)
3. 호불호는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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