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방향성, 급박한 뜀박질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어 제목에서도 [Exorcism Chronicles: The Beginning], 더 비기닝이 적혀 있는 것과 상영 시간이 1시간 25분이라는 조금은 짧은 시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가장 맛있는 부분만을 골라 만든 작품이 아닌 [퇴마록]이라는 작품의 시발점에 위치해 있다. [퇴마록]이라는 작품이 과거 굉장한 유행을 보여주었다고 하여도 현재 필자와 같이 책과는 많이 멀어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인 동시에 경계심을 지니게 만든다. 그러한 경계심을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과 같은 실사화(사실 이미 한번 함)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누그러트린 선택은 긍정적인 판단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만큼 영화는 액션들을 과장스럽지만 빈틈없이 그려 넣었다. 다만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인지도가 조금 더 앞선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롱테이크’ 액션의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옮고 그름이 아닌 단순히 다름의 차이다. 만약 후반의 액션 부분을 조금 더 롱 테이크로 이어가는 동시에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었다면 1대 다수라는 상황에서의 입장을,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술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 관객의 몰입을 더욱 당길 수 있는 방법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롱테이크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부분인 만큼 액션에서의 연결성의 아쉬움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결성은 캐릭터들의 관계에서도 보인다. 각각의 캐릭터들 복수자 이현암, 신부 박윤규, 그리고 스님 장호법은 제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에 등장한다. 문제는 분량을 줄이기 위함 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들의 서사의 언급이 너무나도 가볍다는 것이다. 신부 박윤규는 과거 의사였을 때 구하지 못한 소녀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 트라우마의 연출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탓에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매드 맥스: 분노의 질주] 초반에 맥스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연출이 더욱 깊이가 남으며 후반 마지막에 이 덕분에 살아남는 연결점까지 강하게 그리고 짧게 관객의 뇌리에 박아 넣는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서사의 깊이에 대한 아쉬움은 후반에 가서 더욱 크게 작용되어진다.
특히 마지막 제물이라고 하는 장준후의 서사는 한국 드라마를 그대로 가져온 탓에 마지막에 가서는 지루함까지 느껴진다. 그가 뛰어난 동시에 서교주의 마지막 제물로 선택되어 희생당하려던 순간 장호법이 나타나 갑자기 ‘유얼 마이 썬’ 이라고 언급하면 관객들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어떠한 갈등도 없이 갇혀 있던 소년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바라보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까운 결말을 보여준다. 어떠한 서사 없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 혼자 거대한 스크린 비중을 앗아가는 건 다른 캐릭터에게 민폐 그 자체다.
캐릭터들의 서사에서는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악령이나 유령, 악마의 연출과 디자인이 굉장히 잘 나왔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초반 악마의 아스타로트의 디자인은 인간의 크기가 아닌 거대한 형성에 도저히 내편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악의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서교주의 각성하는 장면이나 상대방의 트라우마를 자극시키는 (관객에게는 트라우마를 선사하는) 강렬한 연출과 악령들의 표현은 강렬함을 선사한다. 마지막 서교주의 캐릭터의 변화와 캐릭터 디자인도 긍정적인만큼 서사쪽의 힘을 싣는 법을 배운다면 다음 작품은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 악역이 되지 못한 서교주 또한 비극적인 캐릭터이다. 각 캐릭터들이 싸우는 이유를 대사들로 언급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이 대치하는 것은 서로의 정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액션들을 위해서는 캐릭터의 단단한 서사가 필요하고 이러한 서사는 액션을 관람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최후의 악당인 서교주의 서사가, 그리고 그가 바라던 것이 단순히 힘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여러 관람객들을 모으기 위해서 보다 가벼운 목적으로 바꾼것이라고 판단되어지지만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깊이 있는 철학이 담겨져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퇴마록이라는 작품이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며 이 중에서 가장 높게 평가 받는 이야기가 존재할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감독과 제작사쪽이 더욱 용기를 보여주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바로 가장 높게 평가 받는 이야기만을 골라 처음 보는 관객은 물론, 올드팬도 만족시켜줘야 했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부터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시작하고 싶어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여유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원작의 양이 방대한 만큼 ‘더 비기닝’을 붙이지 않아도, 그리고 더욱 좋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임에도 이를 회피하고 처음부터 걸어 나아갈려고 했다는 점은 정직하지만 항상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에
요약 3줄
1. 빈약한 캐릭터 서사
2. 만족스러운 캐릭터 디자인
3. 더 좋은 이야기를 들고 올 용기의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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