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매콤함 뒤에 찾아오는 따듯한 단맛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근래 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면 개봉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만큼 이미 늦은 것이 아닐까 라는 개인적 고뇌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번 시청한 후 필자는 이 작품이 아주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필자는 공상과학, 판타지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추상적인 요소들에 큰 관심을 느낀다. 그래서 (안타깝게) 이를 함께 다루는 호러 장르의 작품도 관람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극복할 정도로 필자는 ‘인간’, ‘사람’의 본질과 성찰에 깊은 관심이 있다. 그런 인간의 ‘꿈’에 대해 다루는 작품인 만큼 필자에게 있어 환상적이고 꿈을 통해 인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너무나도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의 초반부터 경감 코나카와 토시미의 치료를 하려는 작품에서 그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달려들거나 각종 다양한 장르의 영화의 장면들이 여럿 지나면서 그는 그의 마지막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이는 호텔에서 마치 범인을 잡지 못한 그의 트라우마가 반복되어지는 듯 하다. 그가 앞으로 달려가도 호텔의 복도는 울렁거리며 그의 트라우마에서의 회복을 방해한다. 그런 그도 마지막에 가서는 그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고 그의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진다. 이는 아주 단편적인 이야기임에 불과하지만 고작 90분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의 정신적 트라우마의 극복, 그리고 거대한 이사회의 음모까지 밝혀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정신없지만 즐거운 경험이다.
장자가 과거 언급한 말 중 하나인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인가.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가’ 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에서는 나비가 많은 빈도로 등장하며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현실과 꿈을 오가는 연출은 가히 환상적이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존속의 이유를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보여준다. 현재에 와서는 영화에서도 이 수준의 연출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할리우드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개성적이고 뛰어난 감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환상적인 연출 중에서도 감독 ‘곤 사토시’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충분히 반영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에 퍼레이드의 장면에서 온갖 장남감들의 나열을 통해 우리는 일본 버블경제의 여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욕심 (일본의 상위 학교 입학 경쟁 또한 한국만큼 상당하다), 성에 대한 인식, 많이 보도 되어지지 않는 일본의 노숙자, 히키코모리, 정치인의 유언비어, 사이비 종교 문제 등등 불과 몇 분이지만 그가 이전 작품들 [천년여우], (특히!)[도쿄 갓파더즈]를 생각해보면 그는 누구보다도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낮은 위치에서 사람,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그는 낮은 위치에서 모두를 이해하려고 하였으며 동시에 누구보다도 인간이라는 종족을 깊이 이해하려고 하였으며 이를 꿈이라는 소재로 잘 풀이하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아기로 변한 파프리카가 탐욕에 범벅이 된 넘쳐흐르는 노인의 꿈을 흡수하며 점차 성장하게 된다. 이는 마치 (지금도 여전한) 권력을 지닌 기성 세대를 향해 이제는 그들의 꿈을 젊은 세대, 시대에 물려 주어야 비켜주어야 이들이 자랄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해서 꿈을 꿀 권리까지 뺏고 앗아가야 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이누이 세이지로는 자신의 제자의 육체를 탐하며 이를 그릇삼아 다른 사람의 꿈을 강제로 앗아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린 인물이다. 이러한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꿈이기에 그는 미래를 꿈꾸는 젊은 세대, ‘파프리카’에게서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작품은 단순히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배후의 존재를 통해 사회의 문제들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있는 동시에 본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경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밸런스가 아주 좋다. 어느 작품에서도 사건과 인물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그리는 작품은 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 게다가 이를 짧은 시간안에 빈틈없이 그려낸 곤 사토시 감독의 훌륭한 연출에는 감탄의 연속을, 무엇보다 꿈 속을 보여주는 장면들, 그리고 현실과 오가는 연출들은 여러 다른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던 동시에 여러 작품에 영향을 주고있다.
마지막 어린 아이가 꿈을 먹고 성장하는 것은 추상적이지만 감독의 깊은 시선일 것이다. 누구보다도 아래 사람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누구보다도 먼 곳에서 모두를 바라보고 누구보다도 위에서 내려다 봐준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본인의 시선이 가득 담긴 작품들을 여럿 남겨주었으며 이를 반영하여 여러 예술가들 또한 그들만의 철학과 시선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언젠가 ‘더블 파프리카’라는 이름의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꿈속에서라도 그에게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다
요약 3줄
1.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인 연출
2. 개인의 드라마에 거대한 음모까지 적절한 스토리의 밸런스
3. 감독의 마지막 작품, 볼 때 마다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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