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소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는 우리들에게 간접 경험을 시켜준다는 의의와 함께 인물들의 행동을 간접 체험시켜준다는 의의 또한 존재한다. 경험과 체험은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단어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할 때는 우리들의 무의식에서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다른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들이라면 이번 작품은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을 조명하며 그의 일상에 관객들을 손으로 끌어들여 체험시켜준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현재의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이들에게 소탈하며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빗자루 소리에 일어나는 도쿄 공공화장실 청소부인 히라야마를 비추면서 시작한다. 그는 일어나자 마자 일말의 망설임이나 피곤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잠들었던 이불을 치운다. 그리고 아랫층으로 내려가 하루의 준비를 시작한다. 양치, 화분에 물을 주고 선반에 순서대로 나열해 둔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나와 새벽의 산뜻한 공기를 폐에 넣은 다음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한잔 뽑아 차량에 오른다. 그리고 자신의 출근 장소로 이동하면서 카세트 테이프에 있는 음악을 틀기 시작한다. 이러한 루틴은 천천히 그리고 나긋이 보여주며 그가 규칙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도 그에게는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진다. 한 아이가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화장실에 울고 있는 걸 발견한다. 혹은 신사에서 조용히 점심을 먹으면서 필름 카메라로 하늘을 찍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화장실 틈 사이에 있는 메모지에 있는 오목을 이름 모를 누군가와 즐긴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젊은 사원인 타카시의 돈 숭배 이야기를 듣는다. 어느 날에는 그가 홀딱 반한 술집에서 일하는 아야짱을 태우고 카세트 테이프를 중고로 팔기 직전까지도 간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자신의 조카가 갑자기 찾아와 자신의 집에서 머물면서 자신의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자신의 단골 집에 사람이 많기도 하며 없기도 하며 그가 똑같이 유지하려고 하여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긴다.
이렇게 보면 그의 일상에는 여러 사건들만 벌어지면서 이미 고난한 그의 삶에 더욱 고난이 더해지는 마치 [조커]와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이러한 사건들에서 그가 카메라로 찍는 듯이 포착하는 작고 소중한 작은 행복들이다. 아이를 엄마와 만나게 해 준 후 받은 작은 감사의 인사, 신사에서 얻은 작은 묘목을 집에서 키우는 행복, 돈 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타카시가 차별 없이 모두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행복. 자신의 조카와 함께한 재미있는 일상에 오랜만에 자신의 여동생과 만나게 된 행복 등등 그는 언제나 같은 그의 일상에서 고난과 사건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삶은 많은 현대인이 부러워할만한 삶일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주인공과 같이 인간 관계에서 눈치를 보거나 눈치를 보이거나 할 필요도 없는 일상. 그리고 다른 이와 소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단순 작업. 게다가 크게 무언가를 바라는게 아닌 저녁에 단골집에 가서 음식을 먹고 주말에 중고 책 한권과 새로운 필름을 살 정도의 수입. 주말에는 조용히 햇빛을 받으면서 노곤하게 잠에 들고 단골 술집에 가서 한잔 가볍게 걸칠 수 있을 정도의 일상. 그런 일상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우리 사회, 특히나 한국 사회에 더욱 많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감히 추측해본다.
하지만 과연 이런 삶은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한국은 끊임없이 자신과 누군가를 비교하고 만다. 과거에는 옆집 철수와, 그리고 옆자리 영희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반 모두와 경쟁하거나 전국 모의고사에서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실패를 희망한다. 현재에 와서는 한국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이들의 결과물과 나의 노력을 비교하면서 낙담하고 만다. 이러한 경쟁과 비교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 있다. 이런 삶에 실망하고 뒤를 돌아보는 이들은 사실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왜냐면 우리들은 유일하게 내가 남들보다 더 낫다고 믿고 생각하는 것에 현실의 고난함을 위로 받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가 이런 삶이 가능한 것은 아마 그의 과거의 경험 덕분일 것이다. 그의 여동생은 전용 기사를 데리고 자신이 딸을 찾으러 왔다. 그리고 그의 삶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알아들으며 가지고 있는 테이프들의 상당수가 한정판이나 희귀본이라고 하는 것을 보아 그는 과거 상당한 부유층의 가문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또한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누군가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었을 것이며 이는 아마 그의 아버지일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세습의 문화가 굉장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만약 그가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를 이어가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 그가 스스로 출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들어올 권력과 재산을 포기하면서 자유를 찾으러 나아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들은 짧게 나마 그를 통해 일상의 행복을 찾는 그의 자유를 체험해볼 수 있다.
요약 3줄
1. 경험보단 다른 이의 삶의 체험을
2.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것 같은 일상
3.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는 작은 행복 조각
파벨만스 – 한국 사회가 그렇게 추구하는 융합형 인재의 탄생 (0) | 2024.07.31 |
---|---|
데드풀과 울버린 – 먹어야 하는 약도, 먹으면 안되는 약도 다 하고 온 데스형 (0) | 2024.07.24 |
원피스 레드 필름 – 원작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신세계의 바람을 (0) | 2024.07.19 |
스즈메의 문단속 – 거진 액션 영화나 다름 없는 연출과 스피드 (0) | 2024.07.18 |
펄 – 잘못된 도로시를 고른 <오즈의 마법사> (0) | 2024.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