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충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여러 작품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이를 일정한 퀄리티로 보여주는 감독은 많이 없다. 그런 감독들 사이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항상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감독이다. 지금까지 상당히 긴 러닝 타임의 작품들을 가지고 왔지만 이번 작품은 2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왔다. 그런 그의 작품은 차분한 동시에 무거운 돌로 천천히 관객을 짓이기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사람을 깊이 다루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왔을까.
영화는 하라사와를 배경으로 플레이모드라는 연예계 회사가 마을에 캠핑장을 만든다며 주민과 그 직원의 충돌이 큰 줄거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과 줄거리는 인물들의 리액션을 이끌기 위한 장치이며 영화 자체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바로 주인공 야스무라 타쿠미와 그의 딸 하나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하나의 시점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녀는 항상 숲이나 동물과 함께하며 다른 인물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녀의 또래와 함께 있는 장면은 없다. 마치 자연과 일체 한 듯이 주위를 둘러싸는 듯이 바라보며 자연을 타쿠미를 통해 이해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하나의 아빠인 타쿠미는 마을의 개척이주 3세대로 마을의 심부름꾼을 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묵묵하지만 말을 해야 할 때는 목소리를 올리고 다른 이를 제지해야 할 상황에서는 제지하는 다른 이들보다 성숙하며 믿음직한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들을 영화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집착에 가까운 경지로 카메라로 따라간다. 그들의 행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듯 혹은 그들의 행동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카메라는 그들의 행동이 끝날 때 까지 화면 전환은 커녕 컷을 하지도 않는다. 덕분에 관객들은 그들이 어떠한 인물들이고 각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들 그리고 이 마을 사람들 앞에 선 연예계 회사 플레이모드의 직원 타카하시와 마유즈미는 그들 앞에서 처음에는 떳떳이 그리고 당당히 말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캠핑장에 대한 의문과 의구심의 질문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도쿄에 돌아가 사장에게 말하지만 현장직의 마음을 모르는 사무직 답게 무작정 밀어 붙이라고 밖에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마을 사람들과 크게 충동 하였기에 껄끄러운 마음으로 올라가지만 사실 그들도 내심 마을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감을 해도 그들의 화려한 옷 색깔처럼 그들은 마을, 자연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외지인에 단순한 사람들에 불과하였다.
영화는 이렇게 한가지의 사건을 통해 여러 인물들을 그려 나아가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이전 작품들이 한 명의 그리고 소수의 인물들을 깊이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인물과 사건 사이의 밸런스의 균형이 좋으며 이를 위해 나아가는 추진력 또한 부드럽다. 하지만 하마구치 감독의 작품을 본 적이 없는 관객이나 일본 영화 특유의 느린 템포들을 지향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말을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메시지에서 지루함은 찾아 볼 수 없으며 이를 전달하는 템포가, 그리고 나아가는 속도가 조금은 느릴 뿐이다.
이번 작품의 제목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관객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과연 누가, 혹은 어디에 악이 존재하지 않는가 이다. 필자 또한 도대체 누가 악이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필자가 마지막에 느낀 것은 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인물도 사건이 아닌 바로 자연 그 자체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메세지를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감독은 그 이전부터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단서를 던져 주었다. 단지 그 파동이 우리가 눈치채기에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는 두 마리의 사슴과 마주한다. 어른 사슴과 새끼 사슴을 마주하며 한 마리가 총을 맞았는데 이는 아마 새끼 사슴일 것이다. 왜냐면 타쿠미가 타카하시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왜 공격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는 이전 장면에서 바로 설명되어져 있다.
‘야생 사슴은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아 예외가 있다면 아마 새끼 사슴의 부모가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겠지요’
이 장면이 상당히 길게 되어져 있는 만큼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미 경고와 각오를 던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타카하시를 공격하는 것은 바로 하나가 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새끼 사슴인 것이다. 타쿠미와 하나는 자연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들이며 이들이 외부인으로부터의 공격, 침략으로 부터 공격을 당한 것이다. 왜냐면 직원들 타카하시도 마유즈미도 주민들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회사를 포기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도 그들은 끝까지 캠핑장을 만들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개발과 개척이 총성을 울리게 되었으며 그들의 전진이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을 타쿠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추상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들을 감독은 덫처럼 관객들에게 준비를 해 두었다. 덕분에 처음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아도 2번째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 하였듯이 이를 전달하는 스피드가 굉장히 느긋하고 천천히 나아가기 때문에 이를 지루하게 느낄 관객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의 좋은 서사와 드라마 그리고 메시지를 함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3줄 요약
1. 조금은 느긋하게 출발하며 목적지가 열어놓은 결말
2. 각 인물들이 입체적이며 사건과의 밸런스도 좋아졌다
3. 하지만 오락과 재미를 앞으로 내미는 작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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