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의 선상에 내던져진 관객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필자는 영화를 보고 나면 추천하기 좋은 영화, 추천하기 애매한 영화, 그리고 이건 차마 보여주기 싫은 영화인 경우가 있다. 이번 영화의 경우 두번째인 영화 자체의 질은 좋지만 일반 관객을 상대로 추천하기에는 애매하고 어려운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수 있지만 한가지의 사건을 여러가지의 시선으로 진행되어지는 것도 아니며, 한가지의 사건을 깊이 다루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캐릭터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에 대해 사건과 인물 양측 모두를 탄탄하게 잡은 영화라고 확답하기에는 껄끄러운 느낌이 든다. 이를 각 인물들을 통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리는 그레이시 애서턴유와 조 유 사이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이다. 그녀가 그레이시는 연기하는데 필요한 정보들과 그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직접 그녀의 생활에 스며든다. 그녀는 다양한 정보는 취득하기 위해 그레이시의 생활 바로 옆에 다가가기도 하며 그녀의 화장품 하나하나 메모한다. 그리고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그녀의 주위 인물들을 한 명씩 취재해 나아간다. 그녀의 전 남편, 현재 남편, 그녀의 전 남편과의 자식들, 그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와 그리고 그레이시 본인까지 철저하게 조사를 한다.
베리는 그레이시를 조사하면서 점차 그녀처럼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의상도 변해가면서 동시에 그녀의 사고 또한 융합되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후반부에 나오는 조 유와의 성교 장면일 것이다. 아주 잠시나마이지만 그녀는 조 유를 유혹하듯이 다가와 그와 함께 몸을 섞는다. 하지만 그녀는 조 유에게 진실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닌 단순히 그레이시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를 사용한 듯이 보여진다. 그 예로 그녀는 그와 함께하다가도 그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순간이 있으면 그레이시가 조 유에게 주었던 편지를 읽으면서 역할에 몰입하듯이 보여진다. 그러한 그녀가 조 유를 유혹하기라는 절대 어려운 점이 아니었다.
조 유는 미국의 7학년, 아직 미성년일 때 그레이시와 눈이 맞아 아이를 출산하여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된 인물이다. 그는 그레이시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작은 취미는 애벌레를 나비로 탄생시키는 일이다. 그는 이 일에 정말 진심인 듯이 보여지며 이와 관련된 그룹에도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다른 이들은 그가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었다고 하였지만 그 성장이 거기서 멈춘 듯이 보여지는 거대한 몸에 위태로운 어린아이와 같아 보인다. 무엇보다 그가 그레이시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그레이시는 그가 그녀를 유혹했다고 주장하고 그도 이에 대해 스스로 의심을 한다. 이는 마치 과거 명작 <가스라이팅>에서 너가 이상하다고 계속해서 말하는 듯이 말하는 장면처럼 보여진다. 그렇게 그는 위태로운 인물로 그레이시에 의해 변태하지 못하는 애벌레처럼 움츠러들어있다.
그러한 조 유가 미성년자일 때 아이를 가져 감옥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이로 인해 이전 가정을 파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 잘못을 느끼고 있지 않는 그레이시는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훌륭한 생활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은 모르는 동정심이 자신이 만드는 케익을 주문하고 세상의 시선 따위는 전혀 모른다.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순진함이 자신의 선천적, 자랑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마지막의 자신의 자아는 튼튼하다는 대사와 함께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왜냐하면 순진함과 자아의 튼튼함은 전혀 어울리지 않음에도 그녀의 언급은 절대 거짓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녀는 영화를 보는 시선으로 반영되어지지 않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레이시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달되어지고 있다.
그레이시를 보면 관객들은 애내하고 확연치 않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녀는 순진하며 순수해보이지만 그녀가 총을 잡은 모습은 순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녀의 삶도 몇번의 이사와 남자 형제들과의 사이,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한 소문 등 그녀에 대해 확실한 정보는 단 하나, 성범죄자들 사이트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점만이 존재한다. 그녀의 존재는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옳고 그름의 선이 미약함을 인물로 구현화 하여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철학과 선이 명확한 사람들은 많이 없으며 그나마 이러한 선이 유명해 진 것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일관된 자신의 철학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주관적인 선에서 그리고 사회적 법으로 본 객관적신 선에서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 선의 두께나 깊이 길이 등이 제각각인게 얼마나 어려운지 감독은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어지는 그런 유쾌한 영화는 아니다. <리플리>처럼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 관계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하는 꺼끌꺼끌 한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한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등장하는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어쭙잖은 편집으로 나눠서 결합시킨 연기 못하지만 예쁜 배우들을 모아둔 것이 아닌 최고의 연기를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롱 테이크를 통해 제철 과일, 생선처럼 한 움큼 잡아 올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등장하는 배우 중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이들의 연기를 보기만 해도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리플리>보다는 낮고 <가스라이팅>보다는 밝지 않는 조명으로 여러 의미에서 눈을 찌푸린 채로 영화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3줄 요약
1. 압도적인 연기력과 안정적인 미장센
2. 갈수록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와 캐릭터들
3. 하지만 불쾌하고 껄끄럽게 빠져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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