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배제하고 다투는 괴수들의 얕은 충돌 4/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과거의 괴수 영화와는 다르게 현대의 괴수 영화는 밀도보다는 크기를 밀어 붙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질라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는 흐름이다. 점점 더 거대한 고질라를 꺼내기도 하며 그들을 통해 압도적인 위압감과 공포감이 아닌 그들을 통한 통쾌한 액션을 앞으로 내밀며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를 홍보한다. 이를 업계에서는 몬스터버스 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는 통용되어지지 않고 오히려 괴수 영화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마이너하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르이다.
콩의 지구 아래에 있는 할로우 어스에서 자신의 종족 찾기, 일족의 마지막 아이 지아의 자아 찾기 그리고 고질라의 방사능 먹방으로 크게 3개를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진다. 이들 중 인간의 이야기와 킹콩의 이야기가 중반에 넘어서는 2개로 정리가 되며 고질라는 후반의 이야기에 합류함으로써 1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장 중심의 이야기는 콩의 서사이며 시작부터 그를 비춘다. 문제는 이들의 이야기가 각자 너무나도 따로 놀다가 후반에 갑작스럽게 합쳐진다는 점과 합쳐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치 드라마를 압축한 듯이 보여진다.
이들의 싸움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후반의 전투는 상당히 눈요기가 되어진다. 그렇지만 이만을 위해 영화를 볼 필요는 절대 없다. 그보다 오히려 필자가 흥미롭게 느껴진 점은 괴수들의 디자인이다. 콩의 디자인은 현실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게 디자인되어져 있으며 적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인간의 조상과 같은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에도 간석기와 뗀석기의 차이가 보이듯이 무기를 차별화하여 디자인하였다. 고질라 또한 일본 영화의 고질라와는 다르게 좀 더 이구아나와 같은 모습으로 디자인 되어져 있다. 제각각의 괴수들의 울음소리 또한 각자 다른 매력이 있지만 여기서 필자가 생각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말하지 못하는 짐승들로 보여주는 연출의 한계이다.
콩, 고질라, 등등의 괴수들의 단점은 바로 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이 말을 못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단순히 공포를 주는 역할을 했다면 현재에 와서는 그들이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렇게 주역을 주었지만 그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상 그들의 심리상태나 상황을 소리로 만은 알 수 없다. 그 때문인지 그들의 연출이 상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여지는 연출로 되어 있다. 과장된 움직임보다는 마치 카드 패를 겨루는 듯한 액션과 리액션의 단조로운 결투는 그들의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함이라고는 해도 새로움이 없어 영화의 매력을 낮춘다. 게다가 괴수 뿐만 아니라 전작에서 기억도 안나는 인물들의 등장도 문제다.
영화는 공상 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점들이 여럿 보였으며 공상과학 보다는 판타지 장르에 더욱 가깝다. 온전히 괴수에게만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살고 있는 할로우 어스 라는 공간과 생태계, 괴수들의 설정과 인류학을 무시하는 것 이상으로 과학에 너무나도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그 누구도 공상과학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마치 지구가 평평하거나 도넛 모양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쓴 듯한 설정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설정들은 영화를 그리고 괴수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며 이를 설명하는 인간들의 등장이 크게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영화 중에서 인간이 등장해서 좋았던 점은 단 하나, 콩의 팔에 새로운 무기를 쥐어 주는 것이다. (이 또한 참으로 일본스럽다) 하지만 초반에 인간이 최고라고 생각한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보면 이 또한 인간이 자연에 간섭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스컬 아일랜드에서 콩을 할로우 어스를 보낸 시점에서 이미…) 콩에게 새로운 무기를 쥐어준 것 또한 인간이 자연에 간섭을 하고 인간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고로 그들의 생태계에 침범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이 설명하는 해야 하는 설정들이 너무 많은 탓에 영화의 흐름에 윤활류가 아닌 본드를 바르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국에서 괴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최대한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괴물>이나 <클로버필드><콰이어트 플레이스>등) 하지만 할리우드의 괴수 장르 영화에서 이는 대부분 저예산이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영화에서 한정되어지며 거대 제작비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괴수들이 주역의 자리를 꿰찬다. 그리고 그들이 주역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건 바로 스토리가 아닌 거대한 액션들이다. 빌딩이 무너지고 사람은 카메라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대한 싸움을 기대하며 관객들은 거대한 극장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장면들을 위해서 극장에 굳이 발을 옳길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개봉한 3월 말에서부터 4월 초까지 날씨는 많이 풀렸다. 다들 밖에 나가서 따뜻한 봄 기운을 받기를 바란다.
3줄 요약
1. 다양한 몬스터들의 등장으로 즐기는 눈요기
2. 상당히 볼만한 거대한 괴수들의 액션들
3.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 보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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