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 털로 어루어 만진 DMZ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필자는 항상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물론 미국의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사실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만약 강한 IP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이 아동용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면 더욱 좋은 영화와 매체들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작품에 그렇게 거대한 기대와 포부를 담고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은 아니지만 생각 이상의 안정적인 스토리를 보여주어서 상당히 놀라웠다.
영화의 시작은 DMZ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화면으로 글자로 설명한다. 그 다음 수류탄을 들고 있는 황금박쥐의 모습에서 그 수류탄을 가지고 놀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상당히 섬뜩함을 느꼈다.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게다가 수류탄이라는 물건이 동물들 사이에서 통통 튀는 모습을 보면서 밝은 노래로 영화의 막을 연다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로 그렇게 살벌하게 무기가 나오는 장면은 많이 없으며 각 캐릭터와 DMZ에 지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살쾡이(쾡이)와 담비 간의 군인의 망원경 가져오기 게임을 보여주는 등을 통해 캐릭터들의 성격, 그리고 DMZ구역과 한국 역사에 대해 개미를 통해 알기 쉽게 이해시켜준다
어느 날 주인공 담비에게 살쾡이의 아버지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으로 그녀를 불러 그녀의 어머니가 해내지 못하고 사라졌던 임무, 폭탄을 터트려 남북 정상회담을 방해한다는 임무를 맡긴다. 그녀 또한 DMZ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이를 수락한다. 동물 입장에서 통일이 된다면 DMZ 구역에서의 생활은 더이상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며 동물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터전이자 평화로운 공간, DMZ의 현상 유지가 인간들의 충돌로 인해 발생되어진다는 점은 논리적이고 고개를 끄덕일 만하였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은 폭탄으로 방해(라고 쓰고 테러라고 한다)를 한다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여주었기에 영화의 각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필자에게 있어 김원사라는 캐릭터가 입체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의 셔츠에는 앞에는 용기(Brave) 그리고 뒤에는 평화(Piece)라고 쓰여저 있다. 이 두 단어 모두 긍정적으로 사용되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만약 개인에게만 사용이 된다면 이는 모두 부정적으로 바뀐다. 혼자만의 용기는 때때로 오만이 되어지며 잘못을 초래하고 개인의 평화는 누군가의 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를 앞둔 군인이지만 그의 삶, 그리고 평화의 유지를 위해서 남북 다리에 폭탄을 설치해서 정상회담을 방해하겠다는 동물들과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는 동물들을 훈련시켜 폭탄을 설치하는 등 상상 이상으로 치밀한 목표와 계획 그리고 실전과 같은 연습을 통해 나아간다. 그리고 동물들 또한 그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붙잡힌 상태이지만 함께 훈련을 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필자의 걱정은 여기서 시작되어졌다. 아무리 현실에서의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아도 매체에서는 어떻게든 북한과 남한이 손을 잡고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심지어 결혼을 하거나 그들이 남북통일을 이루어 냈다는 결말을 얼렁뚱땅 내놓기까지 한다. 이를 기반으로 생각하면 결말 부분에서 각 캐릭터들이 본인들의 개인적 평화와 현상 유지를 위해서 폭탄을 터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아주 부드럽게 넘기고 비틀려고 하였다. 그는 실제로 폭탄은 터트리지 않았지만 이 선택을 위한 기반으로 담비의 엄마의 선택, 바로 과연 폭탄을 터트린다고 DMZ의 평화가 유지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이다.
실제로 만약 남북 사이에서 폭탄이 터진다면 오히려 평화가 아닌 또다른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으며 그들이 말하는 평화가 오히려 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김원사의 바램, 현재의 군인 신분으로써의 현상 유지는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동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터전, DMZ가 보존이 되어질지에 대한 확답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절반 정도의 관객은 감독의 의문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감독도 이러한 관객들을 위해서 앞으로 미래의 세대에 맡긴다는 어떻게 보면 뒷세대에 책임을 넘기는 결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든 부드럽게 관객들을 평화의 결말로 이끌어 간다. 특히나 영화의 관점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입장이며 이를 보는 아동층을 노리고 제작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런 자극적인 결말을 내밀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존재한다. 그러기 때문에 매체로써의 한계와 DMZ라는 구역에 있는 동물 캐릭터의 관점을 반영하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에게 있어 이러한 작품의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이 각각 존재한다. 만족스러운 점은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며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가볍게, 그리고 깊이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깊이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시에 아쉬운 점이라면 만약 애니메이션 작품이 한국에서 더 대중적이였다면 약간 더 긴 작품으로 제작되어, 아동 층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세대를 타겟으로 했다면 앞서 말했듯 한국의 개성이 담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레빗>처럼 익살스럽지만 감동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깔끔하게 복선을 회수하고 짧지만 다채롭고 깔끔한 연출과 액션을 보여준 작품이다. 역시 한국만의 개성 있는 스토리를 앞으로 밀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작품들 사이에서 가장 확고하고 잘 만들어진 한국 작품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니, 영화 수준이 내려간 건가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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