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숴진 채로 너무 늦게 도착한 종합선물세트 3/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처음부터 들어가자면 필자는 에스파 걸그룹의 팬도 아니며 이 작품을 순수하게 영화관에서 볼 수 있고 관람할 수 있는 ‘작품’으로써 평가하였으며 에스파 걸그룹에 대해 어떠한 부정적인 의견이 없음을 사전에 올리고 시작하고자 한다. 에스파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룹의 곡들이나 멤버에 대해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이 관람을 하러 가였으니 만약 이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롯데 엔터테이먼트에 해 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콘서트장에서 팬들에게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작품은 두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바로 필자처럼 에스파의 이름은 알지만 팬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관람을 하는 경우와 걸그룹 에스파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방문한 팬의 관점이다.
우선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일반인들에게 흥행하고 성공을 한다면 한가지 뚜렷한 증거가 나타날 것이다. 바로 이 작품을 본 후의 관객들이 에스파라는 그룹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그룹과 멤버들의,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필자가 항상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바로 영화의 스토리, 이야기가 사건을 중심을 하고 있는지 혹은 인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다큐멘터리이지만 유명 인물과 인사를 다루고 있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 우리들은 그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
아이돌의 사건이라고 해서 사건/사고를 말하는게 아니다. 그들이 일으키는 행위, 바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가 바로 그 사건에 해당된다. 그들의 사건은 인터넷과 뉴스, 혹은 팬들이 그들을 촬영한 영상들로 이미 해결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퍼포먼스를 다시 보기 위해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스파 그룹 멤버들의 이야기가 깊게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에 대해서 필자는 부정하고 싶다. 영화에서는 그들을 입체적인 인물이 아닌 퍼포먼스에 서는 그들의 심정을 이야기를 하거나 설명을 하는 인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들이 그들의 그런 설명을 듣고 싶어서 극장에 방문한 것일까.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본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음악을 좋아해서도 있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그 인물의 뒷배경과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이다.
지금까지 음악사에 존재했던 거대한 거인들을 다룬 영화로는 퀸의 <보헤미안 렙소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엘비스> 엘튼 존의 <로켓맨> 등등 우리들은 이미 좋은 선례들을 봐 왔다. 그리고 영화가 좋은 평을 받고 흥행한다는 것을 우리들은 음악 판매량 차트에서 바로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멤버 개개인의 심리나 그들의 서사를 깊이 다루지 않는다면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퍼포먼스를 다시 보는 복습에 불과하며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미쳐 알기도 전에 영화관을 나서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후반에 에스파 단독 콘서트에서 개개인이 혼자서 무대를 서며 각자 이루고 싶었던 것이나 스스로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극복과 성장에는 초점을 맞추기는 커녕 모든 사건들을 보여주기에 급급해 캐릭터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미친듯이 질주한다.
물론 필자에게 ‘그렇지만 영화관에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멤버들을 볼 수 있다는 점 그 자체로 팬들에게는 충분하지 않는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필자가 팬이라면 영상의 퀄리티에 일반인 이상으로 화가 나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문제로는 바로 그들의 사건, 바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할 때의 화면전환과 편집이다. 영화는 여러개의 무대들을 보여주는데 그 장소를 사전에 미리 보여주고 그들이 그 곳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워너 음악사와 계약을 하고 관객이 있는 첫 무대를 보여주거나 한국에서 와서는 SM 회사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는 SM타운 그리고 단독 콘서트 등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사전에 알려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그들이 어느 공간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인지를 하게 해 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그들이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그 공간에 걸맞게 화면 전환 없이 계속해서 그 공간을 보여줘야 관객들은 그 공간에 이입하고 멤버들의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의상들이 변하면서 그들의 퍼포먼스와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후반에 가면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까지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며 이해할 수는 없지만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카메라의 초점과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제작사에서는 유투브에 올라오는 팬 영상 중에 있는 그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의상과 메이크업이 바뀌는 그런 영상을 원하고 연출하고 싶었던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실패했으며 집중은 커녕 에스파 그룹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트리는 악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계속해서 초점과 구도가 바뀌지만 노래는 일정한 탓에 눈과 귀가 같은 정보를 입력하고 있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한 연출이었다.
게다가 이 이상으로 화가 나는 점은 바로 처음에 팬들이 없이 무대를 서야 했던 시대적 비극을 후반의 극복과 감동으로 바꾸는 연출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버린 점이다. 에스파 그룹이 데뷔했을 당시 코로나로 인해 어떠한 팬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게다가 그들의 첫 퍼포먼스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라는 점에서 한국 관객들 또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괜찮다고 그리고 그들의 단독 콘서트를 열 때까지 기다려준, 에스파 그룹도 너무나도 아쉬워하고 그들의 팬들도 아쉬워했던 아이돌과 팬의 관계성을 깊이 다룰 수 있었다. 그들의 단독 콘서트의 중간 부분에서 팬들이 그들에게 갑자기 노래를 불러주는 부분에서는 팬이라면 누구나 코가 찡해질 부분이다. 하지만 영상 제작자는 ‘이딴게 중요한게 아니야!’라면서 너무나도 성의 없는 구도와 연출로 간단하게 넘겨버린다. 만약그들이 아무도 없는 무대를 쓸쓸히 바라보다가 단독 콘서트에서 팬들의 노래가 시작되어지면서 관객석이 가득찬 콘서트장을 바라보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면 팬과 아이돌의 관계와 그들이 지금까지의 여정을 직접은 아니지만 같이 와 준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좋은 연출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과연 정말로 이 영상을 그리고 영화를 SM측에서 제작을 했는지 의심이 든다. 만약 SM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과연 에스파 그룹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제작을 했는지 의심이 든다. 만약 그들이 에스파 그룹을 애정하였다면 마지막 크레딧에 올라가는 동안 보여주는 영상을 멤버들간의 관계와 그들의 각각의 매력을 소화시키는데 사용했을게 틀림 없다. 이렇게 영화는 일반인에게도 그리고 팬에게도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SM이 이 작품을 계기로 다른 아이돌의 영상들도 만들거라고 한다면 그냥 외주나 팬들에게 부탁하기를 바란다. 선택과 집중 둘 다 실패를 했으며 이런 작품에 일반 영화보다 1.5배에서 2배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만약 팬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달걀을 비닐 봉지에 담아 SM 앞에 던지고 싶어하는 필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에스파 그룹에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 그들의 매력은 이미 세계를 무대로 증명이 되었으며 그들의 그룹, 그리고 개개인의 매력을 설명하기에 필자는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는 것 보다 그냥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을 2시간만 봐도 이 작품보다 훌륭할 것이다. SM은 제발 이런 작품을 두 번 다시 제작 그리고 유통하지 않고 본인들끼리만 봐줬으면 한다. 에스파 멤버들의 인터뷰도 볼 수 있다고 홍보하지 말고 그들의 단독 콘서트 때 사이 사이 맴버들이 의상을 교체하고 메이크업을 바꾸고 고치는 동안 이 영상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 편이 서로의 안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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