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을 배제하고 벌이는 오일장 2/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이번 작품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봐야 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보지 않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만 관람하시기를 추천드린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앞으로 내밀고 홍보하고 있는 액션에 있다. 액션은 배우들이 노력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를 보여주는 촬영과 편집이 조합하고 어지럽다. 카메라가 맞는 사람에 맞춰서 흔들리고 맞으면 그에 맞게 카메라를 움직인다. 이를 통해 맞는 타격감이 강조되어 액션에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문제는 맞는 사람 뿐만 아니라 때리는 사람에게도 이가 반영되어 마치 내가 때리고 내가 맞는 혼자 싸우는 느낌이 든다. 숨을 쉬는 것 조차 카메라를 움직이며 액션은 통쾌함과 재미가 아닌 혼란만 가중시킨다. 마치 <본 시리즈>에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움직임을 반영한 핸드 핼딩 촬영 익법에 <테이큰>의 편집이 합쳐진 새로운 기법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두개의 조합이 전혀 조화롭지 않고 어지러우며 혼란스러움만을 제공해 관객들에게 액션의 방해가 될 뿐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총을 맞는 장면조차 즉각적이지 않고 약간의 텀이 존재하는 삐꺽이는 편집의 모습도 보인다. 편집자와 감독은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이 액션을 몇 번이고 보았을 텐데 이를 문제점이 아닌 이 영화의 매력으로 이해한 걸까.
초반에 나온 짝퉁 <메드 멕스> 패거리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필요 이상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거름망을 통해 한번 걸러졌어야 했을 스토리와 대사, 그리고 인물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고 영화에 반영되었다. 관객들이 기대를 하고 보는 건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을 통한 탄탄한 세계관과 마동석 배우님의 멋들어지고 타격감을 중심으로 하는 액션일 것이다. 캐릭터들의 아쉬운 대사 처리와 이를 통한 그들의 갈등을 기대를 하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마동석씨가 칼을 사용하거나 총을 사용하기보다는 주먹으로 보여주는 강렬한 한방이 있을 텐데 이를 너무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마 괜찮은 액션이 간간히 보이지만 이를 위해 영화를 볼 필요는 절대 없다.
영화를 이해하는데 정보가 부족한 것은 문제가 된다. 많은 정보를 통해 영화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정보의 제공은 관객을 따돌림 시키고 만다. 세계관의 디테일이 전혀 없다는 것도 관객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이다. 도대체 어떻게 혈연 관계인지를 확인하는지 생각도 안하고 대사에 반영한 것 부터 각본의 퇴고를 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 게다가 대사들이 현실에서 사용되어지지 않는 말투, 마치 설명하는 듯이 말하는 점에서 대사의 질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이를 영화의 오프닝을 빼고 나레이션으로 처리를 하는게 깔끔했을 것이다.
특히 캐릭터와 세계관을 대사르만을 통해 전달하면 관객은 지루함을 느낀다. <존 윅 시리즈> 중 1편은 아주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 할 수 있다. ‘죽은 아내로부터 받은 강아지를 죽인 마피아 일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설의 킬러 존 윅이 복귀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줄거리의 단순함과 짧은 이야기에 조롱도 하지만 이 짧고 간결한 스토리 덕분에 그 이외의 모든 시간을 액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액션 또한 총을 이용해 카메라의 큰 움직임은 필요 없지만 필요시에는 카메라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스턴트맨 출신 감독다운 뛰어나고 안정적인 액션 촬영을 보여준다. 이를 따라 하지 못할거면 차라리 <레이드> 1편처럼 아파트 안에서의 액션을 중심으로 했으면 공간의 제약을 둠으로써 캐릭터는 깊게, 스토리는 간결하게 하여 관객들이 편히 액션을 즐기도록 안내하고 도와주었어야 했다.
굉장히 많이 참고를 했을 것으로 예상이 되어지는 <메드 맥스 :분노의 질주>의 스토리 또한 굉장히 심플하다. 이 심플하고 탄탄한 스토리 도로 위에 캐릭터들이 미친 차들을 타고 마음껏 활주하고 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심플한 이야기가 가장 필요한 영화에서 캐릭터들이 외줄 타기를 하게 하면 보는 사람도 안정적으로 영화를 즐기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재미없어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필요한 줄거리는 하나다.
‘멸망한 세계에서 자신의 딸과 닮은 수아를 지키기 위해 남산은 다시 주먹을 휘두른다’
이 스토리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영화는 이 캐릭터 저 캐릭터 챙기느라 정작 중요한 주인공을 챙기지 못한다. 너무 많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중구난방으로 캐릭터들끼리 즐기느라 관객들을 깍두기, 방관자이자 외부인 취급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최종 목표는 관객에게 뭘 보여주건 계속해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게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몇개의 영화만 아카데미 후보에 넣을 수 있게 끔 제작하고 나머지는 자율성이라는 이름 하에 마음대로 제작하게 해 주는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주는 그 자비로움은 한국 영화 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간혹 좋은 작품들 또한 만들어지며 <오징어 게임> <D.P.>과 같이 만약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도 존재하지만 필자는 이는 기적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넷플릭스 제작의 한국 영화는 아직까지 이렇다고 할 만한 작품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에 좋은 감독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추후 글을 추가하겠다)
넷플릭스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만큼 한국 영화가 세계로 뻗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넷플릭스가 철수할 때까지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한국 영화가 전세계에 알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알려진다고 해도 좋은 방향으로 알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들끼리만 창피하면 될 일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이를 언제까지 보고 방관만 해야 하는 것인가. 언젠가 넷플릭스라는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속옷이라도 챙겨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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