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실패한 디즈니의 발버둥 5/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두가지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첫번째는 기존에 디즈니가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던 표현 기법이 과거에 사용되었던 비슷한 표현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과 반전 없이 악역이 왕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미리 선악의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디즈니가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100주년 기념 영화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점에서 과연 디즈니는 과거로 돌아갈 지 혹은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지 기대를 하고 가게 된다.
영화의 시작은 그들이 지금까지 디즈니 제작사의 애니메이션들의 기반이 되는 동화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너무나도 착한 주인공 아샤를 등장시켜 이번 영화의 세계관에 대해서 노래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번 영화의 세계관은 아주 작은 섬 국가에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국왕 매그니피코의 왕국이며 매그니피코 왕은 자신의 왕국에 살기 위해서는 제각각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바쳐야 한다. 그리고 왕은 이를 가지고 있다가 약 한달에 한 명의 소원을 이루어준다. 그리고 이번 소원식에서 아샤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국왕에게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관객들에게 아샤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녀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자신의 사람들을 아끼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만의 이기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엄마의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왕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주지 못한다고 하자 다시 되돌려 달라고 때를 쓴다. 하지만 왕의 입장에게 있어서도 그 소원들을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만약 디즈니가 정확히 말하고 싶었던 ‘바램(Wish)은 누구에게도 건내서도 안되고 누구든지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있어’라면 현대에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이상한 18살 짜리 여자애가 다시 되돌려 줘! 우리들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어! 라고 반항심 가득하게 영화를 끝내면 관객들은 이에 대해 공감은 커녕 반항심만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이 마지막에 왕을 저지한다는 다 같은 소원으로 힘을 합쳐 그를 상대하는 장면에서 의문이 드는 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원 말고 다른 소원이 생길 환경이 전혀 아니었는가 이다.
주인공의 출생이 공주가 아닌 만큼 그녀가 왕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그녀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주인공 미라벨 마드리갈 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면모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 처럼 국왕과 마을 사람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사를 쌓아 가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으로 밀고 있는 인물의 이기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후 그녀가 본인의 가족의 소원 뿐만 아니라 모두의 소원을 풀어주는 부분에서는 그녀가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끝까지 이에 대한 언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후반까지 어린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가장 실망한 부분은 바로 아샤의 친구들이다. 총 7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블 영화의 <이터널스>에 세계 모든 종류의 인종과 심지어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동양인 캐릭터에게는 모든 길이나 정보를 물어보는, 마치 아시아인 해커를 보여주는 듯한 디즈니의 개성 넘치는 사상은 그야말로 역겹기 그지없다. 디즈니가 그렇게 밀고 있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다른 동양인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동양인 캐릭터를 비롯한 친구 캐릭터들을 영화에 밀어 넣는다. 게다가 그들은 소원을 바쳤음에도 어떠한 불편도 없이 지내고 있어 보이지만 갑자기 아샤의 언동에 넘어가 그녀와 함께 왕을 타도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아무리 노래로 넘어가려고 하려해도 이해는 커녕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다양성이 넘치는 친구들을 보여주지만 그들은 결국 단체 곡에 코러스에 불과하였으며 정말로 다양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영화에서 왕과 왕비는 결국 금발의 백인인 모습에 그들이 말하고 싶은 다양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영화는 아샤가 데리고 다니는 염소인 발렌티노와 별 관련 인형이나 상품들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의 대부분의 매출이 영화가 아닌 디즈니랜드라는 부분에서 그들은 이들을 상품화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캐릭터들의 상품들은 매출은 좋지 않을 것이다. <겨울왕국 시리즈>의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의 경우 그는 눈으로 만들어 졌다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바쳐 친구들을 지키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는 장면에서는 관객들 또한 그에게 공감하고 그의 성장에 박수를 친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별은 그냥 힘만 가득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행하며 염소는 단독 곡도 존재하지 않고 그냥 낮은 목소리로 떠드는 감초 역할도 못하는 캐릭터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과연 그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에게 애정을 느껴 그들의 인형과 상품들을 집에 사 들고 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디즈니 100주년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구멍이 많으며 안타까운 영화이다. 유일하게 입체적인 캐릭터가 매그니피코 왕이라는 점에서 주인공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디즈니의 패착이 존재한다. 이전의 영화들에서는 단순히 왕자님이 구하러 오는 공주님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공주님을 그렸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공주님도 아닌 일반 주인공인 아샤가 스스로 성장하는 영화다. 그러한 과정이 입체적이지 못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하였으며 게다가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낸 성과는 거의 아무것도 없으며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별’이 힘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스스로 일궈내며 각자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면 영화는 이번 영화와는 정말 다르게 이야기를 그려야 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과거에 팔았던 공주님과 왕자님의 이야기를 실사화 영화들로 제작하면서 다시 우려먹기를 하는 바람에 더이상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이야기를 찾아 나선 디즈니는 현재 혼란에 빠져 있다. 혼자 스스로 일어나는 공주님의 이야기를 그리기에는 이미 많이 사용하였으며 결국 희망이나 꿈, 등 추상적인 것을 팔기 시작했지만 그들 또한 이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인물들이 스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픽사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디즈니가 이를 다 망칠려고 한다. 마치 픽사라는 동생의 주제를 가져와서 본인 꺼라고 떼쓰는 형 같은 모습을 디즈니는 보여준다. 만약 픽사 제작사에서 제작 되었다면 결국 사람들의 희망과 꿈은 이루어지기 너무나도 힘들지만 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며 다음날 사람들은 본인의 꿈 그리고 새로운 꿈을 위해 움직인다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흥미롭고 어른들에게는 눈물을 글썽이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을 것이다. 결국 남은 건 우리들의 왕 매그니피코 왕이다. 왕이여 영원하라 (Long Live th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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