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함보다는 전달에만 그치는 실화 5/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는 <파이니스트 아워>, <아이, 토냐> 등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여럿 만들었으며 특히 <아이 토냐>는 호불호가 있을지 언정 주인공 토냐 하딩의 심리와 좋은 연출들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또다시 실제 사건인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였다. 이미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미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건 이상의 정보를 전달하거나 이를 얼마나 흥미롭고 연출하느냐 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건이 어째서 영화로 제작되어질 만큼 중요한 사건이며 영화의 이해에 충분한 정보들을 혼란스럽지 않게 전달하는가 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들이다.
영화에는 상당히 유명한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다. 주연인 폴 다노를 포함해서 빈센트 도노프리오, 세바스찬 스탠, 스세 로건 그리고 특별 출연으로 예상되는 데인 드한과 스티븐 콜베어도 잠깐 등장하지만 그들의 역할을 충분히 행한다. 문제는 그들을 앞으로 내밀면서 홍보할 정도로 한국 영화 시장에서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마 배우들을 밀면서 홍보가 가능할 정도로 많은 유명한 배우들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마침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2015년에 개봉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빅 쇼트>이다.
<빅 쇼트>는 유명배우들의 향연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였다. 게다가 <빅 쇼트>는 배우들마다 연기하는 캐릭터들마다 입체적인 서사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중심에 있는 <2008년 서브프라인 사태>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 <덤 머니>는 이 둘 모두를 놓치고 만 작품이다.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의 시발점인 키스 질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게임스탑 주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빅 쇼트>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가 미국의 대출이 너무 과하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하다. <빅 쇼트>는 마이클 버리를 시작으로 마크 바움, 제라드 베넷, 밴 리커트로 차례로 장거리 트랙을 달리는 듯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하지만 키스 질을 아무리 입체적으로 연기하고 서사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이 인물의 바통을 이어 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의 바통을 이어 받기 위해서 준비한 그를 믿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그들 하나 하나의 서사가 부족하였다.
필자가 생각하는 영화의 문제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키스 질의 서사도 넣어야 하고, 환경과 가족 문제도 넣어야 하고, 투자한 개개인들의 각각의 이야기도 넣어야 하며 이들로 인해 해지펀드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등등등… 할 말이 너무 나도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키스 질의 서사에서는 그와 부인만의 이야기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할 때 그의 옆에서 다독여주며 그를 믿고 지탱해주는 부인의 모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더 필요했다!) 그리고 개개인들의 이야기는 처음 시작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해지펀드들의 이야기를 더욱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선과 악으로 간단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영화의 가장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영화의 연출들에서 특히나 <빅 쇼트>를 인식하고 만든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유명 토크쇼 호스트를 데려와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에 대해 설명하거나 슬로우 모션 그리고 큰 파티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일반화를 영화로 그리고 있었다. 이는 즉슨 영화만의 특별하고 신박한 연출들이 없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만약 청문회 장면에서 2021년 코로나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줌으로 청문회를 하는 장면을 실제 청문회를 열어 그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촬영을 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들이 남을 만큼 창의적인 연출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경제 관련 영화의 최고봉인 (2024년 1월 기준) <빅쇼트>와 <마진콜>에 비하면 연출력과 전달력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다. 물론 경제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거대하고 신기한 사건이었던건 사실이며 빨리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이르지 않았나,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마치 개인투자자들의 첫 승리라고 생각되어질 수도 있지만 필자가 한가지 알려주면 이를 통해 쓰러진 해지펀드는 극일부에 불과하다.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의 가장 극적인 1주일을 배경으로 삼지 않았던 점은 아쉽지만 만약 이 기간이 영화에 들어갔다면 사람들은 씁쓸해 했을 것이다. 마지막 1주 동안 개인투자자들과 해지펀드 사이에서 엄청나게 매수와 매도가 이루어 졌으며 가격은 하늘을 뚫고 바닥을 뚫으며 반복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돈을 많이 먹은 건 결국 증권사와 해지펀드들이었다. 안타깝지만 자본주의는 이미 그들의 손에 들어가 있다. 씁쓸하지만 먹고 삼켜야지 다음 식사 때 탈이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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