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선
사라진 후의 해의 잔향이 관객을 덮친다.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는 주인공의 추억이자 기억이자 가장 밝게 빛났던 순간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영화의 처음부터 소피의 아버지인 캘럼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들이 머무는 호텔의 발코니에서 자유분방하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 캘럼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명의 자유로운 탕야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 후 소피가 클럽에서 번쩍이는 장면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빠져는 순간을 전달하는 듯 하다. 이는 두가지의 행동으로 그녀가 기억에 빠졌을 수 있다. 하나는 클럽에서 보여지는 남자의 춤이 마치 자신의 아버지와 겹쳐 보여서 그녀가 추억에 빠지는 것. 혹은 그녀의 애인이 그녀에게 생일 축하해 라는 말로 인해 캠코더를 보며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의 생일 때 함께 했던 그 행동들을 다시금 되세기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이 두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여기서 보여지는 아버지는 자유분방함 그리고 어린이가 보인다. 그는 술을 마시고 덩치도 다른 아이보다 그리고 어떠한 성인에게도 물러나지 않을 정도로 크고 충분한 성장을 이룬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딸보다 어떨 때는 더 아이스러우면서 변덕스럽고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적이다. 이른 그가 젊은 나이에 딸을 낳고 그의 아내와 결별하고 별거하는 동시에 제대로 된 사업은 커녕 돈벌이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그의 사회적 위치에서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그가 왜 스코트랜드 (그의 딸과 아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다시 가지 않는 이유로 그곳에서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그가 왜 젊은 나이에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 않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결혼 생활을 지켜본 그의 딸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의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또한 둘다 위태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한 인물들을 보고 자란 그녀가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보다 성숙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제 캘럼의 딸 소피의 모습을 보자. 앞에서 설명한 듯이 그녀는 그녀의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 비해 보다 성숙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그녀는 소년스러움, 남자스러움이 가득 뭍어있는 인물이다. 그녀가 방학 중 호텔에서 같이 놀았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남자 그리고 연상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남자들을 아버지는 어떻게 주의하고 멀리 해야하는지를 알려주지만 그건 정말 일순간 뿐이며 그 외에는 그녀의 행동을 존중한다는 이름 하에 방치한다. 이는 그가 11살때 생일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은 그의 상처에서 오는 아픈 감정들이며 캘럼이 어른이 되었음에도 이겨내지 못하는 하나의 기억이다. 그 상처는 자신의 딸에게 대물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그의 딸이 같이 노래를 부르려고 하였지만 그는 자신의 창피함에 그것을 거절한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 왔었지만 그는 더이상 그러기 싫다며 땡깡을 부린다. 그리고 그의 부주의함과 공감의 결여는 그녀가 좋지 않은 길로 빠져버릴 수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소피가 아빠와 갈라진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연상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았으며(실제로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게임 아케이드에서 만난 남자아이와 키스를 하며 놀기 시작하는 장면들은 그녀의 성장인 동시에 그녀가 언제든지 보호자가 없으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녀는 일반 또래보다 강하고 성장되어있는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어서 그녀가 잘못된 길로 들어가지는 않은 걸로 보인다. 그녀의 곁에 있었던 건 아버지가 아닌 어른의 모습을 한 소년이 같이 여행과 휴가를 즐겼을 뿐이다. 이것을 정리하자면 그녀의 인생에서 친구와 같은 아버지가 존재한 적은 있지만 자신을 제대로 이끌어 줄 아버지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적은 없다고 할 수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녀가 캠코더를 들고 그의 춤과 함께 그의 11살 떄의 기적을 묻는 장면이다. 티비 화면으로는 그녀가 캠코더로 찍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화면에서는 그녀의 아버지가 비치면서 티비 혹은 캠코더 이상의 그의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왼쪽의 그 작은 거울에는 그걸 찍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야말로 한 장면에서 촬영, 촬영본, 그리고 비하인드까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이 장면 하나만을 위해서 그 장소를 고른 것처럼 그리고 소품위치가 그 장면을 위해서 놓여진 것 처럼 정말이지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있다. 그리고 캠코더가 꺼진 다음으로는 그녀의 아버지의 마음 깊이 숨어있던 추억 그리고 기억을 꺼내며 그 둘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 티비에 비춰진다.
해가 사라진 이후의 공간, 애프터 썬은 가장 찬란한 기억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기억은 단편적이며 이는 단순히 주인공 한명의 추억이 아닌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추억의 합본이다. 누군가의 기억, 추억을 바라본다는 것은 존중, 공감 그리고 이해가 필요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이는 마치 직접적으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그런데 장면들이 하나같이 길고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실제로 극장에서 푹 주무시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추억 이야기가 계속 흥미진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개인의 내면의 세계는 지루하기도 하지만 인상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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