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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츠 머스트 다이 - 공감을 잃은 폭력의 시대에 어서오세요

영화

by 페이퍼무비 2023. 10. 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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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웃음의 발현에서 목격되는 폭력 시대의 발현 7/10

 

 

(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주인공 빈센트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디자이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턴에게 가벼운, 그리고 인턴 입장에서는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치자 분위기가 싸늘해 진다. 빈센트는 바로 사과하지만 그날 이후 인턴을 보자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인턴은 갑자기 빈센트에게 달려들면서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후 그를 둘러싼 회사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분노의 방아쇠가 된 남자가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전혀 없고 그와 눈을 마주친 사람들이 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다급하게 짐을 싸고 그의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시골의 집으로 간다. 그곳 에서도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하지 않고 생활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공격, 아니 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레스토랑의 직원과 눈이 맞는데

 

 

 

 영화의 초반에서 그가 이유 없이 맞는 장면에서는 우리들도 다같이 빈센트와 함께 놀라면서 재미있지만 동시에 그가 가엽게 여겨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때리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 상상하고 그럴 수 있다고 끄덕일 수 있는 일이다. 디자이너들 관련한 밈들도 많이 존재한다는 걸 보면 그들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치이고 있는지, 스트레스가 많은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 이상으로 점점 공격적으로 사람들에게서 공격을 받는다. 심지어 그가 시골에 갔을 때 만난 직원은 밭 없는 거름 밭에서 그와 사투를 벌이면서 그를 단순히 때리는게 아닌 그를 정말이지 죽이려고 한다. 이에 빈센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돌로 내려쳐서 죽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진득하고 더러운 싸움을 반복한다.

 

 

 

 사실 이야기나 소재 자체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르와 소재이다. 하지만 감독은 뛰어난 캐릭터의 서사와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이야기를 단순히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 관객들의 인상에 남게끔 입체적으로 그려 나아갔다. 게다가 단순히 스토리 뿐만 아니라 뛰어난 미장센을 통해 푸른 배경과 세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노란색 빈센트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게 빈센트와 눈이 맞은 심야 레스토랑의 직원 마고 라미다. 그녀는 처음 빈센트를 아무것도 아닌 인물로 보았지만 그의 진단이 심해짐에 따라 그에게 처음의 의심이 점차 동정심 그리고 호감으로 변하면서 빈센트의 서사에 맛있게 올라가는 인물이다. 그리고 후반에 가면서 빈센트는 점차 증상이 낫아지지만 오히려 마고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게 됨에 따라 입장이 반대되면서 영화는 코미디에서 본격적인 호러로 넘어가게 된다.

 

 

 후반의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장면은 사람들을 미치게 하고 미개하게 보이게까지 한다. 분노를 통해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사실 영화는 사이사이 인물들과 매체를 통해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하거나 공격하는 사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사실 관객들은 결말을 충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영리하게 이를 재난영화처럼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였다. 이름 모를 어느 도로에서 사람들이 무작위로 서로를 공격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장면들은 충격적인 결말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마고의 집이자 유일한 재산인 배를 타고 그 둘이 먼 곳으로 떠나가는 장면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며 <미스트>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비록 그들은 폭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염병에 감염되었지만 두 작품 모두 우리의 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무언가 그리고 생물체에 의해 발현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러한 현상을 현대 사회의 흐름에 맞게 해석하여 만든 호러, 그리고 오컬트 장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는 충분히 현대 사회에 걸맞으며 이를 할리우드에서 가져가서 (퍼가요~) 리메이크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이는 작품이다. 폭력의 증폭, 확장, 그리고 전염. 누군가 보면 좀비 영화의 시작으로도 보이면서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블랙 코미디로도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할리우드의 취향이 들어가는 순간 영화는 사회적 비판은 줄어들고 장르적 재미와 많은 액션이 들어가면서 감독의 메시지가 변질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메시지가 더욱 많은 사람들 앞에 다가가게 될 수도 있으니 주는게 있으면 얻는게 있는 거래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부디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가 주었으면 한다. 공감을 상실한 시대에서, 인스타에서 좋아요만 누르고 있게 만든 사회에 목소리를 올리는 재미있는 영화. 그래서 감독은 제목으로 관객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공격을 당하던 빈센트가 이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마고를 죽이려고 한다. 그렇다면 빈센트는 이제 죽어야 할까? 관객들에게 저울을 맞긴 감독도 잔인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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