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두 마리의 개구리 6/10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이지만 결말은 못 보고 나옴)
초반의 장면에서는 주인공 김연규의 환경이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환경은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를 보면서 그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돌아다니면서 그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지식이나 상식이 아이의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닌 아이만큼의 순수함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과연 폭력의 수위를 그리고 환경을 이렇게까지 깊이 그리고 너무 진득하게 들어가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생긴다. 우리들이 알고 싶은 것은 두 김연규와 송중기가 연기한 치건, 두 인물의의 관계와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변화해 나아가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묵직하고 무거운 연출들도 영화는 상대적으로 상업성보다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메세지에 더욱 무게를 더하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숨구멍은 만들어 줘야 했다고 생각한다.
쇠사슬에 묶인 거대한 코끼리는 그 사슬이 사라져도 자신이 자유인지를 알 지 못해 도망치지 못한다. 그들의 환경이 바로 그러한 쇠사슬인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연규는 자신이 도망치고 멀리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불법적인 일을 계속해서 행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환경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환경 내에서만 계속해서 꿈을 꾼다. 그가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해결 방법이 자신이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아버지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처음 폭력으로 보복하고 다시 주먹을 휘두루는 등 그가 배운 해결 방법이라고는 폭력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그렇게 폭력만 사용하는 인물이었다면 그가 주인공일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와 치건이 주역인 이유는 이 영화에서 그들만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모방함으로써 다른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특별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건는 계속해서 목공을 함으로써 필요한 가구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요리도 하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 능력이 있다. 그러한 그만큼 특별한 능력이 연규의 모방 능력이다. 물론 자신의 여동생의 해결 방법을 모방하는 등 주위에서 보아온 것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모방이란 굉장히 높은 지능이 필요한 능력이다. 게다가 모방은 상대방의 방법이 나의 방법보다 좋을 때 사용되어진다. 그렇게 연규는 다른 이의 해경 방법을 모방하여 다른 환경에 적용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창조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 둘을 둘러싸고 제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조직, 집단과 환경이다. 그리고 집단에 들어가면 이들의 계급의 차이가 발생한다. 비록 두 인물 모두 폭력의 환경에 노출되어왔고 노출되어지고 있는 그 둘의 차이점은 치건은 집단의 가장 높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권력자에 위치한다. 그러한 그도 연규처럼 필요하지 않는 폭력은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그가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조직의 유지, 윗사람으로써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규는 아직 그러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배우지도 못하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하고 모방하고 배운다.
그들의 공통점으로는 각각 흉터가 있다는 점이다. 귀의 흉터와 눈의 흉터는 각각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이 흉터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특징을 보여준다. 눈의 흉터는 다른 이를 보고 모방하는 능력을, 그리고 치건은 귀의 흉터를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이에 공감하거나 측은심 아래 그들을 자신만의 해결방법으로 도와주고 해결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서 흉터가 보이지 않고 이 둘에게서만 보인다는 점에서 이들이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감독의 상냥함이 보인다.
영화의 테마는 폭력이다. 마치 샤이닝의 폭력의 되물림과 반복을 그리는 듯이 영화는 멈추지 않고 피와 폭력을 일삼는다.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 나오기는 커녕 더욱 깊은 심연으로 파고드는 폭력의 사춘기와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필자는 시간이 없어서 결말을 보지 못하고 나왔지만 여러가지의 예상이 떠오른다.
1. 김연규와 치건 모두 죽는 결말
2. 김연규는 꿈에 그리던 네덜란드에 가고 치건은 죽는다
3. 치건이 죽고 그 자리를 김연규가 물려 받는다
4. 김연규 주위 인물들이 모두 죽어 혼자 네덜란드에 간다.
다양한 결말을 상상할 수 있는 중후반부에 극장을 나왔기에 필자 나름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 결과 개인적으로 1번 혹은 3번으로 결말을 맺어야만 감독이 원하는 진득한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중요한 점은 그가 네덜란드에 가는 것에 실패해야 감독이 원하는 폭력의 되물림과 반복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 묵직하고 피처럼 진득한 영화다. 마치 박찬욱 감독의 분노 3부작을 10대 버전으로 만든 것과 같은 영화다. 물론 감독이 자신의 메세지를 극대화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이라는 영화 시장은 그것을 절대 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흥행은 어려울 것이지만 한국 영화 시장이 새로운 플레이어의 환영이라도 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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