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관객을 기만하는 어린이 영화 3/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설경이라는 물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상당히 그로스하고 진득한 시작을 보여준다. 그나마 오컬트라는 장르를 한국식으로 보여준다. 물론 유치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그 이후에 나오는 장면들이 상당히 귀엽게 표현되었다.
처음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걸 정말 시리즈로 하고 싶었다면 이는 큰 실수일 것이다. 그냥 이 둘을 부부로 내놓는다면 상관이 없지만 리스펙이나 혹은 다른 영화 <기생충>을 암시하는 장면들과 대사들은 영화의 질을 떨어트릴 수 밖에 없다. 물론 영화에서 영화를 언급하는 것이 현재에 와서는 전혀 이상할게 없다는 것은 필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 상황과 유사한 영화를 가져와서 현재의 상황을 더욱 쉽게 이해시키고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영화의 재미나 영화에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싸구려 도구로 취급되어서는 안된다.
영화의 시작 10분만에 인물들의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사건은 영리하다. 물론 이는 빠듯한 상영시간 중에서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제작사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이는 빠른 속도로 영화를 중심이 되는 사건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덕분에 이를 통해 지루해하지 않고 관객들을 영화에 계속 몰입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중간에 천박사의 과거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상당히 지루하다. 이는 이를 연출할 방법을 생각하거나 연구하지 않은 제작진에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연출은 미안하지만 2000년대 초 한국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할리우드에서 가져온 나쁜 버릇이다. 이 버릇이 들어버린 한국 영화계에 실망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를 통해 천박사의 삐뚤어진 성격이나 사람을 믿지 않고 돈을 믿는 성격을 알 수 있게 해 주지만 이를 단순히 대사 몇 줄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참으로 나태하다 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장점은 악역이 확실하다는 점이며 이 영화의 단점은 그 악역이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설명에 의하면 반은 인간이고 반은 귀신이라는 설명을 하지만 그래도 그 설명이 악당을 더 무섭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 아래 제자들이라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이 그냥 운전하고 때리고 맞고 악령이 담겨져 있는 통을 자신의 스승에게 건내 주는 것 뿐이다. 그렇다. 제자들은 팝콘만 먹으면서 그냥 구경만 하는 엑스트라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가면라이더나 파워레인저들이 등장하고 적당한 악역이 등장하기 전에 맞아 넘어지고 뒤로 백 덤블링하는 하찮은 악역들인 것이다. 가끔 그들을 데리고 손가락을 자르거나 이용하는 등 무서워 보일려고 하는 장면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전혀 효과가 없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런 저런 반전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여기서 생각나는 말은’뭐 어쩌라는 거지’다. 한국 영화는 알고 싶지도 않는 반전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끌어 올리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객기에 불과하다. 반전을 위해서는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만큼의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곳곳에 중요한 단서들을 뺀 상태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반전의 장면에서 관객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믿고 있었던 정보들을 뒤집을 만한 중요한 단서를 던짐으로써 지금까지의 믿음을 깨트리면서 새로운 장르로 변모하거나 캐릭터들의 변화를 통해 반전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에서 반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가장 충격적인 액션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웹툰 원작의 영화들은 많이 만들어졌으며 만들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만들어 질것이다. 하지만 웹툰 원작인이라고 해서 그것이 유치한 것은 절대 아니며 액션 또한 절대 유치하게 연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액션신은 날라가는 장면도 맞는 장면도 두리뭉실하게 만들어졌을 뿐이지 디테일한 동선이나 cg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의 액션 연출을 본 사람들은 과연 앞으로 한국 영화의 액션 영화에 무슨 기대를 하게 될까? 옆집은 엄청난 맷집으로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때리는 반면 여기는 플라스틱 칼로 싸우는 옆 동네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그 효과를 cg로 때우려고 하는 기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사실은 자신의 동생을 구하려다가 죽음을 당했고 그 동생도 사실은 악당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바에는 주인공와 남동생의 애틋함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이 이번 사건을 맡게 된 이유는 사실 자신의 남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커서 의뢰인, 고객님의 여동생을 구하고 싶다는 더욱 입체적인 동기를 더해야 했었다. 도대체 제작진들은 무엇을 하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필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나도 게을러진 한국 영화계, 과연 우리들에게도 잘못은 없을까. 혹은 추석이나 설날이라는 특수효과만을 노리고 영화를 대충 만드는 그들의 잘못일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우르르 보러 가는 군중심리에 취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일 것.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계속 이렇게 간다면 한국 영화계가 점점 무너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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