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 불패에서 살아남은 명예로운 영화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현재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거의 다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도 파라마운트가 이 영화에 큰 돈을 투자한 이유가 아마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 아닐까. 물론 그들도 투자에 앞서서 흥행에 댛나 두려움과 부담감으로 크리스 파인이라는 유명 배우를 데려와서 어느 정도 보험을 들었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는 게임 영화에 큰 투자를 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점이다. 지금까지의 게임 영화는 과연 얼마나 게임이라는 매체를 영상으로 잘 옮기느냐 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실패한 그리고 만들어진 영화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1인칭의 만들어진 이야기를 계속해서 따라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게임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고 하더라도 과연 게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게 정답인지 혹은 게임에서의 설정만 가져와서 영화는 따로 오리지널 이야기를 만드느냐 의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은 게임 오리지널 팬들은 우선 깊은 한숨을 먼저 내뱉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던전 앤 드래곤(2023)>은 1인칭 게임이 아닌 자유가 보장되는 오픈월드라는 점과 메인 퀘스트 한 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의 서브 퀘스트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큰 틀로 세웠다. 그리고 그 작은 퀘스트들을 해결해 가면서 등장하는 인물들도 한 명씩 합류하고 동시에 조금씩 성장해 간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들을 제작사도 알고 있었는지 그들은 게임이라는 점을 깊이 보여주기보다는 게임에서의 설정만 가져왔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가족영화의 틀을 따르고 있는 동시에 영화에서는 게임의 작은 디테일들을 캐릭터의 능력과 성격에 반영함으로 게임을 직접 플레이 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만족할 영화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테이인이라는 조력 캐릭터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앞을 향해 걸어간다는 설정과 성격은 앞에 돌이 있음에도 돌아가지 않고 올라가서 넘어가려는 캐릭터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는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조력 NPC(Non playing character)의 성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속의 밈을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으로 옮긴 디테일은 게임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납득 시키고 이를 재미로 바꾸는 좋은 아이디어다.
특히 전투는 게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연출이나 편집도 아주 훌륭하였다. 물론 초반 배경과 캐릭터에서 cg가 조금 보인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 아쉬움은 아주 극 초반에서만 등장하고 그 이외의 cg는 너무나도 훌륭했다. 특히 변신하는 장면들을 롱 테이크로 가져간 덕분에 관객들의 혼을 빼앗은 너무나도 멋진 연출이었다. 스토리에서 많은 부분들이 디테일하지만 일반 관객들도 금방 빨아들일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접목시킨 덕분에 영화는 많은 평론가는 물론 일반 관객들도 만족시키는 훌륭한 영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넷플릭스의 위쳐 시리즈의 외전, 블러드 오리진은 왜 혹평을 받았을까. 너무 인물들에 집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하나하나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도 너무나도 빈약하고 설득력이 너무 낮았다. 그에 비해 <던전 앤 드래곤>은 하나의 확고한 목표를 앞에 두고 마치 7인의 사무라이와 같이 모여서 그들을 담합 시키고 성장시키고 똘똘 뭉치게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게임에서 동료를 하나 둘 씩 모으듯이 진행된다. 물론 캐릭터 하나하나의 부가 설정이나 이야기들이 존재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들의 배경이나 이야기, 세계관의 설정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이루어 나아가는 이야기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역할로써만 두고 있다. 너무 깊이 그들의 배경이나 이야기 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오히려 이야기하는게 아닌 그들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들의 행동에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게 하여 납득시킴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위 영화는 우리가 왜 게임을 하고 그 행위를 즐거워하는지를 알려준다. 각각의 인물은 그 집단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약자이며 타고난 재능을 가졌지만 외부적 혹은 내부적 제한으로 인해 그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어찌 보면 불완전한 사람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패를 겪으면서 앞에 나아가기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유다’
게임은 몇 번이고 도전하고 도전한다. 단순히 단 한번의 성공을 위해서 계속해서 도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되는 실패에도 계속해서 도전한다. 분명 계속해서 쓰러지면 즐겁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들은 현재의 실패를 바라보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성공할 미래를 상상하면서 계속해서 도전한다. 이것이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매력이자 사람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매세지를 담고 영화적 연출을 맛깔나게 살린 영화는 좀처럼 없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순수한 즐거움을 전달해준 것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부디 이 선례를 통해 앞으로도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서 잘 살려 주기를 바란다.
혹은 만약 이렇게 잘 만들 자신이 없다면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달라. 컵헤드도 훌룡하게 애니메이션이란 매체로 옮기지 않았던가. 혹은 앞서 말한 위쳐 시리즈의 애니메이션인 <위쳐: 늑대의 악몽>처럼 굵직하게 나와주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만약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 수준으로 나온다면 다음에 1편 정도 더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깔끔하게 끝났으니 다른 게임을 가져와서 만드는 것도 환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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