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선에 그나마 한단계 나아간 주제의식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건담이라는 매체는 더이상 하나의 시리즈물의 이름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써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거대 로봇이 등장하여 전쟁 혹은 사람의 충돌의 도구로써 사용되어지는 묘사는 다수 존재하였다. 하지만 이를 몇 십년이나 지속적으로 작품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를 약 40년 넘게 계속해 온 덕분에 건담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는 크게 통용되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서 상위권에 속한 SF장르 작품은, 심지어 이 중에서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이를 통해 건담이라는 매체, 장르가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세가 존재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그런 건담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에 상륙한다면 어떠할까.
우선 필자는 건담이라는 장르를 존경하지만 관람한 작품은 1980년에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 3부작과 건담에서도 유명한 마스크남 샤아 아즈나블을 주인공으로 하는 [기동전사 건담 The Origin]으로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이 몇가지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몇가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선 배경을 그 많은 작품들 사이에 있거나 가장 최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닌 [킹스맨 시리즈]와 같이 가장 초반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간대로 하고 있다. 그 덕에 현재에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계관이나 기술까지는 나아가지 않아 건담 시리즈를 본 적 없는 시청자들도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극의 진행을 지온공국군에 속한 이리아 솔라리의 시선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작품을 통해 건담을 처음 본 관객들이라면 알아야 할 게 지온공국군은 [스타워즈]로 따지면 다스베이더가 속한 은하 제국과 같은 악역이다. 그리고 상대방으로 나오는 지구연방군이 지구를 지키는 착한 존재이다. 하지만 이러한 틀을 깨고 주인공을 지온공국군으로 지정함으로써 오히려 지구연방군에 있는 ‘건담’이라는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덕분에 ‘건담’이라는 존재가 지온공국군에게 있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그리고 왜 ‘하얀 악마’라는 칭호가 붙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건담이라는 장르를 새로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이 많은 작품이며 캐릭터들 또한 기존의 캐릭터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기존의 팬들에게는 심심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기존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 의식이 ‘소년병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제 의식은 주관적이며 이는 필자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기존의 작품은 아무로 라는 소년의 시선으로 전쟁의 피폐함과 두려움을 그리고 있다. 그가 ‘뉴타입’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소년이기에 더욱 전쟁에 나가야 하지만 아직 소년인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건담이라는 작품은 전쟁을 마주한 이들의 공포를 잘 투영한 작품이라고 필자는 그 당시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 또한 그러한 주제 의식이 투영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았을 때 조금은 다르다. 주인공을 지구연방군이 아닌 적군이었던 지온공국군의 소속의 인물로 설정하였으며 어린 소년이 아닌 한 명의 베테랑 군인의 시선으로 전쟁의 두려움을 그리기에는 어려우며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작품은 다른 시선, 바로 모성애로 이어 나아간다. 필자는 앞에서 말한 초창기의 건담이 소년병들의 시선으로 시작한 작품인 만큼 이번 작품이 그러한 소년들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느꼈다. 그리고 제목에서 보여지는 복수의 레퀴엠이 본인 개인의 복수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초반에 필자가 제목만을 보고 내린 판단이 얇었다는 것을 알고 제작진의 참신함에 놀라움을 표한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전개가 반복되어지는 점과 무엇보다 인물들의 퀄리티가 크게 아쉽다. 나오는 각종 로봇들의 퀄리티는 부족한 부분이 없으며 착륙을 하거나 상승할 때 보여지는 화면의 흔들림은 그들의 크기와 무게감을 느껴주게 해주는 좋은 연출이었다. 하지만 인물들이 게임 [심즈]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어딘가에서 위화감,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UMRC라는 국경 없는 의사회와 같은 의사 캐릭터는 더더욱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들의 입 또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으며 저 예산으로 제작되어진 만큼 아쉬움도 보인다.
그럼에도 건담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모르는 관객들이 보기에도 필자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전개나 반복되어지는 전개도 6화라는 짧은 분량에 적절히 들어갔으며 나오는 캐릭터들이 퀄리티 좋은 옛날 게임 캐릭터와 같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건담 시리즈에 나온 로봇들이 상당히 좋은 퀄리티로 볼 수 있다는 점과 기존의 메세지와는 조금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 시작에 있는 주제의식과 비슷한 방향성의 주제 의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앞으로도 과거의 좋은 소재들을 현재의 좋은 퀄리티로 보여주기를 넷플릭스에 기대해 본다.
요약 3줄
1. 기존 시리즈의 초반에 해당되는 시간 배경
2. 건담을 잘 몰라도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하다
3. 근데 캐릭터들 퀄리티가 아쉬울 때가 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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