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컵으로 물 마시기 5/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새로움 이라고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봐도 볼 수 없는 디즈니가 다시 한번 후속편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모아나의 후속편은 뜨끈 미지근하게 극장을 달구었고 아이러니 하게도 거의 동시에 개봉한 작품 [위키드 1부]에 비해서도 미지근한 반응을 일구고 있다. 그런 필자는 놀랍게도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위키드]가 아닌 [모아나 2]를 관람하였으며 비록 전자를 보지는 않았지만 [모아나 2]보다는 낫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해본다. 비록 기대를 하고 관람은 한 작품은 아니지만 배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자가 기대한 수준보다도 낮았으며 과연 디즈니가 이런 식으로 후속편과 실사화만 만든다면 앞으로 디즈니의 앞길이 심히 어두울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모아나가 등장해 그녀의 화려한 몸놀림을 보여주며 곧바로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인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들이민다. 그리고 다시 섬에 돌아가 전작인 1편에서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고 새롭게 항해로 나갈 동료들을 비춘다. 그 후 조상님들의 이름을 물려 받고 다시 바다에 나가려고 하는데 두렵다는 등 서술하지만 필자가 가장 의문이 들었던 점은 ‘왜 나는 즐겁지 않는가’ 였다. 필자는 전반을 포함해 중반 그리고 후반까지도 어떠한 즐거움도 그리고 영화적 쾌락을 느끼지 못하였다. 최소한 전편인 [모아나 1]에서는 모아나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으며 중반부터 등장하는 마우이 또한 뛰어난 감초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필자는 왜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였는가.
1편에서 모아나가 바다로 나아간 가장 큰 이유는 더 넓은 세계로의 호기심과 모험심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의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들과는 다른 새로운 점이었으며 그녀의 모험은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녀 스스로 알아가고 싶은 세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이를 노래로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모험에 대한 열망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시발점에는 그녀의 모험심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후 이는 섬 사람들에게 의해 묻히게 된다. 그녀의 모험심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추구하고 모험을 떠나게 하는 큰 계기가 되지만 이를 파묻어버리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섬 사람들이 그녀에게 부여한다.
모아나는 1편에서 아무도 나가지 않았던 섬에서 나가 바다를 체험하고 그들의 터전을 지키며 몇 백 년 전이나 아무도 부르지 못하던 선조의 항해사의 이름 타우타이를 받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영웅이다. 그러한 그녀에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고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편에서의 그녀의 모험심을 묻을 정도로 그녀에게 책무와 의무감을 부여한다. 물론 모아나는 이에 대해 저항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순간은 있지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 있어서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면 그녀가 의무감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관객들은 이가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항하고 싸우고 투쟁하는 주인공을 원하지 사무실 책상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 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필자가 이렇게까지 아쉬움이 담긴 평을 남기는 이유는 단순히 그녀의 행동 원인의 변화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이가 천천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녀의 변화가 납득이 갈만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모험심에 그녀의 호기심 뿐만 아니라 그녀가 족장의 딸로서에 대한 책임감을 질 수 있다는 내적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어눌한 편집으로 그리고 파편으로 이어 붙인 설명이라는 점이 필자에게 있어 실망이 크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이야기를 띄엄띄엄 말하는 것이 아닌 편집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파편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듯한 부분들이 보이며 스토리텔링에 있어 너무나도 어눌해진 부분이 존재한다.
주인공에 대해 이렇게까지 혹평을 하는 상황에서 함께 여정을 나가는 동료들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이번 작품에서 마우이 또한 커다란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인 악역은 (세상에나) 3편에서 등장할 예정이라는 거대한 떡밥을 남기느라 이번 2편에서는 어떠한 잔반도 남기지 않는다. 마블 시리즈의 악역 중 하나인 타노스와 비슷하게 마지막에 등장하며 속편을 기다리게 하는데 과연 2편에서의 완성도를 보고 사람들이 악역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그리고 재미를 기대하며 영화관에 찾아갈지 의문이 생길 뿐이다.
영화는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계속해서 노래해 준다. 그리고 후속편이자 2편이라는 점에서 있어 세계관 확장의 책임도 행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격려가 계속되다 보니 이야기의 진행이 눈에 띄게 더디다는 것이다. 섬을 향해하고 섬을 찾아서 꺼내서 바다를 하나로 합친다는 줄거리를 마라톤을 100m 달리기로 끝낸 듯이 나오며 그 나머지 시간을 ‘아니야 너는 할 수 있어’라며 다독이는데 바쁘다. 앞에서 언급한 모험심보다도 의무감이 앞서기 때문에 이러한 위로가 더욱 필요로 해지며 이야기는 이 책임에 대한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격려하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디즈니 또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잊은 듯 하다. 과연 언제 다시 디즈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줄 수 있을까.
요약 3줄
1. 모험보다는 책무
2. 서로 격려하느라 이제 출발했다
3. 3편 때문에 주저하는 거라면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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