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수면시간, 뒤숭숭한 잠자리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와 동명의 2022년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후기입니다)
이번 작품 [스픽 노 이블]은 2022년 덴마크에서 개봉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최근에 (자막 싫어싫어 아메리칸을 위해) 리메이크가 빨리 되어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리메이크를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 2022년에 개봉을 하자마자 유니버셜이 바로 판권을 구매하고 블룸하우스가 제작한 거라고 예측이 되어진다. 이렇게 까지 빠르게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것은 두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2022년 영화의 이야기에 담긴 메세지가 지금의 시대상에 알맞으며 조금이라도 늦으면 후퇴된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는 이건 돈이 되겠다는 빠른 결졍. 필자는 이 두개가 함께 맞물려 리메이크가 되었다고 판단되어진다.
이번 작품은 앞에 스릴러를 계속해서 압력밥솥에 가두어 놓고 후반에 폭발시키는, 앞에는 호러 및 미스터리를 깔고 후반에 스릴러 액션을 폭발시켜놓았다. 필자는 이런 선택이 더욱 대중적인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블룸하우스 제작사 만의 새롭고 다채로운 색이 조금 쇠퇴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중후반에 등장하는 패트릭 필드의 주장이나 후반 루이스 달튼의 활약 등이 A24과 유니버셜 임원들의 눈치를 본 듯한 모습들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로 앞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블룸 하우스 단독으로 제작하였다면 과연 저런 결정을 내렸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장면들도 존재한다.
이렇게 제작사의 성격까지 분석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들어가지 않는다면 영화는 훌륭하다. 각본이 훌륭한 점은 바로 상대방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드느냐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 중에서 아무리 맞는 말을 하더라도 전달하는 방법이 불쾌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들의 의견이 아무리 정답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불편하다면 이 관계는 쉽게 이어가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강압적이고 상황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계를 함부로 꺾기 힘들다.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 본인이 잘못을 하거나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이를 본인을 비하하고 깎아 내리는 개그로 이어간다면 이 상황은 상대방에게 죄를, 프레임을 뒤집어 씌울 수 있다. 그리고 각본은 이러한 불편한 개그들을 잘 이해하고 잘 살리고 있다.
이는 마치 블랙 코미디 장르를 생각나게 한다. 가장 유명한 블랙 코미디는 바로 ‘탈룰라’라고 볼 수 있다. 이름을 가지고 개그를 치지만 사실 친구의 어머니 성함이었으며 이에 대해 관객들 조차도 웃기지만 웃어서는 안되는 역설적인 장면들이다. 이러한 블랙 코미디가 타이밍과 상황이 잘 맞아야지만 성공하듯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장면을 담아 내기 위해서도 좋은 타이밍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역설적인 순간들은 각본은 잘 그려내었으며 잘 그려낸 그림들을 영화는 짧은 순간들이지만 영화에 잘 담아 냈다. 불편한 아주 짧은 찰나를 영화에서 잘 그리고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영화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불편하게 하였으며 필자는 이러한 점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다시 한번 본다면 계속되어지는 불편한 상황에 홀려 (시계와 같은 소품들을)보지 못한 것들이 다시 보일 수도 있다. 필드 가족이 계속해서 여우를 보지만 이들을 죽이지 않고 보내주는 점. 달튼 가족의 딸 아그네스가 계속해서 품에 토끼를 쥐고 있다는 점. 이는 마치 그들의 상황이 필드 가족이 언급한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필드 가족은 달튼 가족의 목덜미를 물고 있는 여우이며 달튼 가족은 이에 대항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토끼였다. 하지만 후반에 가면서 그들은 더이상 도끼가 아닌, 문명인으로 탈피하였으며 이는 인간이 여우를 사냥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필자의 생각은 아그네스가 계속해서 엔트를 구하려고 하며 달튼 가족 전체가 그를 구하려고 하는 장면이 바로 토끼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기에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며 많은 관객들에게는 물음표가 생길 수도 있는 점이다.
후반과 결말에 대해서 원작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였다. 아무래도 할리우드에서 제작을 한 만큼 결말은 반드시 동이 트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는 식으로 끝이 나야한다. 만약 이러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2022년의 영화를 관람해야 할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만큼 대중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위한 근거가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정도로 압도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패트릭 필드를 연기한 제임스 매커보이의 연기력이다. [23 아이덴테티]에서의 연기력을 압축시켜 [필스]처럼 폭발한 연기력과 [글래스]에서 키운 몸집으로 영화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후반이 초반처럼 촘촘하고 디테일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결말과 나쁘지 않는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영화관에 가지 못한다면 OTT로 올라온다면 꼭 보시라.
요약 3줄
1. 관객까지 불편하게 하는 뛰어난 각본
2. 제임스 매커보이의 압도적, 뛰어난 연기력
3. 방향은 틀었어도 나쁘지 않는 결말과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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