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룩 백]은 최근에 큰 화제를 몰고 온 [체인소 맨]의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장편보다도 단편으로 그려진 그리고 쓰여진 작품들을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이번 작품처럼 작가의 생각이 깊이 그리고 밀도 있게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번 영화 또한 그의 단편에서 섣불리 분량을 늘리거나 하지 않고 1시간의 분량의 작품으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감독은 큰 왜곡 없이 원작을 존중하는 동시에 후반에 그려지는 복잡한 상황 또한 편집 점 없이 하나의 긴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원작보다도 더욱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후지노는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고 만화에 소질이 있다고 자만한다. 하지만 어느 날 등장한 쿄모토가 자신보다 뛰어난 그림을 그림으로써 그녀에게서 이기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만두고 만다. 이후 그녀는 졸업장을 전해주기 위해 쿄모토의 집에 가서 그녀와 마주하자 그녀는 팬이라며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게다가 열등감을 느끼게 한 쿄모토에게서 천재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돌아가는 길에 그녀에 대한 열등감에서 오는 분노, 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서 천재라는 말을 듣자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춤을 추고 만다. 이 장면에서 그녀의 얼굴과는 반대되어지는 행동에 미소를 짖게 하는 동시에 그녀의 순수한 뜀박질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장면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후지노와 쿄모토의 관계를 보면 마치 후지노가 쿄모토를 이끌어 가며 쿄모토가 계속해서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는 듯이 그려진다. 처음의 만남에서도 그들의 관계는 후지노 선생님이라 부르는 등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짜여진 듯이 그려진다. 무엇보다 후지노가 쿄모토의 등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관객들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반에 가면서 영화에 그려지는 그들의 관계는 시간선이 왜곡되어지는 후반부의 장면처럼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금지된 재현]처럼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후반에 가면 서로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시간을 뛰어넘는 하장의 장치지자 상징적인 의미로 변해간다.
이번 작품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이를 그린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의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후반에 보여지는 잔잔한 반전을 통해 관객과 독자들에게 반전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생각해 볼만한 결말을 던져주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반전과 깜짝 반전은 그리기 쉽다. 단순히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잔한 반전과 결말은 작품 전체를 뒤집는 것과 같은 결말은 높은 테크닉과 스토리텔링이 요구되어진다. 그리고 이를 관객과 독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득력을 가지게 한다는 것은 뛰어난 짜임세를 준비하고 들어가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제목 룩 백 또한 여러가지의 의미를 담고 관객들에게 매번 달라지는 제목의 의미를 기대한다. 시작 부분에서는 단편적이며 중간에 와서는 쿄모토의 시선으로 후지노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모종의 사건에서는 뒤를 돌아보라는 물리적인 움직임, 시선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 되돌아가보게 하는, 회상하게 되는 마법과 같이 여러가지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회상하는 동시에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면서 나아갔으며 단순히 회상으로 남아있는게 아닌 존경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제목이 깊이가 생겨난다.
단편 작품을 보면 그 작가의 장편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지금은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해진 작가들 또한 그들의 시작점에는 단편 만화가 존재 하였다.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선생님, [도라에몽]의 후지코 F. 후지오 선생님, 심지어는 [원피스]의 오다 에이치로 선생님도 단편으로 그들의 장편 작품들의 초석을 다졌다. 그리고 이처럼 위에서 말한 제목, [룩 백]에는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회상도 그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만화 세계에서는 단편을 먼저 공모전에 제출, 그리고 계속해서 상을 받거나 편집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장편으로 올라가게 되어진다. 후지모토 타츠키 또한 거의 15편에 가까운 단편들을 공모 하면서 그의 장편 작품들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작품 [룩백]은 그의 회상이기도 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번 작품을 정리해 보자면 필자는 ‘기대 이상의 좋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원작을 존중하며 원작 만화 이상으로 부드럽게 연출해주었으며 그녀의 뜀박질에 순수함과 벅참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인물들의 서사에 부담이 없으며 짧은 시간 안에 인물들의 관계에서 오는 잔잔한 반전을 후반에 매력적인 묘사로 그려 넣었다. 게다가 비극에서 오는 후지노의 성장과 극복을 그리는 동시에 쿄모토에게는 다른 시간선에서 비극적인 사건을 후지노의 등장으로 해결하게 하며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 극복과 동시에 찜찜함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의 그들을 선물해주고 관객들에게 안겨주었다. 심지어 제목에는 복합적인 제목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관객들이 이를 곱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이상으로 작품을 잘 만들 수 있을까. 기대 이상의 좋은 작품이다.
요약 3줄
1. 원작을 충실히 그리고 그 이상 담았다
2. 후반에 오는 잔잔한 반전이 매력적이며
3. 언젠가 꼭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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