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물음표와 날카로운 느낌표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는 탄생 이래 수많은 감독과 배우들로 영화 그리고 미디어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는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배트맨 역할은 물론 배트맨 영화는 거대한 그림자에 의해 묻힐 수도 있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 [더 배트맨]은 그러한 그림자에서 벗어나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심오성과 새로움을 관객들에게 안겨주는 뛰어난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떤 캐릭터인가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의 배트맨은 이미 배트맨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도시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두려움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배트맨의 활동의 원동력 또한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초반 지하철에서의 싸움 이후 행인을 도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인이 자신을 헤치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은 (그렇다! 사실은 갑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다!) 세상에 대한 부조리함과 분노를 배트맨이라는 또다른 인격을 만들어내어 범죄자들을 하나하나 잡아내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여러 배트맨이 나오는 작품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호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배트맨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매력, 추리에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배트맨은 단순히 (미친 듯이 부자인 것 외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인물이 범죄자와 악역들을 잡는 캐릭터로 비춰진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배트맨은 ‘리들러’라는 캐릭터가 남기는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 나아가면서 그의 정체를 파해진다.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그가 내면에 숨기고 있었던 브루스 웨인의 과거와 그의 가족이 가지고 있는 비밀까지 풀어 해쳐 나아가게 만들고 이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그가 아직 영웅이 되지 못한, 이전 단계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추리와 수사를 위해서 나온 캐릭터 ‘리들러’는 상상 이상으로 영화에 잘 맞아 떨어졌으며 이를 연기한 배우 또한 그가 가진 역량으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묻히지 않고 그만의 색을 십분 내뽑는다. 그리고 이가 바로 이번 작품이 여러 팬들은 물론 새로운 배트맨과 마주하는 관객들에게도 어떠한 지루함도 주지 않았던 가장 큰 단서였을 것이다. 게다가 리들러라는 캐릭터와 마주하기 위해서 지나야 했던 ‘펭귄’, ‘조커’ 등 또한 여러 악역캐릭터가 등장하였음에도 그 중심에 있는 리들러에 무게를 잃지 않았다. 이 덕분에 영화는 리들러가 남기는 수수께끼에 무게를 더욱 더하게 되어지고 배트맨 또한 이를 상대하기 위해 전념하며 영화는 흐트러짐 없이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에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가 가장 이번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이 무게감이다. 영화의 음악과 연출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무게를 계속해서 이고 나아간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여러 영화에서는 이러한 무게를 분배하기 위해서 장르를 혼합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의 중심을 바꿈으로써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하나의 스토리, 그리고 장르를 초반부터 후반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갈 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듯이 하나의 장르로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심지어 3시간에 달하는 시간을 홀로 채워 나아간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이 3시간이라는 시간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심지어 영화가 묵직하고 천천히 다가온다는 점에서 도파민에 중독되어져 1시간 반 영화도 누군가 요약해준 것을 보고 만족하는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간일 수도 있다. 혹은 지금까지의 히어로를 앞으로 내밀면서 만들어진 작품들의 대부분이 장르 그리고 작가 주의적 성격이 사라지고 히어로 장르라는 하나의 장르에 파묻히고 버무려져서 이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히어로 장르가 아닌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쓴 하나의 느와르이자 미스터리 그리고 하드보일드의 장르가 돋보이는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도 이번 작품이 잘 만들어진 것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더 배트맨 사가라는 이름으로 3편까지 기획하는 동시에 본인들의 OTT유입을 늘리기 위해서 등장 인물 중 하나인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제작사까지 물이 들어옴을 빠르게 눈치채고 노를 젖는 모습은 그들도 지금까지의 히어로 영화들의 적극적인 도전에 비해 미지근한 시장 반응에서 그나마 좋은 작품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에 관객들 또한 환호성으로 반응하니 상호간에 최고의 작품이자 묵직하면서 기대가 넘치는 작품이다. 앞으로도 히어로 장르가 아닌 작가, 장르 주의 히어로 영화의 발전을 기대한다.
요약 3줄
1. 묵직하면서 그 무게를 끝까지 유지한다
2. 하지만 이 시간이 길어 너무 부담스러울 수 있다
3. 어쨌든 신나게 노를 젖는 배급사와 같이 춤추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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