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라진 누군가를 위해 다시한번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는 색연필로 그린 듯한 색감으로 백화점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각종 초식동물부터 포유류, 조류, 양서류 등등 가지각색의 동물들이 다니면서 그들은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주인공 아키노의 시점으로 영화는 진행되어진다. 짧은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가지의 사건으로 진행되어지는 것이 아닌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사건들이 겹쳐 마지막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백화점이라는 공간의 어두운 면과 그 이상으로 어두운 인간의 이면을 비춘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백화점의 안내원, 아키노의 시점에서 진행되어진다. 그녀는 정식으로 직원이 된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찾아오는 동물들을 만족시키려고 한다. 한국의 백화점에서는 정말 높은 VIP가 아니라면 받기 힘든 퍼스널 쇼핑의 도움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 물론 처음에는 누군가의 꼬리를 밟는 등 허둥거리는 모습도 보여주지는 더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남으로써 그녀는 점차 발전해 나아가며 이 모습을 영화는 잔잔한 재미들과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들의 디테일들이 눈에 뚜렷하게 보인다. 이미 품절이 된 오래된 향수를 찾는 고객을 위해서 향수를 찾아보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스토리가 끝나는 가 싶었지만 1. 이미 퇴직한 베테랑 안내원의 등장한다. 2. 그가 이전부터 알고 있는 부인들에게 카페를 추천하는 장면으로 그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3. 향수의 향을 맡는 사람마다 ‘예전에 사용했다’라는 대사를 몇 번 언급한다. 4. 그 이전의 고객들 중 아직까지 가지고 있을 고객에게 부탁해서 향수를 구해온다. 라는 디테일에서 추리소설 못지 않는 디테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렇게 영화의 중반까지는 손님들의 고민이나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 나아가지만 중반의 진상 고객 이후로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이는 바로 그 백화점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이 VIA라는 점을 통해서다. 일반적으로 VIP라고 하는 부분에서 마지막 사람(person)부분만을 동물인 Animal로 바꾼 점에서 귀엽다고 느껴지지만 이는 단순히 멸종위기 동물이기 때문이 아닌, 이미 멸종을 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동물이라고 언급하는 것이었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관객들이 왜 사람인 아키노가, 그리고 종업원인 아키노가 저렇게까지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만족시키기 위해 하이힐로 뛰어다니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종업원들은 왜 다 사람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보면 이 백화점은 인간이 욕망에 의해 소멸하고 멸종한 동물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공간이다. 그리고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책임이자 업보이자 우리 과거의 실수들을 영화는 따뜻한 색연필의 색감이지만 날카롭게 찌른다.
최근 여러 단체나 집단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는 다수 존재하며 근래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많이 눈에 밟힌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급급하여 보는 관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까지 자극적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게다가 영화인 시점에서 다큐멘터리와 같은 심심함으로는 스스로가 안달이 나는지 스스로 붕괴하는 모습들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러한 메시지를 잔잔한 스토리 속에, 마치 달콤한 초콜릿 코팅 속에 씁쓸한 약을 숨긴 듯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 아키노처럼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흔히들 몸을 먼저 움직이면 생각이 먼저 딸려 올 거라는 생각으로 몸을 먼저 움직이려고 한다. 하지만 올바른 마음가짐은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고 이러한 움직임은 받아들이는 이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그 진솔한 마음을 받아줄 수 있게 된다. 원작 작품은 어떤 메시지를, 그리고 어떻게 전달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원작을 몰라도, 알아도 어느 쪽도 관객들은 제작진들이 전달하려는 것을 우리 몸에 스며들듯이 진득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일본어를 습득하는 분들이 더 다양한 표현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반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본어에서도 극존칭 그리고 겸양어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리고 번역의 퀄리티도 충분하여 새로운 표현법을 배우는데 좋은 매체 그리고 작품이 될 것이다.
요약 3줄
1. 따뜻한 색감과 포근한 이야기
2. 단단한 연출과 스토리
3. 그리고 깊이가 있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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