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으로 그린 종교 그리고 영웅의 서사시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많은 영화들이 3부작으로 만들어지지만 완벽한 3부작은 손에 꼽을 수 있다. 그렇게 완벽한 3부작 중 하나인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의 후속편을 만든다는 소식에서 사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왜냐면 지금까지 완벽한 3부작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경우 좋은 평을 받은 적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새로운 캐릭터와 모험을 통해서 <혹성탈출 시리즈>의 더욱 더 넓은 세계관을 그리기 보다는 지금까지 1편부터 3부작에 대한 종합적인 장점들을 끌어 모은 다음 오마주가 가득한 줄거리를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마주는 가득하다. 리부트 1편부터 3편까지의 주인공 시저의 집에 있는 유리창의 모양이 시저를 종교화 한 문양으로 등장하고 사용하는 전기충격기 또한 1편에서 유인원들을 학대할 때 사용한 무기이다. 2편의 악역인 코바와 같은 종인 보노보가 이번 작품에서 악역으로 다시 증장하였다는 점과 인간이 있는 방공호 속에서 나오는 거대한 탑은 2편에서 무너지는 탑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3편에서 시저가 고문을 당하지만 그가 추후에 다시 일어나는 종교적인 모습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 노아와도 겹쳐 보이며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대한 파도는 3편에서 사람들을 휩쓴 눈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등 1편에서 3편까지 그리고 오리지널의 마지막 장면까지 연상시키는 등 다양한 오마주가 등장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은 오마주 만큼이나 리부트 1편부터 3편까지의 줄거리를 압축한 모습을 보여준다. 1편에서 보여지는 인간과의 갈등 2편에서 보여지는 유인원들끼리의 충돌 그리고 인간과의 화합, 마지막으로 3편에서 자신의 부족을 모두 납치한 악역, 프록시무스 시저로부터 사람들을 다시 데려온다는 큰 줄거리들을 40분으로 압축하여 연결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이 말만 듣는다면 맛있는 부분만 쏙쏙 빼서 만든 걸작으로 들리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작품은 리부트의 완성도에는 미치치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관객들과의 소통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주인공 노아의 감정을 이입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있어 부족이 얼마나 소중한 장소이며 그가 머물고 있는 ‘집’이라는 장소가 얼마나 귀중하고 가치 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감독은 그가 얼마나 용맹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의 마음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인물(?)이 아닌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주인공 노아가 자신의 부족을 되찾기 위한 여정들에 대해서 크게 이입할 통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리부트 3부작>에서 이루어 지지 않았던 이유는 주인공 시저의 시점으로 바라볼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1편에서 3편까지의 이야기를 함축한 탓에 이런 여유도 없이 영화는 관객의 멱살을 이끌고 나아간다.
영화에서 장점인 동시에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악역 프록시무스 시저일 것이다. 그는 시저라는 이름을 이용하여 종교화하였으며 이를 이용해 본인이 시저의 뜻을 따르고 있으니 본인을 시저라고 신격화하는 모습을 통해 유인원들을 통제하고 거느린다. 그리고 인간 캐릭터인 트레바탄에 의하면 그가 역사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종교의 힘을 이해하고 있으며 과거 인간들이 만든 기술을 존경하고 이를 이용하여 더욱 더 큰 진화를 이끌어 내려는 캐릭터이다. 본인의 목적이 확실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알고 있는 매력이 없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게다가 최종에는 지력 뿐만 아니라 무력으로도 주인공을 압도하는 능력이 있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은 1편에서 3편까지의 줄거리를 압축하였기 때문에 2편의 악역 시저와 3편의 악역 맥컬러 대령을 섞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두 캐릭터를 합쳐서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흔한 악역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분량을 위해서 그리고 인간 캐릭터 메이를 위해서 용두사미의 퇴장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인간 캐릭터들이 없이 노아와 시저만의 대립으로 그렸다면 낫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도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다면 이를 굳이 혹성탈출 시리즈로 나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며 그나마 노아가 가지고 있는 인간과 유인원은 공존할 수 있는가 라는 고찰이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1편부터 3편까지의 이야기를 압축한 시도는 상당히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과 속도는 안정적이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수 존재하며 만약 지금까지 혹성탈출을 관람한 적이 없는 관객이라고 하더라도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정 이입이 힘든 주인공과 용두사미의 악당과 오락가락하는 인간 메이의 조합은 정리되어지지 않은 실뭉터기를 보는 듯 하여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빛과 물 그리고 유인원들의 털 표현은 그야말로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영상을 보기 위해 극장에 혹은 영화를 관람하는게 아니다.
요약 3줄
1. 1편에서 3편까지의 오마주와 줄거리 압축판
2. 극강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최고의 비주얼
3. 하지만 정리되어지지 않아 아쉬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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