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극장에서 빛 바랜 카메라로 찍은 돈의 주름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열광 받던, 특히나 한국에서 크게 사랑 받던 그 홍콩 영화의 향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필자는 홍콩 영화에 깊은 추억이나 향수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홍콩 영화가 가져온 그리고 불러온 영향력은 현재의 영화 시장에서도 절대 작지 않으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홍콩 영화가 다시 한번 한국의 영화관, 스크린에 오랜만에 그것도 상당히 크게 걸린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을 연기한 인물들, 양조위와 유덕화의 티켓 파워가 한국에서도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인물들이 연기한 ‘청’과 ‘류치웬’은 각각 투자자와 ICAC에 소속해 있으며 정반대의 파벌에 위치해 있는 인물들이다. 영화는 대부분 청의 서사를 그리고 있으며 그가 어떻게 홍콩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부동산 투자자에서 홍콩의 경제 판을 뒤흔드는 인물이 되어가는지 차근 차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을 그의 일대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류치웬의 수사가 진행되어지며 그가 내미는 증거들에 대해 풀이를 하는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는 악당이 자신의 조직, 회사의 중요 인물들을 하나 하나 모아 나아가는 동시에 주인공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동료들을 모으는 모습처럼 보여진다.
청은 엄청난 야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목표를 위해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그 중에서 그가 저지른 가장 큰 불법 행위는 바로 주식, 주가를 조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부동산으로 투자한 모든 돈으로 회사를 구입하고 그 회사의 주식을 올리기 위해 일당을 모아 주식의 가격을 하루 아침만에 30프로 올리는 등의 작전 행위로 자신의 회사의 가치를 계속해서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끌어 올린 주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존재가 바로 회사를 지탱하는 것이며 만약 파산한다면 이를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오히려 화를 내는, 악덕한 인물로 나온다.
그런 그를 체포하려는 류치웬은 몇 년, 몇 십년에 걸쳐 그를 8번이나 채포한다.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존경받는 팀장이며 그를 체포하기 위해서 승진도 포기한 책임감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를 청과는 반대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정 반대에 위치해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런 인물들의 문제가 있다면 그들의 매력이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매력을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나 매력이 부족하여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못하는 경우는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경우 두 배우의 존재감과 크기가 인물들 그 이상을 보여주기에 인물들의 서사와 이야기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그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캐릭터들이 굳이 앞으로 나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인물들의 대립을 어느정도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조금은 방향성이 틀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립을 통해 사건을 강조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영화의 러닝 타임 자체가 짧고 이를 위한 서사는 부족해 보인다. 이를 조금 보완하였다면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두 인물의 대립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으며 이를 연기한 두 배우 또한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였지만 이번 작품의 아쉬운 점은 또 한가지가 있다. 바로 이를 촬영한 방식에 대해서다. 영화는 2000년대 이전의 작품이며 이를 보는 관객들의 연령대 또한 대부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과거의 홍콩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익숙한 연출에 향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과연 이게 무엇을 위한 연출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바로 끊어지는 슬로우 모션과 카메라가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조명을 계속해서 바꾸는 연출이다.
슬로우 모션은 현재의 여러 히어로 영화에서도 자주 보여지는 연출 방식이다. 이를 통해 그 장면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더욱 강조하고 관객들의 뇌리에도 깊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슬로우 모션은 프레임을 제한한 탓인지 현대의 카메라를 썼음에도(설마… 아니지?) 불구하고 뚝뚝 끊기는 슬로우 모션이 보여진다. 마치 과거의 홍콩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이나 주인공의 친구가 죽어가는 그 장면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 인물을 중심으로 카메라를 돌리면서 동시에 조명을 바꾸는 연출은 인물들의 대립이나 인물의 내적 혼란이나 그가 숨기는 내면을 보여주는데 사용되어진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히 멋으로 사용되어지는 부분이 다수 보여지며 이는 영화에 더욱 집중하기 어렵게 하는데 일조한다.
두 주인공의 오랜만의 화합은 반갑기 그지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이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이 커질 줄은 몰랐다. 물론 그 둘이 한 장면 안에 같이 들어 있는 것 조차로도 영화는 너무나도 풍족하다. 하지만 그들의 보여주는 이야기는 풍족하지 못한, 아쉬움이 그윽하게 남는 작품으로 남았다. 한국에 개봉되어지는 홍콩 영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었음은 분명하며 그들 또한 이를 위기로 삼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홍콩의 현재 상황을 보자면 그들의 영화 제작에 제한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아름다운 영화들을 다수 보여주고 제작한 경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뛰어난 작품으로 마주하기를 기대한다.
요약 3줄
1. 류덕화, 양조위 둘 다 힘이 엄청나다
2. 영화가 그 힘을 따라가지를 못한다
3. 과거의 영광, 홍콩영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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