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진 불 같은 로맨스 -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위 영화는 총 4개의 원소 물, 불, 공기 그리고 땅(식물)로 구분되어 있다. 영화는 이미 물,공기, 흙이 어떠한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에 불 원소들이 이민을 온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인 이민 2세인 불 ‘앰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지듯이 불 원소는 도착하자마자 이민자와 같은 많은 원소들에게 무시당하고 기피 당해진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불을 만나면 물 원소는 끓거나 증발되고, 흙을 만나면 그 위에 자란 머리(식물)이 바싹 마르거나 불타며 공기들은 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불은 이민자와 같은 위치에서 여러 고난들을 겪는다. 필자가 보기에 불 속성 문화는 이탈리아의 외관과 한국의 문화가 융합되어 있는 듯 하다. 부모님을 이름으로 부르지만 드라마에서는 ‘나는 사실 너를 사랑하지 않아’와 같이 한국 소프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반전 대사들이 나오며 그들이 내놓는 높은 온도의 음식들을 먹을 때 HOT하다 라고 말하는 걸 보니 온도적 뜨거움 뿐 아니라 매움의 정도임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이 한국계 이민 2세인 감독 피터 손의 관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갈 융합적 문화이다. 그들이 구축한 불 원소 마을은 코리아 타운같기도 하며 차이나 타운과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에서의 입지 보다도 낮은 위치에 있는 동네이다. 이른바 이민자들의 마을인 동시에 빈민가들의 마을인 것이다. 이는 옆의 부를 이룬 엘리멘트 시티와는 대조적이다.
영화는 4개의 원소 중 불과 물을 각각의 주인공으로 삼아 그 2개의 원소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완전 정 반대 같은 이미지를 포함해 이 둘을 주인공으로 삼은 점은 좋은 판단이다. 불은 이미지와 같이 에너지가 넘치지만 동시에 다혈질 적이면서 행동주의적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과는 다르게 불의 원소 ‘앰버’는 자신을 위한 부모님의 희생에 답하듯이 그들이 일궈낸 업적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그들이 가져온 파란 불꽃이라는 전통에 억눌려 진정한 자신을 보여주고 찾지 못하는 이민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불이란 원소를 생각하면 불은 끓는 물과 같이 에너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그녀의 에너지를 담기에는 불의 원소 마을이 너무나도 그릇이 작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녀가 마을을 떠나 자산의 꿈을 찾아가는 결말은 납득이 가는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그리고 물은 불과 다르게 흙과 공기에서 적대시 받지 않는 어디를 가던 환영 받는 원소이다. 이와 같이 물은 ‘포옹’이라는 단어를 표현한다. 물 속성 캐릭터 ‘웨이드’의 집안을 보아도 그의 집안에만 예술가들이 다수 존재하며 그 또한 경제적이나 집안의 어떠한 억압 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를 관통하는 전철을 받치는 원소가 물인 것만 보아도 물이 도시를 구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룬 부 와 지배력 또한 어떤 원소보다도 많은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다양한 연출들을 통해 각각의 원소들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광물에 올라간 순간 ‘앰버’의 불꽃 색깔이 달라지거나 불의 힘을 통해 유리 공예를 뽑아내는 모습. 그리고 ‘웨이브’가 많은 물 속성 캐릭터들과 함께 파도를 만듦으로써 말 그대로 파도타기를 만들거나 빛을 관통하여 확대되거나 빛을 모으는 등 물이라는 원소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서 여러 방면으로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연출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물 그래픽으로 표현된 점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까지 좋은 물 그래픽은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Piper”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듯 하다. 훌륭한 물 그래픽과 더불어 모든 원소들의 그래픽 또한 너무나도 훌륭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그래픽과 세세한 원소들의 연출을 감싸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스토리다. 이 영화의 장르를 말하라고 하면 ‘로맨스’가 먼저 나올 것이다. 불인 ‘앰버’와 물인 ‘웨이드’의 사랑을 통해 영화는 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 둘이 너무 사랑하기 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둘의 사랑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법은 그들 사이를 방해하는 ‘인물’과 ‘위기’를 일으킬 장치다. 하지만 그 둘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겨우 ‘앰버’가 가족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억압과 책임감이 가장 크다.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해결하는 위기는 불의 마을에 누수되는 물의 근원지를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 근원지를 찾는 대는 오래 걸리지 않았을 뿐더러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행사와도 같은 일이지 큰 위기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렇게 영화는 둘의 사이를 갈라 넣는 위기의 증폭에 실패하였다. 이 실패는 그들의 열혈한 사랑을 더욱 극적이고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해주기에는 부족하였다.
위의 스토리의 단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그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혹은 그들이 같이 해결하는 위기를 더욱 부각시키는지 둘 중 하나에 집중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출 것 이였다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같이 그들의 환경과 가문, 전통에 더욱 중점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불 원소인 ‘앰버’가 살고 있다는 불 마을(파이어 타운)이 어떤 마을인지를 자세히 보여준 적도 없으며 그 많은 불 원소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게다가 그녀와 같은 이민 2세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비춘 적이 없었다. 그들의 사랑을 더욱 비극적이고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속한 환경에 더욱 집중하고 아버지 뿐만 아니라 다른 불 원소들이 물 원소들을 욕하고 질타하는 장면을 넣어 그들의 상반되는 환경을 더욱 부각시켰어야 했다. 그리고 물 원소인 ‘웨이드’를 이해하는데 관객들에게 너무나도 적은 정보들과 짧은 시간밖에 주지 못했다. 일단 ‘웨이드’란 캐릭터가 힘도 좋고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도 잘하고 눈물도 많지만 할 때는 하는 마음여린 왕자님과도 같은 역할이다. 디즈니의 왕자님과도 같은 캐릭터에 사람들이 질린 것도 있지만 이 둘의 사랑 이야기라면 관객들에게 더 많은 웨이드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에게 공감할 시간을 주었어야 했다. 이러한 면에서 로맨스라는 장르를 가장 앞세우고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의 배경과 설정의 설명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로 인해 그들의 사랑이 애틋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로맨스가 아닌 위기를 해결하는 버디, 로맨스 장르로 틀었다면 그들을 만나게 해주고 관계를 깊게 맺어주는 위기의 스케일을 더욱 키웠어야 했다. 마치 주토피아에서 나오는 동물들의 본능을 일깨우는 약의 출처를 알아내는 등 확실한 악역이 등장해야 했다. 필자가 만약 이 스토리에 더욱 큰 사건과 악역을 넣는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와 같이 엘리멘탈 시티를 포함한 모든 도시에 비가 갑자기 너무나도 많이 내려 불의 타운이 사라지고 모든 도시가 비 속으로 사라질 위기라는 설정을 넣을 것이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앰버’와 ‘웨이드’가 힘을 합쳐 같이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 물 속성 캐릭터들이 주도한 것 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물 속성에 대한 증오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불 원소 캐릭터가 꾸민 일이었다 와 같이 작은 반전까지 덤으로 넣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댐이 무너지는 정도의(물론 댐이 터지는 건 큰 일이긴 하지만 그걸 비중을 너무 작게 잡은 나머지 작은 스케일로 보였다) 스케일이 아닌 엘리멘탈 시티의 위기를 보여주는 더욱 큰 스케일의 위기로 가야 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영화는 스토리에서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두 마리 다 놓친 탓에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들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픽사 영화 중에서 이렇게까지 문화간의 갈등과 충돌을 그려낸 영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좋은 방면으로 이 영화는 문화간의 융합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융합은 한 개인간의 융합으로 끝나고 그 이상의 융합은 보여주지를 못한다. 만약 2편이 나온다면 불의 원소인 ‘앰버’가 더 큰 무대로 나아가 인턴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고, 원소가 가지고 있는 고장관념을 깨트려가는 걸 크러쉬와 동시에 본편에서는 그려지지 않은 공기와 흙과의 충돌을 더욱 깊이 그려 각각의 원소들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려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픽사니까... 10년 후에나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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