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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툼 - 장기 기부 공익 광고 (스나이버 편)

영화

by 페이퍼무비 2023. 11. 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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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캐릭터들로 보여주는 정의는 무엇인가 7/10

 

 

(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영화의 도입에서는 도박에 미친 아버지 세르지오가 자신의 아내에게 두 번 다시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하고 그는 다시 도박장으로 발을 옮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도박장으로 따라 들어오자 당황해 하지만 그 순간 강도들이 도박장으로 들어와 그들을 협박한다. 한편, 심장이 약한 아들의 아버지, 파블로의 관점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초중반에서는 아들의 심장이 매우 약해져서 병원으로 간 가장 위급한 순간 도박장에서 범인이 총으로 사람들을 협박하고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대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그는 스나이퍼로써 범인들을 주시하고 기회를 노리지만 병원에 있는 아들이 신경 쓰여 범인을 늦게 잡은 탓에 범인은 세르지오의 아들을 죽이고 만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이 이후의 이야기를 위한 탄탄한 발판이 된다.

 

 다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돌아간 파블로는 갑자기 자신의 아들의 심장을 대체할 심장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처음에는 기뻐하지만 이후 찜찜한 기분에 누구의 심장인지를 묻고 추궁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실책으로 죽은 아이의 심장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거부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르지오는 자신의 아들의 심장을 원한다면 살아있는 범인을 죽이고 오면 아들의 심장을 주겠다고 그를 협박한다. 여기서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연 나의 실책으로 죽은 아이의 심장으로 내 아이를 살린다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희망과 죄책감이 동시에 교차하는 아버지의 기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테마이다. 과연 아들을 죽인 것은 누구인가. 총을 든 도둑일까 아니면 자신의 욕망과 탐욕에 이끌려서 아이들이 도박장에 들어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아버지의 잘못일까. 혹은 자신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한 탓에 죽은 아이의 심장으로 자신의 아이를 살린다는 이 상황에 누구를 탓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는 마이클 센델이 말하였던 <정의란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한다. 뇌가 생각하는 옳음과 자신의 본능이 생각하는 옳음 사이에서 충돌하는 도덕적 정의감에 의해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괴로워한다.

 

 

 

분명한 건 가장 큰 죄를 저지른 것은 총을 들고 사람들을 협박한 범인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책임을 져버린 것이 아닌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르지오와 파블로 두명에게도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명은 아버지, 보호자로써의 책임을 져버렸으며 파블로는 자신의 직업적 의무와 책임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물론 영화는 파블로를 옹호하고 세르지오를 욕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왜냐면 감독이 두 사람의 밸런스 게임의 중심을 잘 맞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바로 총이라는 도구에 관한 것이다. 스나이퍼라는 직업의 파블로에게 있어 총은 의무인 동시에 사람들의 치안을 지켜야 하는 직업적 책임감이다. 그리고 강도에게 있어 총은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자신의 탐욕이다. 그리고 세르지오에게 있어 총은 자신의 복수심이라는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각각의 인물에게 있어 총은 욕망이기도 하며 책임감이기도 하며 복수심이다. 그러한 총의 무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순서대로 결말의 부분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마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파블로의 결말이 가장 행복한 결말이며 그 뒤를 아들을 잃은 세르지오, 그리고 인생이 완전히 망한 범인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의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공익광고처럼 따뜻하게 세르지오가 파블로와다시 건강해진 파블로의 아들을 바라보면서 끝나버려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지 않거나 그들이 세르지오나 파블로 중 한명이 범인을 쏴 죽인 다음 어느 한명이 감옥에 들어가고 이를 면회하러 온 장면도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결말은 영화보다는 선택지가 존재하는 게임으로 연출되어도 나쁘지 않을 듯 하지만 영화는 맨 마지막에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여 아쉬웠다. 그럼에도 생각해 볼만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동시에 누군가는 절대 장편영화로 이끌지 못할 이야기를 아무 문제 없이 이끌고 갔다는 점에서 훌륭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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