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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세카이와 전해지지 않는 미쿠의 노래 – 뇌를 빼고 들어! 그냥 즐기라고!

영화

by 페이퍼무비 2025. 5. 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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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된 8차선으로 배달되는 노래 굿즈   6/10

 

 

(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필자는 보컬로이드에 대해 흥미가 조금 있다. 그리고 당시 그 인기 또한 상당하여 한국에서도 시유라는 (아담 선배님!) 국산 보컬로이드 프로젝트도 진행되었다. 물론 현재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으며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과거 알고 있었던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극장판이 나왔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가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라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이 있었어?’라고 두 번 놀라게 하였다.

 

저 기술이 도대체 어떻게 구현되는건지 이과분들 부탁드립니다

 

 제목에서부터 언급하였지만 이 작품은 일단 뇌를 빼고 시작해야 한다.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중인 옆 상영관과는 다르게 이 세계에서는 하츠네 미쿠라는 존재가 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튀어 나와도, 정전을 일으켜도 가볍게 넘어간다. 물론 10(로 추정되어지는)들의 시점에서 진행되어지는 만큼 사회적 반응들은 가볍게 언급만 할 뿐 깊게 다루지 않는다. 만약 이게 깊게 다루어진다면 아마 미쿠가 존재하는 가상공간인 세카이를 제거해야 한다 라며 저 남극에 있는 잠수함 속에 있는 알고리즘을 파괴하러 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 없이 영화는 미쿠의 시점에서 약 20명이 넘는 인물들과 마주하면서 그들을 관찰하며 전달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각자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맞는 배경
가장 난리가 많았지만 의외로 노래가 깔끔하고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수천, 수만 곡을 불렀지만 그럼에도 하츠네 미쿠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힘이 되어 주고 싶어 본인의 진심이 담긴 노래를 전달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성공적이지 못하여 결국 많은 이들과 미쿠 또한 상처받고 지쳐 쓰러진다. 하지만 이 진심을 알아차린 5개의 그룹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담은 노래들로 그녀를 대변하고 이를 통로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진심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되어있다.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 게임 속에는 크게 5개의 그룹들이 등장하고 있다. 만약 이를 그룹들을 메인으로 하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최소 5개를 제작해야 한다. 하지만 제작사측은 이보다는 메인이 되는 캐릭터 하츠네 미쿠를 중심으로 제작을 하였고 이 선택은 개인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

 

그녀의 행동 이유는 성인설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면 편하다

 

 필자의 시선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크게 느낀 점은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의 진화를 목격한 것]과 같으며 동시에 [3차 산업의 종사자들, 창작자들을 위한 위로]로 보였다. 우리 알고 있는 하츠네 미쿠는 캐릭터이기 이전에 작사 및 작곡가들의 가이드 곡을 만들 때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표지에 캐릭터를 그려 넣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 캐릭터에 서사 및 개성을 불어 넣고 심지어는 여러 버전을 만들어 내었다.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하나의 캐릭터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서사를 불어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서사에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노래만을 불렀지만 본인의 의지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하려는 모습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나아가서는 단순한 시스템 그 이상의 모습의 창작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등장 인물 중 가장 '창작자'로 보였던 캐릭터

 

 이러한 진지하고 깊은 뜻을 전달하려는 그녀가 위로해주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창작자 및 예술가로 그려지고 있다. 스포츠, 음악, 창작 등 사실상 정답이 거의 없는 분야에서 끝이 없는 곳을 향해 가는 이들이 좌절하고 있을 때 그녀는 이를 위로해 주고 싶어한다. 아무리 세계에서 박수를 받는 창작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개인과의 싸움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다른 이들의 조언을 듣고 고친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본인의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츠네 미쿠 또한 이에 대해 다른 이들이 자신의 감동과 진심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려고 하였으며 마지막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색이 드러나는 노래로 누구보다도 많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한다.

 

머리 색깔 수만큼 개성도 많았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영화는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에 서사를 불어 넣어 차근차근 진행한다. 이 과정이 성급하지도, 혼란스럽지 않게 잘 정돈되어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래서인지 이 과정이 흥미롭고 공감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평탄하기만 한 과정 속에서 마지막의 여러 장르의 노래들이 계속해서 임팩트 있게 터지는 과정은 서사의 완급조절에서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마치 계속해서 소금 없는 음식들을 먹다가 마지막에 디저트만 5코스로 나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 마지막 디저트 때문에 스스로 사실 잘 만든 영화인데 내가 너무 박하게 대하는게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현재에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평탄한 애니메이션에 굉장히 좋은 노래를 입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찍은 사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영화를 제외하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귀엽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가장 처음 부분의 하츠네 미쿠의 무대 인사와 포토타임, 그리고 마지막의 응원 공원이었다. 디즈니 랜드에 가면 프랑스, 미국, 일본마다 미키의 출연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 이유가 미키는 1(?)이기 때문에 동시 출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미쿠는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도, 어느 시간대에서도 무대 인사를 가능하며 이를 활용하여 인사는 물론 포토타임까지 가지게 해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응원 무대는 현재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관람도 하지만 함께 무언가를 하는 공간으로 변질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귀여운 동시에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시점에서 당신은 이미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뭐하십니까. 빨리 자세를 고쳐 앉고 즐기십쇼.

 

 

 

요약 3

1.     너무 번잡하지 않는 캐릭터들의 정리정돈

2.     하츠네 미쿠라에 담긴 상징적인 스토리와 의미

3.     밋밋한 단조로움 끝에 팡팡 터지는 형형색색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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