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필요성, 가족됨의 필요성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을 정리하자면 크게 [사랑]과 [가족]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사랑에 대해서는 애틋하지만 뭔가 알콩달콩 함이 보였다면 [가족]은 항상 불화가 넘쳐 흘렀다. [로얄 테넌바움]에서는 테넌바움 가문 전체의 불화를, [다즐링 주식회사]는 가족에서도 형제의 불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가 아니더라도 웨스 앤더슨 감독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매 작품마다 조금씩 끼워 넣었다. 그러던 중 [프랜치 디스패치]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그런 기질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첩보물을 한다는 소식에 다들 기대와 물음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보여준 작품은 첩보물의 탈을 쓴 가족 드라마였다.
거물 사업가 자자 코다는 몇 번에 걸친 암살 시도에 30년에 걸친 거대 프로젝트 ‘페니키안 스킴’을 완수하기 위해 수녀인 외동딸 리즐을 상속자로 지정한다. 그 와중에 경쟁자들에 의해 철못 가격이 9배 올라 프로젝트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동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떠난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크게 새로운 점 없이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관람하였다면 이야기 자체에서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족의 이야기라도 우리들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기에 관람을 할 것이다. 누구도 흉내를 내지 못하고 누군가는 분명 시도는 해 보았지만 그처럼 좌우 대칭에 21:9 비율이 아닌 4:3에 가까운 독특한 비율의 화면은 현재로써 그 누구도 시도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그만의 매력 덕분에 흔히들 감독과 배우가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하면 붙는 ’페르소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요즘은 특정 감독의 ‘ㅇㅇ사단’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은 ‘사단’보다도 ‘군단’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를 구성하는 배우들을 보면 이게 한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을 거물로만 채웠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위대한 배우들이 그가 가지고 있는 특색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감독 또한 자신의 캐릭터에 가장 맞는 배우를 선택해야하는 부담감도 있겠지만 이런 거물 배우들이 나서 준다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편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화려한 캐스팅은 미뤄두고 보면 조금은 단순할 수 있는 플랫, 스토리가 식상하게 느끼실 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 필자가 8점을 부여한 점에 대해 ‘그 정도인가?’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작품이 ‘가족’ 테마가 회귀한 것에 대해 반가움이 가장 크다. 그리고 이 점을 이전 작품들처럼 가로 새로 정갈하게 프레임 속에 자르고 다듬어 보여주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나 그 화면까지도 클래식하고 고풍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가장 호평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전 작품들에서 조금은 여러 관객들에게 혹평 및 이해 받지 못하였던 점들까지 부정하고 이를 버리고 온 것이 아닌 다시 한번 주워 재활용하였던 점들이 필자에게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주인공 자자 코다는 몇 번이고 죽을 위기를 마주한다. 심지어 이는 본인의 실수나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발생하는게 아닌 누군가가 타의적으로 실행한 살인미수들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주 잠깐, 약 1분 반 정도 진짜 죽음을 마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진짜인지 모를 천국에 가서 자신의 할머니(친 할머니인지는 확인 불가)를 마주하거나 재판을 치루거나, 이미 자신의 곁에는 없는, 전처의 발언을 듣거나 하는 등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 장면들은 일상적인 장면들과는 다르게 흑백으로 보여지고 있다. 전작 [애스터로이드 시티(2023)]에서 마지막에 갑자기 흑백으로 다같이 외치는 장면이 연상되어지기도 하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2015)]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이렇듯 전작에서 관객들에게서 [???]를 받았던 부분을 수용하여 이를 진화시키고 작품 속에 안정화 시켰다는 점에서 그가 아직도 성장하는 감독이라는 확신과 앞으로의 기대감을 더욱 만들게 해준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그의 작품들이 제각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몇 없는 감독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감독은 현재 할리우드 및 인디 영화 계열에서도 많이 없거나 아직 필로그래피를 쌓아 올리고 있는 감독들 뿐일 것이다. 필자의 평점이 높다고 항상 믿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필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모든 작품들을 관람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가족’으로의 복귀를 환영하는 기쁨에 높은 평점을 선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관람한다고 해서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배부르지 않는가?
요약 3줄
1. 앤더슨 감독만의 때깔! 동선!
2. 한 영화에서 이 훌륭한 배우들을 한번에!
3. 게다가 최근 장편 작품들 중 가장 좋은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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