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미학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작품들을 OTT로 관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며 그 때문인지 영화관에서의 기준 보다 더욱 높은 기준을 OTT 작품에 적용하게 된다. 즉슨 영화관에서 적당히 재미있게 관람한 작품이 OTT로 시청할 경우에는 (필자의 빈곤한 집중력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평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 중에서 이번 작품 [퍼니 게임]은 OTT로 관람하여도 충격적이었으며 만약 영화관에서 관람했다면 이 충격은 더욱 오래 갈 것이었다.
작품은 도입부의 음악에서부터 일부 관람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영화의 장면과는 어울리지 않는 격렬한 락 음악을 튼다. 심지어 이건 등장 인물들이 재생하는게 아닌 감독이라는 제 3의 인물이 끼어들어 자신의 취향을 들어내는 듯이 재생한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작품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들어내는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 서술하겠지만 이 작품은 격렬한 동시에 늘어지면서 어느 순간에는 빠른 속도로 감긴다. 이러한 연출이 1997년에 가능하였다는 점과 현재의 할리우드 작품들이 얼마나 안정성만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이번 작품은 OTT에서 시청을 하였기에 더욱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바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시청하거나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기존의 영화들과는 틀 자체가 다르며 우리들이 절여져 있는 스토리의 공식을 하나하나 부정한다. 기존의 여러 작품들에서는 없었던 공격성이 없는 개를 죽이며 필자 또한 손에 꼽을 정도로밖에 보지 못한 어린 아이를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결말의 해피 엔딩을 너무나도 쉽게 부정하며 각 캐릭터들의 죽음을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듯이 가볍게 소비한다. 이러한 계속되는 ‘부정’은 마지막에 가서는 [퍼니 게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영화라는 매체를 너무 예술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조롱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또한 끝없이 주인공들을 조롱하고 가지고 논다. 그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퍼니 게임’, 재미있는 놀이에 불과하지만 감독은 잔인하게도 관객들의 시점을 게임의 피해자인 가족에 초점을 맞추었다. 만약 가해자인 두 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는 단순히 사이코패스들의 살인 일기에 불과하였겠지만 감독은 절대로 그런 뻔한 전개와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이 둘은 폭력적으로도 그리고 힘으로 비교하여도 등장 인물들에 비하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심지어 관객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주인공 가족이 발버둥을 쳐도 시간을 되돌리면서까지 이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부정한다.
이 두 남자의 대사나 행동을 보면 절대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음에 공손히 달걀을 부탁하지만 떨어트려 깨진다. 그리고 이후 다시 달걀을 받지만 강아지에 의해 놀라 다시 깨트린다. 이후 그들은 남은 계란을 전부 내놓으라면서 마치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듯이 행동한다. 이들의 행동은 사회화 되어져 있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행동과 말들의 연속이다.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행하는 폭력적인 행동은 그야말로 [퍼니 게임]에 불과하며 이후 마지막 타이틀에 가서는 다시 옆의 가정에 들어가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어 제목으로 [Funny game]이 아닌 [Funny game’s’]인 복수형으로 표기가 되어있는 화면에서 얼마나 이들만 재미있는 게임이 지속되어질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필자가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의 기준에 있어 ‘장르 점수’ 5점과 ‘오락적 재미’가 3점으로 장르적으로 뛰어난 작품이지 대중적인 작품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작품에 ‘장르 점수’에 5점 만점에 5점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이 작품은 관객을 조롱하며 모든 장르적 장치들을 비틈으로써 새로움을 주었기에 만점을 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현대의 여러 작품들은 한가지의 장르가 아닌 여러 복합적인 장르들을 섞음으로써 여러가지의 장르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안정적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모든 장르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한 면에서 모든 장르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감독의 실력에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객들의 조롱은 영화라는 매체에서도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였지만 무엇보다도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특히 저 예산 및 인디로 제작되어지는 작품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을 불러 일으켜야 하며 호러 장르의 게임들에서 많이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 나오는 작품들 중에서도 이번 영화만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객을 조롱하며 장르를 부정하는 동시에 완성도 높은 작품은 많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가는 길을 올라가는 것은 쉽지만 새로운 길을 창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어려운 일은 바로 ‘길’이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다. 당연하다는 개념을 뒤엎으면 이를 불쾌히 여기는 사람도 있으며 ‘이딴게 길이야?’라며 부정하고 회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가 의도된 것이라면? 우리는 감독 손바닥 위에서 놀음 당한 것이다.
요약 3줄
1.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2. 모든 장르의 부정과 관객들의 조롱
3. 대중에게 추천하기 어렵지만 높이 평가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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