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입과 경험의 끈적한 병행선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영화, 작품이 나홍진 감독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더이상 관객들에게 시청 및 시선이 아닌 경험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두번째로는 뻔한 이야기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배배꼬인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 장르가 이루어 왔던 특이점을 비꼬는 결말을 보여주는 것. 특히 이는 한국인 이상으로 외국인들에게 더욱 크게 전달되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작품 [호프]에서 각 인물들이나 괴물들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출연하는게 더욱 중요하며 그들이 ‘왜’ 싸우는지, 그리고 ‘어째서’ 싸우는지는 일절 중요하지 않다.

첫번째로 언급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부분에서 이야기할 점들은 두가지로 ‘경험’과 ‘몰입’이다. 경험을 했다고 해서 이를 몰입했다고 할 수 없으며 몰입을 했다고 해서 이를 경험했다고 할 수 없다. 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차이를 두고 있는 이를 영화의 초반부터 감독은 두 캐릭터를 통해서 관객에게 주입시키기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 황소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관객의 몰입을 고범석(황정민)을 통해서 사건을 거침없이 밀어 붙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이 지키고 궁금해 미칠 때까지 괴물을 묘사할 뿐 보여주지 않는다. 이를 망가진 마을, 그리고 굴러다니는 사람들의 시신을 통해 도대체 어떤 괴물일지 예상도 가지 못하게 만드는 배경은 몰입에 더욱 도움을 주며 카메라 또한 인물의 관점에서 보여주는게 아닌 뛰어난 편집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이후 등장하는 고성기(조인성)을 통해서는 고범석으로 만들어 낸 몰입을 기반으로 ‘경험’을 선사할 준비를 한다.

고성기는 미리 말을 하자면 엄청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괴물에게 맞아도, 날라가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반격을 하는 인물이다. 오히려 이쪽이 괴물 같이 보여질 정도로 일어나게 하고 싸우게 만드는 이유는 이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던가 중요해서가 아니다. 고성기는 단순히 마을에서 사냥을 하고 다니는 작은 그룹의 리더에 불과하며 감독은 이 캐릭터를 굴릴 대로 굴려서 관객들에게 괴물과 맞붙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괴물에게 이길 방법이 절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감독은 계속해서 캐릭터에게 다시 일어나 싸우게 끔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끝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에 회답 하듯이 괴물 또한 싸우기 편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외국 SF영화들과 같이 주인공’만’이 ‘우연히도’ 예를 들어 자식이 앓고 있는 지병이나 특징을 통해 찾아 낸 단서를 찾는 등 그런 일 없이 여기서 등장하는 외계인, 괴물들은 그냥 강하고 편하다. 아무리 총알을 쏟아 붙어도, 그 피부는 너무나도 단단하며 다리가 하나 사라져도 당당하게 팔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며, 심지어 4족보행에서 2족 보행으로 변신하면서 자연스럽게 발톱이 사라지는 등의 모습들에서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제노모프처럼 독특한 특징이 있는게 아닌 그냥 인간 모습에서 호랑이와 같은 육식 동물로 변신 할 수 있는, 마치 여러 외계인들과 싸우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후 ‘몰입’의 역할을 끝낸 고범석이 다시 출연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바로 임성애(정호연)가 곧바로 등장하면서 ‘몰입’의 역할이 끝난 그의 옆에서 몰입에서 ‘경험’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그녀 또한 가끔 몰입의 역할도 하지만 대부분 ‘경험’, 전투 역할을 해주며 고범석과 함께 ‘경험’의 역할로써 페어로 움직인다. 이처럼 영화의 초반과 같이 감독은 인물들을 본인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마치 초반부에 초토화가 되어진 마을에 나뒹구는 시신들이 배경을 위한 도구처럼 사용되어지고 괴물의 파괴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던지고 터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몰입’과 ‘경험’ 이후 결말부에서 영화는 지금까지의 SF장르에 대해 비꼬기 시작한다. 사실 초반부부터 필자는 대사가 유난히 직설적이며 심지어는 유치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가장 초반에 고범석이 언급하는 1. 위에서 가끔 내려온다. 2. 이놈들이 살생을 시작하면 위험하다 와 같은 외계인들에 대입하면 의미심장한 대사들도 있었지만 저 대사들 이후로 중의적인 표현은 사라진다. 하지만 이후 우주선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면서 필자는 대사가 단순한 것은 감독의 배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감독의 배려를 여러 가지고 살펴 보자면 우선 우주선의 내부 디자인이 심히 [에일리언] 및 [프로메테우스]의 디자인, H.R. 기거의 느낌과 색감을 가지고 있으며 어린 외계인의 디자인이 마치 과거 [E.T] 시절에 나왔을 법한 미래의 인간을 오마주한, 옛 느낌의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외계인들의 대사들의 자막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는 옛 할리우드 SF장르 영화를 향한 비틈 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영화에서는 익숙한 자막이지만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자막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그들이 영화 속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그들의 언어였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를 외계인어로 말을 한다면 그들 또한 자막을 읽어야 하며 마치 우리가 느꼈던 과거와 현재를 지금의 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외계인들이 이야기하는 배경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형성되어져 왔었던 하나의 제국의 몰락부터 이를 극복하는 영웅담을 인간이 아닌 외계인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마치 너희들이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져 왔던 이야기가 인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언하듯이 말이다. 이를 통해 감독은 과거 SF에 대한 꼬여진 회답을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누군가는 호프가 차기작이 나올거라는, 나오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고도 말 하지만 필자는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하였듯이 이야기를 전달하는게 아닌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회답을 하는 영화이며, 스토리와 인물 보다도 관객들에게 시청이 아닌 ‘몰입’과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이미 충분히 이를 완수하였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일어난 고성기는 다시 외계인과 싸울 것이며 이는 고범석과 임성애에게도 해당이 되는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외계인들 또한 자신의 자식을 결국에는 발견하여 신화의 영웅담과 같은 비극을 누군가의 희생으로 일으켜 세우며 그들만의 카타르시스 넘치는 이야기로 발전시킬 것이 뻔하다. 게다가 관객들 또한 자신들이 무엇을 체험했는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일단 무언가를 ‘체험’ 했다는 점에서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결말을 맺음 지어야 항상 완성이 아니며 감독의 목적이 달성 되었음에 마무리 되는 작품도 있다. 혹시 관객들이 2편을 소망(hope)하게 하는 것이 감독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요약 3줄
1. 관객에게 ‘몰입’과 ‘경험’을 시켜주려는 감독
2. 그 끝에 장르적 비틈을 선사하다니
3. 결말 이후의 희망(hope)을 바라게(hope) 하는 것도 감독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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