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적절히 빈칸을 채운 시대극 7/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필자는 영화를 보다가 질리거나 혹은 반복되어지는 실망에 지치면 드라마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도망을 친다. 이 둘의 공통점은 다음회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있어야 한다! 이건 필수다!) 그리고 최근 ott의 다음 회 보기 기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지루함이 곧바로 해결되어지며 영화와는 다른 매력으로 필자가 다시 한번 영화로 넘어갈 때 까지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러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ott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 중에서도 평이 좋은 작품들을 여럿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부럽다’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면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정지, 2D의 움직이는 장면, 그리고 3d의 cg 장면이다.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예산의 부족이나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 입이 나오지 않고 눈만 나오거나 캐릭터들만 세우고 이 위에 성우들의 연기를 얹으면서 시간을 채워 넣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작품 중에서도 물론 뛰어난 액션이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지만 현재의 작품 수 만큼 많은 작품들이 이가 가능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과 같이 단순히 가로의 액션이 아닌 각도를 돌려가면서 보여주는 롱 테이크와 같은 기대 이상의 움직임과 액션을 보여주었다.
이는 2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으며 첫번째는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에 수출되어지며 들어오는 수익으로 인한 투자. 그리고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실력 있는 애니메이터들을 채용함으로써 올라간 퀄리티 향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세계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자체적인 검열의 기준이 더욱 명확해지고 철저해 진다는 점이다. 일본의 역사를 만약 잘못 그리거나 이를 그들에게 유리해지게 그려 넣는다면 곧바로 (금융적으로) 철퇴를 맞게 된다. 그리고 세계화 되어지면 다루는 소재 또한 범위가 넓어지며 다채로움이 가득해지며, 단순히 소재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상상력 또한 향상되어질 것이다. 물론 이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실제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가 점차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번 작품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떠올린 것은 역사극을 다루는데 있어 왜곡하지 않으며 그 빈칸에 적절히 작가의 상상력을 채워 넣으며 이 시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작품의 매력을 거부감 없이 적절하게 전달하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바로 초반에 나오는 스와 요리시게라는 캐릭터의 대사에서 나온다. ‘누군가는 죽이는 것으로 이름을 남기고 누군가는 살아 남아서 이름을 남긴다’. 이미 정해지고 알려진 역사극에서 운명이라는 개념을 시적으로 남긴 대사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시대극이라면 이미 정해지고 알려진 역사를 어떻게 (재미있고 새롭게) 전달하냐의 과제가 있다.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데 있어 얼마나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냐의 문제도 존재한다. 여기서 얼마나 왜곡이 허용되어지는지는 시대마다 다르지만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비어 있는 빈칸을 채워 넣는 정도의 역사극은 많은 이들이 허용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빈칸을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은 작가의 상상력에 더해 21세기의 단어들이나 문화들을 채워 넣음으로써 이를 보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을 기반으로 삼는 시선으로 빈칸을 자연스럽게 채워 넣었다. 이는 시대극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작품의 관심과 매력을 올려준다. 물론 이러한 시선은 초반에 집중되어져 있으며 후반에 갈 수록 나오는 정도는 줄어 들지만 이는 시대극이라는 장르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적절한 판단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한 위치에 있는 (TV 방송국의 중심이라는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한국 드라마는 어떠할까. 한국 드라마 또한 2024년을 중심으로 좋은 작품과 다양성의 작품들이 다수 만들어졌다. 하지만 필자가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는 개성 있는 작품의 수가 적다. 물론 사극이라는 장르가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장르이며 이를 위한 스토리, 한국의 문학 시장도 좋지 않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소설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웹툰 또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가능성을 증명하기에는 아직은 성급하다.
하드 파워는 나라는 지키기 위해, 소프트 파워는 나라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이 둘 중 어느 것도 내버려둬서는 ‘나라’라는 존재와 의의가 퇴화하고 만다. 그러한 면에서 일본은 자연스럽게 ott로 인한 문화의 세계화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였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 또한 세계화를 위해서 스스로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철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우리들의 역사는 특별한 점이 있으면서 없다. 어느 역사에서도 존재하였던 흐름 중 하나이며 이를 각별하게 여기는 건 한국인 뿐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역사적 사실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뛰어난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거면 아예 완전히 왜곡시키길 바란다. (이순신 장군님이 살아남은 드라마라든가) 애매하게 헷갈리게, 어느 종교나 정당에 유리하게 왜곡하는 것과 같은 치사한 짓으로 관객들을 기만하지 마라. 지금과 같은 문화의 세계화 시대에서 스스로를 속일지 언정 다른 이들까지 속이다 가는 혀가 베일 수 있다.
치: 지구의 운동에 대해서 – 결과만 외치는 바보들에게 (2) | 2025.06.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