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10 - 내 분노는 누가 가라 앉혀주나
한줄 평 : 소문난 (배우)잔치에 먹을 거 없다. 5/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일단 주인공부터 시작하자.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과 동료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는 줄 아는 주인공의 정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러한 인물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어떠한 일에도 불사를 저지를 수 있는 그러한 인물. 그러한 인물들을 우리들이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성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도니믹은 더 이상 성장할 부분들이 없다. 리더로써도 완벽하며,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로도 훌륭하고 주위의 인물들에게서도 항상 인정받는 캐릭터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단점은 우리들이 그의 행동이나 심리에는 이해를 하지만 그에게 공감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완벽한 주인공을 앞으로 내세운 영화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들은 배트맨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배트맨에게는 매번 그에 부흥하는 악역들이 등장하며 그 악역들은 주인공의 성장에 발 받침이 되어준다. 결국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성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의 성장에 공감하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성장도 느낀다. 이러한 완벽한 선인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영화가 있다. 그건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테넷의 주인공인 주도자(Protagonist)이다. 이는 완벽한 선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모두를 구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들은 테넷의 주도자의 모습에 공감을 한다. 왜냐면 그가 행하는 모든 작전들이 실패하기 때문이다. 처음의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작전이 발각되고 납치되어 고문을 당하고 그는 자살까지 행한다. 그리고 프리포트 작전 중에는 자신과 닐을 공격했던 칩입자에게 계속해서 질문하지만 놓치고 만다. 그리고 악당 사토르를 만나며 서로 대면하지만 이후에 켓을 살리기 위해 플루토늄을 건내주는 등 계속해서 실패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계속되는 실패가 실은 마지막의 성공을 위함이었음이 밝혀진다. 이렇게 주인공의 실패를 통해 아무리 그 캐릭터가 완벽해도 우리들은 그 캐릭터의 역경과 고난을 이해하고 같이 성장한다.
만약 주인공이 완벽하다면 또다른 방법은 그 악역을 포함한 주위에 있는 캐릭터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들은 슈퍼맨과 같이 완벽한 캐릭터가 무슨 행동을 할 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게 악역과 주위 인물들이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의 주위 인물들이 각각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였으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모든 인물들을 적어도 한번은 등장시켜야 하며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인물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데 시간이 부족한 듯 하다. (물론 중간중간 쓸데없는 이야기나 대사들을 쳐 내면 충분하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이 그냥 인물들을 뭉텅이로 하나씩 묶은 다음 처리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만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악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악역인 단테 레예즈를 담당한 제이슨 모모아가 엄청나게 연기를 잘 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영화 아쿠아맨도 괜찮게 했고, 듄에서의 던칸 아이다호 역할도 부족함 없이 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의 악역 단테 역할에는 과연 제이슨 모모아가 맞은게 의문이다. 혹은 과연 어떤 인물이 이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의 성장을 도와주고 주인공을 더욱 매력적으로 살려주는게 바로 악역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단테라는 인물은 도통 알 수가 없는 인물이다. 아니 조커와 같이 앞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게 아니라 그냥 뭐하는 캐릭터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유산을 전부 무너트린 도미닉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가 소중히 하는 사람들을 해치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연 굳이 바티칸에 폭탄을 떨구거나 도미닉이 금고를 훔쳤던 다리를 가서 똑같이 재현하는 등 정말 자신의 아버지를 위함인지 의심이 든다. 그리고 단순히 설명으로 사이코패이며 정신병원에 여러번 다녀왔다는 등 설명하지만 그것으로 관객들이 ‘아 그렇구나. 저 캐릭터는 고생을 했구나. 가여운 것. 그래 복수해야지’ 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매력이 없으면 악역이 매력적이여야 하고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감독은 이 또한 실패했다. 그야말로 [007 스카이폴]의 악역 하울 실바와 같이 사실은 아주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도미닉을 공격하는 것이다. 하울 실바는 자신을 총애했던 M에게 집착하여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세상을 해킹하고 심지어는 지하철에 폭탄을 설치하여 지하철을 추락시키는 등 전례 없는 일을 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007 시리즈와는 다르게 그의 소망은 아주 단순했다. 그저 M에게 관심을 받고 같이 파멸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관심은 이번 악역인 단테 또한 가지고 있었으며 도미닉을 죽이기 전에 그의 사랑하는 것들을 죽임으로써 그를 나락에 빠트린 다음 그를 죽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가 행하는 스케일은 하울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그의 서사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와 유산의 복수를 위한건 분명한데, 그리고 도미닉에게 고생 시키고 그가 사랑한 것들을 파괴하려는 것은 알겠다. 그렇지만 그것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주인공들만 보여주고 그의 사고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지 않았다. 단순히 대사 몇 줄로 그의 서사를 끝낸 것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자 (물론 파트2가 남아있지만) 마지막 악역이라는 것인다. 그에 비해 악역의 매력과 카리스마가 너무 약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후담이지만 대사들이 너무 가볍다. 앨프리드 히치콕 경이 말했다.
‘영화에서 중요한 3가지 요소는 스토리, 스토리, 그리고 스토리이다’
그가 말한 스토리라는 큰 이야기에는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사 그리고 상황을 단번에 이해시킬 수 있는 함축적인 대사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대사들이 단 한번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필자는 이 영화의 스토리와 대사의 수준이 너무나도 가볍고 아쉽다고 느껴진다. 이는 마치 디즈니가 만든 액션 가득한 가족 영화 느낌이며 심지어 CG의 수준은 블랙 위도우 정도로 느껴진다. 다음 Part 2의 감독도 같은 루이 르테리에 감독인데 화려한 볼거리만 밀고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또 다른 말로는 그는 그의 빈약한 대사 처리를 단순히 화려한 화면들과 음악으로 어떻게든 보충하려고 하는듯이 보인다. 빈약한 cg에 가난한 대사, 그리고 악역은 옛날 007에 나오는 악역보다 서사가 적고 공감대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몇번이나 봤을 화려한 음악에 멋들어지게 넘어가는 도시 항공 화면, 그리고 우리들에게 도시 이름을 보여주는 화면을 채우는 큰 글자로 적힌 수도 이름. 시리즈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반 시리즈들의 특징들을 살리고 다음 작품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더 퇴보한 이 작품에서 필자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액션은 테이큰 시리즈처럼 때리는 지점과 맞는 지점을 컷해서 대충 넘어가고 창의적인 액션은 없다. 차라리 이 이야기를 분노의 질주 5편의 바로 다음에 보여주었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해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어쩌겠는가.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
(원래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이런거라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도 안타까움을 바치겠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보신 분이라면 저와 같이 실망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