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지구의 운동에 대해서 – 결과만 외치는 바보들에게
아름다운 과정의 원동력, 감동 8/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이지만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같이 과정의 감동을 느껴보시길)
지구가 구의 형태로 돌고 있으며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만들어 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 사실을 부정하는 현대인들도 많지만 이보다 더 과거로 돌아가면 이는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었던 시절도 존재한다. 현대에 이번 작품 만큼의 압박이나 고문등이 존재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기록이 남지 있지 않았을 뿐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많은 시간동안 지구가 세계,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이를 밝혀내도 입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마치 진화학의 아버지 찰스 다윈이 기독교인에서 진화학을 밝혀가면서 스스로의 믿음과 과학적 사실의 충돌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었던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 단순한 사실을 부정에서 긍정까지 우리들은 어떻게 달려왔을지 그 과정을 이 작품은 ‘감동’이란 매개체를 통해 전달한다.
작품은 총 4장으로 각각의 챕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바뀐다. 이는 이전 주인공의 ‘감동’을 전달받고 다시 이어 나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가 어떠한 접점을 통해서 전달 되어지는게 아닌 ‘알음알음’ 알려지고 전달되어진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특징적이다. 1장에서의 감동은 2장의 주인공들에게 ‘우연히’ 발견 및 전달되었으며 2장에서 3장으로는 지식인의 정보로써가 아닌 문외한, 그야말로 수필에 가까운 기록을 이어받아 이를 책으로 펼치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책보다도 3장의 주인공이 보낸 한통의 편지, 그것도 잘못 보내진 아주 간단한 전달문에 불과한 편지로 이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4장에서 지나가는 한 인물의 귀에 우연히 들어가 현대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이는 대체역사물이다. 다시 말해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진짜 역사에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불편해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지구 평평설을 믿고 계신다면 불편하겠지만) 실제 역사 사이에 작가의 상상력을 채워 넣어 연결점을 만드는 능력은 일본 문화에서도 가장 큰 강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너무 큰 상상력으로 실제 역사까지 왜곡시키며 이를 사람들에게 ‘진짜’인 것처럼 알린다. 하지만 이를 적절히 이용하면 이번 작품과 같이 역사의 공백 사이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넣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전달할 수도 있다. 이번 작품과같이 많은 정보가 남겨져 있지 않는 인물이나 과정을 역사 위에 자연스럽게 얹는 작가의 능력은 정말 탁월하고 말할 수 있다.
사실 평소대로라면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필자가 작품에서 느꼈던 ‘감동’ 또한 받아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 만큼은 필히 직접 관람하고 스스로의 감동은 본인만이 즐겼으면 한다. 왜냐면 이 작품은 우리가 현재는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얼마나 많은 과정 속에서 발전하고 편집되고 전달 되어졌을지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 과정의 소중함을 우리들은 너무나도 쉽게 잊고 있었다. 숫자로 표시되어지는 결과에만 집착해야만 하며 결과가 도출 되어 지기까지의 과정의 소중함을 잊은 우리들에게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달해준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나오는 ‘같은 이념으로 이어지는게 아닌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모습에서는 현재 우리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으며 어떻게 자세를 고쳐야 하는지 따끔하게 지적하는 모습까지 지닌다.
매 장마다 나오는 등장인물들에 애착을 느끼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아쉬움을 느끼다가도 다음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새로운 매력에 이야기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스포일러를 한다고 해도, 여러 번 관람하여도 마지막의 결말에 잇닿는 과정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여러 인물들의 신념이 서로 맞닿아 있다. 역사의 공백에 약간의 왜곡이라는 조미료를 추가하여 마지막 현재에 우리에게 이어지게 하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아직 20대임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장래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재능의 소유자이다. 작가 또한 의심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우리들에게 멋지게 전달해 줄 것이다. 이를 우리들 또한 의심해보고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과정을 가져야 그 뒤를 이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은 말라. 그 과정 또한 분명 아름다울 것이기에.
요약 3줄
1. 각 장마다 나오는 캐릭터들의 제 각각의 신념
2. 우연의 우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아름다움
3. 이 시대에 같이 살고 있는 작가에게도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