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2 – 왜 이걸 영화로 했어!!! 드라마로 했어야지!!!
시대극에 속에 억지로 만들어진 빛 바랜 영웅 신화 6/10
(이 글은 영화 전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전작 [글래디에이터]가 개봉을 한지 24년만에 속편이 개봉하였다.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전작을 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계속해서 속편을 희망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전작의 완성도가 훌륭하여 이보다도 뛰어난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여 속편을 만들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좋은 작품일 수록 사람들의 창작의 욕구를 더욱 불타오른다. 그 때문인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감독 자리에 앉히면서 파라마운트 제작사 또한 약 4000억 이라는 거대한 제작비를 투자하여 영화를 제작하였다.
영화는 시작부터 1편의 여러 장면들을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1편과의 관계성을 노골적으로 들어내며 이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 인물, 그리고 한 영웅의 서사극을 가볍게 풀이한다. 그리고 16년 후의 세계관의 설명 후 주인공 한노를 보여준다. 로마제국의 침공 속에서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그를 주인공으로 삼는 점은 전작과 유사한 이야기이지만 전작에서 주인공 뿐만 아니라 황제와 그의 심리를 깊이 다룬 것과는 다르게 황제보다는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정치극을 동시에 진행시킨다. 이 과정에서 쌍둥이 황제 게타와 카라칼라의 역할이 후퇴하고 이를 다른 역할에게 던진다.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고 영화에 관람평을 내놓았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거를 드라마로 만들었으면!’이라고 밖에 아쉬움을 토하지 못하였다. 영화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1편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 또한 등장하며 주인공 또한 처음부터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추후 이는 1편의 중요 인물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 밝혀진다. 하지만 전작이 개봉한지 24년이 지난 지금 아무리 연관을 지어도 모르는 사람과 알았지만 잊은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납득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과 구체적인 설명을 하거나 혹은 전작과는 완전히 선을 그어 사람들에게 주인공 한노/루시우스에게 몰입을 할 기회를 제공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에게 남는 인물은 마크리누스, 마르쿠스 아카시우스 그리고 루시우스 순서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중의 문제가 아닌 각 캐릭터의 서사의 깊이의 차이에 있다. 주인공 한노/루시우스는 여러 신화들의 영웅들처럼 처음에 버려졌지만 운명처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되돌아와 여러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을 쟁취한다. 이 과정을 전작의 주인공 막시무스는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하고 장군에서 전투 노예로 전락했지만 마지막에는 한 인간이 이루어낼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며 영웅으로 성장하였다. 이 과정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에게도 어느정도 적용은 되었지만 그가 직접 이루어 냈다고 하기에는 그를 배제한 정치적 드라마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이를 단순히 그의 혈통이라는 하나의 개연성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에는 위기가 많이 부족하였으며 그의 서사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와는 반대로 마크리누스는 극 초반부터 등장하였으며 주인공의 능력을 단숨에 알아보았으며 그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고 노예임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제안한다. 그는 주인공과는 다르게 본인만의 목적이 있었지만 이를 계속해서 숨기고 마지막에 가서 그의 정체와 그가 원하던 바를 밝히면서 어떻게 보면 주인공보다도 앞으로 나아간다. 이와 함께 로마의 영웅으로 취급 받은 아카시우스 또한 너무나도 많은 전쟁으로 피로하고 로마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황제에게 칼을 겨누며 나아간다. 물론 그의 전략은 마크리누스에 의해 발각되어지며 막히지만 그럼에도 그 또한 목표가 있었다.
각 인물들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중심으로 정치극은 계속해서 엉키고 치인다.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 한노/루시우스만이 순전히 복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막시무스의 카리스마와 전투능력, 그리고 새로운 로마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의 두 인물에 비하면 서사가 얕으며 설득력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정작 주인공에는 집중을 하지 못하며 다른 인물들에게 눈길이 가고 만다. 이 과정 속에서 서로의 신뢰를 쌓고 배신해 나아가는 과정이 필자에게는 드라마의 소재로, 그리고 이야기로 완벽해 보였다.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의 흐름에서 약간씩 돌부리에 걸린 듯한 기분이 들며 각 반전과 각 인물들의 서사를 더욱 깊이 풀어낼 수 있겠다는 잠재력을 알아본다면 필자와 같은 의견을 낼 것이다.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미처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과 주인공의 영웅적 서사를 더욱 부각시켜줄 수 있는 장치들, 그리고 인간관계. 이러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빛을 발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1편에 대한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전작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려고 한 탓에 이번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였으며 이는 영웅을 영웅으로 만들지 못한 패착으로 이어졌으며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결말에 이르고 만다. 그 중에서도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마크리누스만이 마지막까지 빛을 발휘하였다. 배우의 힘에 너무 치중되어진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연기가 보여주고 끌고가는 힘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연기를 좋아한다면 조엘 코엔의 [맥베스의 비극)을 추천한다)
요약 3줄
1. 전작보다 큰 스케일의 전투와 더욱 복잡해진 정치극
2. 그 탓에 주인공이 뒤로 밀린다
3. 각 인물의 좋은 서사들을 이용해 드라마로 만들었으면…